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진짜 사나이>는 시청자들의 여론이 악화하고 콘텐츠의 한계를 극복하기 힘들어지는 시점에 폐지를 결정했다. 제작진 측은 언제든지 새 시즌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밝혔으나 정작 다수의 시청자들이 새 시즌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결정적인 문제다.

그나마 <진짜 사나이>가 계속된 여론 악화에도 불구하고 수명을 이어 올 수 있었던 것은, 콘텐츠의 식상함과 왜곡 속에서도 새로운 캐릭터들이 탄생하여 그 힘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짜 사나이>는 종영했지만 <진짜 사나이>처럼 시청자들이 식상함을 느끼는 예능들은 여전히 방영되고 있다. 그러나 <진짜 사나이>의 이시영처럼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은 프로그램의 수명을 연장하기도 한다.

[하나]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구세주처럼 등장한 승재.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구세주처럼 등장한 승재. ⓒ KBS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아래 <슈돌>)은 송일국과 삼둥이의 하차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걸었다. 이동국의 대박이 등이 겨우 명맥을 이어가는 캐릭터가 되었지만 명백한 하락세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시 한번 잭폿이 터졌다. 바로 고지용의 아들 승재의 등장 때문이었다. 고지용은 방송 출연의 부담을 이유로 젝스키스 재결합 활동에 참여하지 않으며 선을 그은 상태였다. 그런 그가 <슈돌>에 출연한다는 것에 여론이 좋지 않았다. 젝스키스 활동은 거부하고 젝스키스로 얻은 관심을 이용하여 다른 방송 활동을 이어나가는 모양새로 비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슈돌>에 승재가 등장하자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승재는 나이답지 않은 어휘구사력과 예의 바른 행동으로 단숨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이답지 않은 영민함과 아이다운 천진난만함이 뒤섞인 승재의 캐릭터는 추사랑과 삼둥이를 잇는 히트 메이커로서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었다. 여세를 몰기만 한다면 <슈돌>의 또 다른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마저 타진했다. 결국 <슈돌>의 순간 최고 시청률이 17.3%를 기록했고, 그동안 캐릭터의 부재로 떨어졌던 화제성 역시 차차 생겨나고 있다.

[둘] MBC <우리 결혼했어요>

 프로그램은 비호감이지만 출연자들은 호감? <우결>을 보는 시청자들의 모순.

프로그램은 비호감이지만 출연자들은 호감? <우결>을 보는 시청자들의 모순. ⓒ MBC


이처럼 수명이 위태로운 예능에서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은 반전을 선사한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아래 <우결>)도 마찬가지 경우다. <우결> 콘텐츠는 꽤 오래전부터 시청자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일단 '결혼'이라는 콘셉트보다는 연애에 가까운 교감도 그렇지만, 실제 감정이 오간다는 전제를 깔고도 연극처럼 대본이 있고, 설정이 있는 비즈니스처럼 느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실제로 <우결>을 통해 연인으로 발전한 사례는 거의 없다. 출연진 다수는 프로그램이 끝나면 연락조차 주고받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방송이 100% 진실이라고 믿는 순진한 시청자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진실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마치 진실처럼 포장하려는 프로그램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은 어딘가 불편하다.

그러나 <우결>이 지금까지 지속하여 올 수 있었던 것은 프로그램을 비난할지언정 출연자들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는 기이한 현상이 지속하여 왔기 때문이었다. 이성에게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는 마치 드라마처럼 가짜임을 알면서도 빠져들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 자체는 모순적이지만 출연진들의 매력은 충분히 어필 할 수 있다는 점이 이 프로그램에 지속을 가능케 했다. 여전히 시청자들은 폐지를 외치면서도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다시 호응하고 지지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페이크 연인이라는 한계 때문에 그 매력은 시한부여서 오래 지속하기 힘들다는 함정이 있다. 그런데도 빠른 주기로 바뀌는 '비즈니스 연인'들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다.

[셋] KBS <안녕하세요>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지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게 되는 고민.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지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게 되는 고민. ⓒ KBS


KBS <안녕하세요> 역시 진실 논란에 시달리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다소 과장된 듯한 사연들은 시청률을 위해 존재하는 듯하고 갈수록 자극적인 내용은 공중파 방송보다는 전문적인 치료를 필요로 하는 수준일 경우도 많다. 제작진은 끊임없는 진실성을 강조하지만, 고민이 강렬할수록 큰 상금을 탈 수 있는 룰이 있는 한 정말로 진실만이 오고 가는지에 대한 의문은 지워버릴 수 없다.

그러나 자극적인 사연들은 여전히 시청자들을 자극한다. 매회 새로운 사람들이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고 등장하는 와중에 시청자들은 어느새 그들의 고민을 듣고 판단하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나눈다. 사실 남 얘기처럼 하기 쉬운 이야기도 없다. 제삼자의 눈으로 봤을 때 그들의 황당한 사연들은 좋은 안줏거리가 되어 준다. 시청자들은 본인의 일이 아님에도 독설과 욕설을 내뱉으며 그들의 사연을 맛보고 즐긴다. 사연이 진실인가 아닌가 하는 논란은 계속되어 왔지만, 그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시청자들의 말초신경은 어김없이 자극되는 것이다.

[넷] <K팝스타> 등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들의 캐릭터와 영향력, 죽어가는 오디션도 살려낸다.

심사위원들의 캐릭터와 영향력, 죽어가는 오디션도 살려낸다. ⓒ SBS


오디션 프로그램 역시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키기만 한다면 여전히 유효한 콘텐츠다. 마지막 시즌이라는 SBS<K팝스타> 시즌6은 심사위원 세 명의 캐릭터를 앞세워 새로운 참가자들을 발굴했고, 또다시 성공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맛보았다. JTBC <팬텀싱어> 역시 4%대의 시청률을 올리며 꽤 괜찮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 Mnet <슈퍼스타K> 등이 무관심 속에서 종영하고 전 세계적으로도 오디션 프로그램의 붐이 사그라지는 와중에도 새로운 얼굴들에 대한 욕망은 여전히 확인할 수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지겹다고 비난하면서도 여전히 새로운 스타들의 등장은 재미나다. 물론 출연자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벗어난 상황에서 성공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지만.

예능은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로도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다. 드라마보다 제작비는 적지만, 성공하면 화제성은 드라마 못지않고 길어야 6개월에 끝나는 드라마에 비해 성공하면 수년에서 10년이 넘게 제작할 수 있다. 시청자들이 원성이 자자해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 끊이지 않고 등장하는 막장 드라마처럼, 예능도 역시 '욕하면서도 보는' 사람들이 있는 한, 결코 쉽게 수명을 끝낼 수 없다. 콘텐츠는 식상해도 새로운 스타들이나 이야깃거리가 등장하는 예능은 오늘도 여전히 우리 곁을 찾아올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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