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여전히 신생팀 꼬리표를 달고 있다. 지난 시즌 팀 평균자책점은 리그에서 가장 높았다. 사실상 계투진에서 분전한 김재윤과 선발진의 희망으로 떠오른 주권 정도를 제외하면 kt 마운드의 2016년은 최악에 가까웠다. 교체 카드까지 꺼내들었던 외국인 투수들은 계속 부진했고 토종 투수들의 활약도 거의 없었다. 심지어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승리를 챙긴 투수가 '구원투수' 김재윤(8승)이었다. 선발진에선 시즌 도중 대체 외국인선수로 kt 유니폼을 입은 피어밴드(7승)가 주인공이었다.

kt가 김진욱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결정적인 이유도 마운드 때문이다. 두산에서 투수코치와 감독을 모두 경험했고, 특히 2012년과 2013년 정명원 투수코치와 함께하며 안정감 있는 마운드 구성에 힘을 썼다. 그 결과 노경은(현 롯데)이 재기에 성공하는 등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2013년 이후 김 감독과 정 코치는 다시 손을 잡았고 kt로선 이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조심스럽게 노리고 있다.

하지만 투수들의 성장을 모두 이들이 책임질 수는 없다. 실제로 김진욱 감독은 '선수를 키운다'는 말을 썩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코칭스태프가 기회를 주면 투수들이 성장하는 그림을 원하는 것이다. 2년간 kt 마운드에 성과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닌 만큼 그동안 가능성을 보여줬던 투수들의 성장이 올핸 표면적으로 드러나야 할 필요도 있다. 타선도 마찬가지다.

조무근, 엄상백, 주권, 김재윤...마운드 짊어질 영건은?

2015년, 불펜에 혜성처럼 등장한 조무근은 첫 해 kt의 가장 큰 성과였다. 그 해 43경기에 등판해 71.2이닝 동안 8승 5패 2홀드 4세이브 ERA(평균자책점) 1.88을 기록, 시즌 이후엔 프리미어12에서도 불펜에서 활약했다. 신인왕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던 조무근이지만 이듬해 부상과 부진 두 가지 악재가 발목을 잡았다. 몸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는 조무근은 김재윤 홀로 버텼던 계투진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첫 해 선발투수로서의 가능성을 내비췄던 엄상백은 여전히 불안한 제구가 문제이다. 2015년 28경기 100이닝 5승 6패 ERA 6.66을 기록, 이듬해인 2016년 52경기에 등판해 73.1이닝을 소화하면서 1승 5패 8홀드 1세이브 ERA 6.75를 기록했다. 선발보단 불펜에서 자주 등판했는데 성공적인 결과를 얻지 못했다. 토종 선발이 부족한 팀 사정을 감안하면 올시즌 선발로 활약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데뷔 첫 완봉승을 거두며 야구팬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 주권은 올시즌에도 선발진의 한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권은 지난 시즌 28경기에 등판해 134이닝 동안 6승 8패 ERA 5.10을 기록했다. 토종 투수들의 연이은 부진 속에서도 선발진을 이끌었다.

지난 시즌 팀 내에서 가장 돋보였던 김재윤은 52경기 동안 54.1이닝 8승 1패 1홀드 14세이브 ERA 4.97을 기록했고 후반기보다 전반기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체력적인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재윤의 부담을 덜어줄 투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선발진도, 계투진도 자원만 있을 뿐 '새판짜기'에 들어가야 한다. 선발진에 포함될 투수는 물론 추격조와 필승조 구성도 원점에서 시작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정성곤, 심재민, 고영표, 정대현, 엄상백 등이 호시탐탐 자리를 노리고 있으며 스프링캠프를 통해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외국인투수 영입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또 어떤 투수가 영입되든 성공 여부를 알 수 없기에 토종 투수들의 책임감은 더욱 무겁다.

외부 영입 어려운 야수 파트, 젊은 야수들 활약 필요

kt의 이번 스토브리그 과제 중 하나는 외부 영입이었다. 이는 김진욱 감독이 취임 당시부터 구단에게 적극적으로 요청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헌데 현재 FA 시장에서 kt가 영입할 만한 선수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진영과의 재계약도 순탄치 않은 상황이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상할 수 없다.

가장 취약한 포지션은 3루이다. 지난해 마르테가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으면서 김연훈, 심우준, 박용근, 문상철 등 토종 야수들의 경쟁이 펼쳐졌으나 주전 자리를 꿰찬 선수는 없었다. 황재균을 영입해야만 하는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다만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미국도 다녀왔고 원소속구단인 롯데와의 협상 테이블도 감안한다면 kt가 황재균을 영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결국 올시즌에도 kt 야수진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토종 야수들, 특히 젊은 야수들이다. 특별지명과 트레이드, FA로 즉시전력감이라고 평가받는 야수들을 영입했지만 팀 성적은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외부 영입만으로 해결이 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대형과 유한준, 전민수, 오정복, 하준호 등이 포진되어 있는 외야진보다도 내야진의 걱정이 더 크다. '2년 연속 20홈런' 박경수를 제외하면 어딘가 모르게 허전함이 느껴지기만 한다.

외야진에서 가장 기대되는 선수는 역시 전민수이다. 부상으로 시즌을 끝까지 소화하지 못한 게 아쉬웠을 정도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74경기에 출장해 213타수 65안타 3홈런 29타점 타율 0.305(3할5리)를 기록, 팀 내 전체 야수를 통틀어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발도 빠르고 강한 어깨를 선보이면서 수비에 있어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내야진을 살펴보면, 역시 관건은 3루이다. 박기혁과 박경수의 키스톤 콤비는 올해도 계속된다. 안방은 복귀를 앞둔 장성우의 몫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시즌 후반 1루를 지켰던 남태혁보다 외국인 타자 조니 모넬이 1루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좀 더 높다. 딱 한 자리, 3루 자리의 주인공은 여전히 알 수 없다.

주로 백업으로 경기에 나섰던 야수들 중 소위 말해 '미치는 선수'가 한 명쯤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전 3루수 없이 시즌을 치르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황재균을 영입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장기적으로 내다봤을 때 외부 영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주전 야수들의 뒤를 받칠 백업 야수들도 성장해야 하는, 여러모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내야진이다.

김진욱 감독은 성적도 성적이지만 팬들을 위한 즐거운 야구를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것이 곧 팀의 원동력이 된다는 믿음이 담겨있다. 올핸 kt 선수들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할 수 있을까. 선수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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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자료 = 스탯티즈, KBO)
KBO리그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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