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완지의 새 감독, 클레멘트

스완지의 새 감독, 클레멘트 ⓒ 스완지시티 공식 트위터


밥 브레들리 감독이 3개월 만에 스완지를 떠났다. 그가 남기고 간 성적은 2승 2무 7패. 이 초라한 성적으로 스완지는 현재 강등권까지 떨어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스완지가 급하게 구한 소방관은 폴 클레멘트였다.

많은 축구 팬들이 기성용 소속 팀의 감독이 바뀐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변화될 기성용의 입지가 우리나라 축구팬들에게는 가장 큰 관심거리일 것이다. 우리나라 축구팬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더 중요한 요점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로 뮌헨의 입장이다. 오늘은 클레멘트의 이적의 핵심, 뮌헨에 미치는 영향, 뮌헨의 향후 행방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클레멘트는 어떤 인물인가

 PSG 시절의 두 사람, 안첼로티와 클레멘트.

PSG 시절의 두 사람, 안첼로티와 클레멘트. ⓒ PSG 공식 홈페이지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뮌헨이 뭐가 달라지는데?'라는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있을 것 같다.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클레멘트란 사람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폴 클레멘트는 첼시의 아카데미 코치로 1996년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인물이다. 2009년 첼시 1군 코치로 올라오면서 안첼로티와 함께 일을 했고, 2010년 후반에는 수석코치로 임명되어 안첼로티의 최측근이 되었다. 이후 2012-2013 안첼로티의 파리 감독 시절 수석코치, 2013-2015 안첼로티의 레알 시절에도 수석코치, 스완지 부임하기 바로 이전 2016-2017에도 바이에른 뮌헨에서 수석코치로 안첼로티와 함께 일했다.

때문에 클레멘트는 안첼로티 감독에게 꼭 필요한 인물이다. 클레멘트의 스완지 감독 부임 사건에 대해 스완지가 아닌 뮌헨에 초점을 두는 이유다. 과연 안첼로티는 클레멘트를 놓아주어도 괜찮았던 걸까? 다소 안일한 결정은 아니었을까? 그 해답의 힌트를 하나씩 찾아보자.

첼시 시절을 빗대어 보는 클레멘트 이탈의 리스크
    

2008-2009 시즌을 AC 밀란에서 무관으로 마무리한 안첼로티는 바로 다음 시즌 첼시로 오게 된다. 당시 이탈리아 클럽이 아닌 타 국가의 클럽을 맡은 것이 처음이었던 안첼로티에게 우려의 목소리를 표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그는 보란 듯이 데뷔 시즌에서 리그 우승, FA컵 우승, 더블을 달성하며 첼시 팬들을 환호하게 했다.

문제는 다음 시즌이다. 시즌 초반, 디펜딩 챔피언의 위엄을 드러내며 많은 승점을 따갔지만, 중반이 지나가면서 경기력이 하락했다. 강팀으로써 잡아야 할 경기를 놓치는 경우가 빈번해졌고 이에 따라 승점 쌓기에도 제동이 걸렸다. 겨울 이적 시장에서 페르난도 토레스와 다비드 루이스를 영입하면서 보강을 하였지만 결국 시즌을 2위로 마무리하였다. 챔스에서 맨유에게 패배, 리그컵과 FA컵은 일찌감치 탈락해 올릴 수 있는 트로피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후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바로 안첼로티를 경질시켰다. 첼시의 부진은 과연 안첼로티만의 문제였을까?

앞서 말했듯, 클레멘트는 2010년 말기에 첼시의 수석코치가 되었다. 그러나 우승 시즌이었던 2009-2010 시즌은 레이 윌킨슨이 수석코치를 맡고 있었다. 우승 시즌 당시 안첼로티의 오른팔은 클레멘트가 아닌 레이 윌킨스였다. 안첼로티가 영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적응하는 데 가장 많은 도움을 주었던 사람이 레이 윌킨슨이었다. 전술적으로도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때문에 안첼로티가 가장 신임했던 코치가 레이 윌킨슨이었고 그 당시 클럽 내에서도 영향력이 적지 않았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다음 시즌인 2010-2011시즌 중반, 윌킨슨은 첼시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는다. 이에 대하여 현지 첼시 팬들은 의문을 표했고 레이 윌킨슨도 언론을 통해 "나는 첼시에게 부당하게 해고를 통보받았다"는 의견을 밝힌 적도 있다. 당시 감독이었던 안첼로티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을 수차례 표했다.

 스코어 보드.

스코어 보드. ⓒ 윤성식


레이의 해고 시점을 분기점으로 첼시의 경기력은 상당히 저하되었다. 레이가 해고된 시점은 11월 초, 그 이후의 첼시의 상황을 보자. (참고 : EPL은 11월이 시작하면서 10라운드가 시작한다.) 지난 10라운드에 비해 무와 패가 상당히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경기력이 얼마나 저하되었는지는 경기 결과가 보여준다. 10라운드까지 27득점 3실점 하던 첼시는 레이 해고 이후 급격히 흔들린다. 11라운드~26라운드에서 첼시는 19득점 19실점을 기록했다. 그전까지와 확연히 다르게 경기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첼시에서도 이러한 전례가 있었던 안첼로티, 과연 클레멘트를 보내도 됐던 것일까?

뮌헨 안정화 시기에 찾아온 클레멘트 이탈

뮌헨은 초반 5라운드까지 5연승을 달렸다. 그러나 6라운드와 7라운드를 내리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후 8라운드와 10라운드에 승리하였지만 11라운드, 다시 무승부 경기를 하고 말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2라운드 도르트문트에 패배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가뜩이나 신흥 강호, 라이프치히의 추격에서 멀리 도망갔어야 할 뮌헨에 이 경기 패배는 꽤나 뼈아팠다.

 라이프치히전을 승리한 뮌헨 선수들.

라이프치히전을 승리한 뮌헨 선수들. ⓒ 뮌헨 공식 홈페이지


설상가상에 놓일뻔한 뮌헨은 겨울 휴식기 이전 마지막이자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한다. 상대는 2위 라이프치히, 당시 라이프치히와 뮌헨의 승점이 같았기 때문에 전반기 1위를 판가름하는 단두대 매치였다. 이 경기에 승리한 뮌헨은 한시름 덜 수 있었다.

지난 시즌인 펩 체제 뮌헨은 전반기 1무 1패를 제외하고는 모두 승리하였다. 그러나 안첼로티의 뮌헨은 전반기를 3무 1패로 마무리하였다. 지난 시즌보다 출발이 좋지 못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승리 제외) 특히 2경기 연속 무승부, 무승부와 패배가 2경기 연속해서 일어난 것은 지난 시즌에는 없던 일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마지막 경기를 승리를 거두었지만 휴식기를 맞은 뮌헨엔 숙제가 많다. 휴식기를 통해 경기력 안정화, 그리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되잡아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이러한 와중에 클레멘트의 이탈은 뮌헨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분데스리가 클럽들에게 한 달 정도의 휴식기는 상당히 중요한 기간이다. 체력 보충은 물론이거니와 전술적인 수정이 들어갈 수도 있는 시기이다. 어떤 면에서든 수석 코치와 감독이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이 시기에 클레멘트의 이탈은 절대 긍정적일 수 없다. 지난 첼시 시절의 사례처럼 후반기에 돌입한 이후에 경기력이 급격히 낮아져도 크게 이상할 것이 없다.

그래도 안첼로티라면

요즘 감독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자신의 전술을 팀에 입히는 감독, 선수 구성원을 고려하여 맞춤형 전술을 짜내어 새로운 색을 만들어내는 감독. 안첼로티는 후자의 대표적인 예다.

예를 들어 AC 밀란 시절, 카카를 전방에 피를로를 후방에 두는 전후방 플레이메이커 기반 공격을 하였다. 첼시에서도 마찬가지의 전술을 운영하였다. (전방 램파드, 후방 에시앙) 그러나 레알에는 4-1-2-1 또는 4-3-1-2 포메이션을 통한 자신의 전술을 입히기 힘들었다. 선수 구성상의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호날두,밴제마,베일 3톱 중심으로 운영하는 레알을 투톱이나 원톱으로 전향시키는 것은 위험부담이 컸다. 더군다나 알론소, 모드리치에게 중앙 미드필더가 아닌 다른 역할을 맡기는 것도 석연치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레알 부임 초기, 전술이 정착되지 못해 불안한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그러나 디 마리아를 중심으로 한 '하프윙' 전술이 자리를 잡으면서 레알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안첼로티는 AT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코파 델 레이 4강, 결승에서 꺾으며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첫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후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도르트문트, 뮌헨, 결승전 AT 마드리드까지 꺾으며 레알의 숙원이었던 라 데시마를 이루어 냈다.

안첼로티가 뮌헨에서도 지난 레알에서의 모습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클레멘트의 공백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팀에 가서든 시간이 지나면 전술적 해답을 찾아낼 정도로 유연성이 좋은 감독이기 때문이다.

지난 첼시에서의 전례가 있어 클레멘트를 이탈이 꺼림칙한 것은 사실이다. 더군다나 현재 뮌헨의 불안정한 경기력을 고려했을 때 클레멘트를 보낸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긴 힘들다. 다만 안첼로티라는 인물의 능력을 고려해보았을 때 휴식기를 통해 재정비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뮌헨의 후반기 행보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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