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 이상민 감독

서울 삼성 이상민 감독 ⓒ 서울 삼성


지난 2015·2016시즌을 앞두고 서울 삼성은 우승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바로 직전 시즌 리그 최하위에 머물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을 진행하면서 단숨에 전력을 끌어올렸다. 삼성은 주전이었던 이정석과 이동준, 차재영 등을 내보내고, 주희정과 장민국 등을 영입했다.

특히 KBL 역사상 최초로 '챔프전 3연패'에 성공한 울산 모비스의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문태영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승현과 함께 장차 KBL을 이끌어갈 '빅맨'으로 주목받았던 '슈퍼루키' 김준일의 존재도 변화된 삼성의 모습을 기대케 했다.

실제로 삼성은 2015·2016시즌 경기당 평균 37.6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하승진이 버틴 전주 KCC를 따돌리고 팀 평균 리바운드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막강한 골밑 전력과 달리 외곽이 너무 부실했다.

'백전노장' 주희정을 제외하면 믿을 만한 포인트가드가 없었고, 기복과 부상이 잦았던 임동섭을 제외하면 3점을 터뜨려줄 슈터도 없었다. 그 결과 삼성은 6강 플레이오프에서 이정현과 전성현, 마리오 리틀 등 외곽이 폭발한 안양 KGC에 무너지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삼성 이상민 감독은 계약 기간 마지막 해인 2016·2017시즌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승부수를 띄웠다. 전성기가 끝났다고 평가받았던 포인트가드 김태술을 영입했고,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마이클 크레익을 새 식구로 맞이했다. 시즌의 절반이 흐른 현재까지 보면, 그 결과는 대성공이다.

먼저 김태술은 삼성의 약점이었던 가드진을 강점으로 바꿨다. 안정된 경기 운영과 전성기 못지않은 패스, 빠른 속공 전개 등을 선보이며 숨겨져 있던 삼성의 공격력을 폭발시켰다. 김태술이 중심을 잡아주자, 주희정과 이동엽, 천기범 등 후보 선수들도 덩달아 살아나며 팀 선두 질주에 큰 힘을 더하고 있다. 

    서울 삼성의 '복덩이' 마이클 크레익

서울 삼성의 '복덩이' 마이클 크레익 ⓒ 서울 삼성


크레익은 그야말로 '복덩이'다. 188cm, 117kg의 거구이지만, 골밑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라틀리프와 하이 로우 게임을 통해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고, 김태술의 속공을 돕는 데 앞장선다. 드넓은 시야로 비어있는 선수를 찾아내는 능력은 임동섭의 3점슛을 폭발시킨다. 힘을 활용한 골밑과 외곽슛 능력까지 선보이며 남다른 득점력을 뽐내기도 한다.

물론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김태술은 경기 운영과 공격의 원활한 흐름을 만드는 데는 훌륭한 모습을 보이지만, 외곽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 최근 10경기에서 김태술이 성공한 3점슛은 단 2개다. 시도 자체가 많지 않고, 슛보다는 패스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나오는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삼성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받는 것이 외곽슛이란 점을 볼 때, 주전 포인트가드인 김태술의 슛 시도는 지금보다 더 늘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올 시즌 삼성이 유일하게 상대 전적에서 밀리고 있는 모비스와 원주 동부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외곽 지원이 절실하다.

모비스와 동부 모두 삼성과 경기에서 평균 3개 이상의 3점슛을 더 성공시키고 있다. 임동섭과 문태영을 제외하면 3점슛 시도 자체가 적은 삼성이 이들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김태술의 외곽슛 시도가 늘어나야 한다.

크레익은 공격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자신의 강점인 패스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10일 서울 SK와 경기가 좋은 예다. 이날 크레익은 4득점에 머물렀다. 그러나 라틀리프와 김태술, 임동섭 등 동료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무려 9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덕분에 삼성은 볼이 더욱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었고, 속공과 외곽슛이 빛을 발하며 접전 끝에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크레익이 자신과 비슷한 유형의 웬델 맥키네스나 모비스의 강력한 수비 조직력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점을 볼 때, 득점보다 동료들을 활용하는 플레이에 더 집중한다면 동부와 모비스를 상대로 이전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이상민 감독은 삼성을 본격적으로 이끌기 시작한 2014·2015시즌 '극한 직업', '무능한 감독'이란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과감한 선택으로 선수단을 개편했고, 부족한 부분을 메웠다. '우승의 적기'라고 판단한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김태술과 크레익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리그 절반의 일정이 흐른 현재(11일) 단독 선두를 달리는 삼성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상민 감독의 '마지막 승부수'가 정규리그와 챔피언 결정전 우승이란 달콤한 결과물로 다가올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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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성 이상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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