기아  타이거즈 좌완 에이스 양현종에게  2017년은 좀더 특별한 의미가 있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지난 겨울 생애 처음으로 얻은 FA 자격에서 해외진출 가능성이 거론되었던 양현종은 입장을 바꿔 국내 잔류로 마음을 돌렸다. FA 대어의 당연한 혜택이었던 다년 계약도 포기하고 원소속팀 기아와 1년 22억에 계약을 체결했다.

구단과 서로 한발씩 양보하면서 합의점을 찾기는 했지만 양현종으로서는 다른 FA 대어들에 비하면 약간의 손해와 위험부담까지 감수한 계약이라고 할수 있다. 대신 1년 후에 다시 찾아올 연봉 대박과 해외진출의 기회를 얻기 위해서라도 올해의 활약이 더욱 중요해졌다.

양현종의 2017년은 국가대표팀에서 출발한다.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야구대표팀에 발탁된 양현종은 사실상 유력한 1선발 후보로 거론된다. 공교롭게도 양현종과 동시대를 풍미하며 한국야구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 등이 최근 돌아가며 수술대에 오르며 마운드 공백이 큰 상황에서 양현종이 사실상 대표팀의 선발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하는 부담도 커졌다.

양현종, 대만에 설욕 나선다

 올해 프리에이전트(FA) 왼손 투수 최대어 양현종이 20일 오후 원소속팀 KIA 타이거즈와 1년 계약을 체결했다.

KIA 타이거즈 투수 양현종. ⓒ 연합뉴스


양현종은 그동안 KBO리그에서의 활약에 비하며 국제대회와는 인연이 많지 않았다. 아시안게임에서만 두 차례 활약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나 경쟁팀들의 수준이 떨어져 양현종의 활약은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특히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대만전에서만 두 차례 등판하여 조별 예선(4이닝 무실점, 콜드게임승)에서는 호투했으나 결승전에서는 2-3으로 앞선 7회 구원등판하여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고 2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강판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한국이 역전승을 거두면서 한숨을 돌렸지만 국내 최고투수로 명성을 떨쳤던 양현종으로서는 자존심에 상처를 남긴 기억이다.

한국은  2017 WBC 1라운드 예선에서 대만과  A조에 속하며 다시 만나게 된 상황. 설욕을 노리는 양현종은 이 경기에서 선발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대만만 하더라도 아시안게임보다 더 강력해진 최정예 전력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국-일본 같은 강력한 우승후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KBO 최고투수인 양현종의 에이스급 활약이 절실하다.

양현종은 한국이 우승을 차지했던 2015년 프리미어12에서 컨디션 난조로 불참했다. 이를 두고 양현종이 대표팀 참여에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WBC 합류를 둘러싸고 재활 중이라는 소식아 알려지면서 대표팀 합류가 또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오해로 밝혀졌고 양현종은 정상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며 WBC 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내년 이후 해외진출 가능성까지 감안한다면 WBC를 통해 국제무대에서 깊은 인상을 남겨야 할 필요도 있다.

WBC를 잘 마치고 나면 그 다음의 목표는 역시 2017시즌 소속팀 기아의 우승이다. 양현종은 작년 31경기에 출전해 10승12패, 평균자책점 3.68를 기록했다. 비록 득점 지원을 받지못해 승수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토종투수로서는 유일하게 200이닝(200⅓이닝)을 소화했고 퀄리티스타트도 22회나 기록하며 에이스로서 손색 없는 활약을 펼쳤다. 이를 통해 기아가 지난해 4년 만의  5강 진입으로 가을야구의 한을 풀어내는데 기여했다.

올 시즌 기아는 한 단계 더 높은 곳을 꿈꾼다. 2009년 이후 8년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이 목표다. 가아는 올 겨울 100억 타자 최형우와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 선발 팻 딘 등을 영입하며 투타의 전력을 끌어올렸다. 양현종-나지완-헥터 노에시 등까지 기존 전력도 모두 잔류시키며 한층 더 막강해진 전력을 꾸릴 수 있게 됐다.

팀 선발 로테이션을 이끌어야 하는 양현종의 책임감

하지만 토종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하던 윤석민이 어깨 부상으로 최소한 전반기까지는 출장이 불투명해진 게 변수다. 양현종으로서는 윤석민의 몫까지 해줘야한다는 책임이 주어졌다.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승수와 이닝 소화력은 이미 검증된 양현종이지만 타선의 득점 지원이 부족했던 게 옥의 티였다. 최형우와 로저 버나디나의 가세로 한층 보강된 중심타선은 올해는 양현종의 부담을 좀 더 덜어줄 수 있을 전망. 개인 최고시즌으로 꼽히던 2015시즌(15승 자책점 2.44)이상의 활약도 기대할 만하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역시 무사히 한 시즌을 완주하는 것이 숙제다. 원래 슬로우스타터 체질이던 양현종은 올해는 WBC 때문에 예년보다 몸상태를 일찍 끌어올렸다. 지난 겨울에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고는 해도 양현종이 지난해 200이닝을 포함하여 지난 3년간 쉴 틈 없이 누구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것을 감안하면 무리가 가지 않을까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기도 하다. 양현종은 눈앞의 FA대박도 포기하고 2017년에 승부수를 던졌다.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 체력과 컨디션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양현종이 건강하게 최고의 시즌을 보낼 수 있다면 내년에는 또 한 번의 기회가 열린다. KIA는 양현종이 내년 이후 다시 해외진출을 원할 경우 최대한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다시 메이저리그나 일본 진출을 타진해볼 수도 있다. 설사 KIA에 다시 남는다고 해도, 비록 다년 계약은 불가능하지만 연봉 인상으로 충분히 보상받을 수도 있다. 더 큰 도약을 위한 양현종의 '큰 그림'이 2017시즌의 결실로 보답받을 수 있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