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타를 겸비한 LG트윈스 부동의 주전 유격수 오지환은 LG가 입단 당시부터 전략적으로 키운 유격수 자원이다. 물론 오지환이 처음부터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던 유격수는 아니었다. 오지환은 지난 2010년과 2012년 리그 실책왕과 삼진왕에 동시에 오르는 불명예를 얻기도 했다. 결정적인 실책으로 경기를 '지배'한다는 의미의 부정적인 별명도 그 때 생겨났다.

하지만 그렇게 쌓인 경험들은 오지환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 됐고 드디어 올해 타율 0.280 20홈런 78타점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잠실 야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유격수 중에서 20개 이상의 홈런을 친 선수는 오지환이 역대 최초다. 불안하던 수비도 몰라보게 향상돼 경기 분위기를 바꾸는 환상적인 호수비도 자주 보여준다. 오지환의 별명은 여전히 이전과 다름 없지만 이제 그 의미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이렇듯 어린 선수들은 많은 경기에 출전해 경험을 통해 스스로 요령을 터득하는 것이 최고의 훈련법이다. 특히 관중들이 많고 높은 긴장감 속에 치러지는 1군 경기는 퓨처스리그와는 차원이 다르다. 특히 투수들의 경우 팀 내에 비슷한 위치에 놓인 투수가 많으면 기회는 한정되고 여러 투수들이 동시에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좌완 파이어볼러 차우찬의 영입과 사이드암 신정락의 전역으로 더욱 치열한 5선발 경쟁을 벌이게 된 LG의 우완투수 임찬규처럼 말이다.

첫 해 9승7세이브 후 2년 동안 2승, 슈퍼루키의 추락

 임찬규는 만18세의 나이에 LG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바 있다.

임찬규는 만18세의 나이에 LG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바 있다. ⓒ LG 트윈스


서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LG팬으로 성장한 임찬규는 휘문고 3학년 시절 팀을 대통령배 우승으로 이끌며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그리고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LG에 지명됐다. LG는 고교 정상급 우완 투수였던 임찬규에게 3억 원이라는 섭섭치 않은 계약금을 안기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입단 첫 해부터 김광수(KIA 타이거즈), 이동현 등을 제치고 마무리 자리를 꿰찬 임찬규는 6월 중순까지 6승1패5세이브 평균자책점1.78을 기록했다. 실제로 '끝판대장'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제외하면 그 기간까지 임찬규보다 나은 마무리 투수를 찾기 힘들었다. 임찬규는 4년 만의 순수 신인왕과 함께 1997년의 이병규(은퇴) 이후 명맥이 끊어졌던 LG 신인왕 전통을 11년 만에 이을 선수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6월17일 SK와이번스전에서 임찬규는 악몽 같은 하루를 경험했다. 4-1로 앞서던 9회 1사 후에 등판한 임찬규는 사상 초유의 3연속 밀어내기를 포함해 0.1이닝 1피안타5볼넷5실점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다시 마음을 다잡은 임찬규는 8월까지 2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했지만 시즌 마지막 8경기에서 23점(22자책)을 내주며 무너지고 말았다. 결국 9승6패7세이브 4.46으로 시즌을 마감한 임찬규는 신인왕 타이틀을 배영섭(삼성 라이온즈)에게 내주고 말았다.

2012 시즌 선발 변신을 준비한 임찬규는 8월까지 단 1승도 얻지 못하다가 LG의 가을야구 탈락이 확정된 9월27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5.2이닝 무실점으로 선발승을 거뒀다. 하지만 그 해 임찬규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은 5월 25일에 있었던 물벼락 사건이었다. 사실 경기 후 수훈 선수에게 물벼락을 끼얹으며 기쁨을 나누는 것은 야구 선수들의 흔한 뒤풀이지만 옆에 여성 아나운서가 있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후 감전 사고의 위험성까지 대두되면서 임찬규는 본의 아니게 야구 팬들의 집중적인 원성을 들어야 했다.

임찬규는 2013년에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7경기에 등판했지만 시즌 1승 밖에 거두지 못했다. 입단 첫 해 9승 7세이브를 거두며 혜성처럼 등장했던 임찬규는 그 후 2년 동안 단 2승을 추가하는 데 그쳤고 2013 시즌이 끝난 후 경찰청에 입대했다. 임찬규는 경찰청 입대 후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으면서 2014년 11경기, 2015년 8경기 밖에 등판하지 못했다. 임찬규는 전역 후에도 1군에 등록되지 못하고 그대로 시즌을 마감했다.

임찬규 등판 경기 6연승, 2017년에도 '승리요정'될까

 임찬규는 2017년 LG 마운드의 높은 선발 경쟁률을 뚫어내야 한다.

임찬규는 2017년 LG 마운드의 높은 선발 경쟁률을 뚫어내야 한다. ⓒ LG 트윈스


임찬규는 2016년 시즌 4월에만 2경기에 등판해 2패 9.45로 부진하며 그대로 1군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경찰청 복무 도중 팔꿈치 수술을 했고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첫 시즌인 만큼 팀에서도 큰 기대를 갖지 않았다. 하지만 임찬규는 1군 복귀전이었던 7월29일 '나테박이 타선'을 자랑하는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선발 등판해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면서 후반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8월부터 본격적으로 LG의 5선발로 나선 임찬규는 5경기에 등판해 2승 6.43으로 그리 인상적인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1군 복귀전이었던 7월 29일 NC전부터 8월 27일 kt 위즈전까지 LG는 임찬규가 등판한 6경기에서 6연승을 거뒀다. 그야말로 LG의 '승리요정'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9월 8일 두산 베어스전까지 선발로 뛰었던 임찬규는 시즌 후반 경기 일정이 느슨해지면서 불펜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사실 후반기의 활약과 승리의 기운(?)을 고려하면 임찬규는 2017년에도 LG의 유력한 선발 후보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시즌 후반부터 임찬규에게 불리한 변수들이 발생했다. 먼저 통산 70승을 거둔 정상급 좌완 선발 차우찬이 FA 계약을 맺고 LG 유니폼을 입었다. LG는 내년 시즌 데이빗 허프, 차우찬, 헨리 소사, 류제국으로 이어지는 4명의 선발 투수를 일찌감치 확보했다. 연봉으로 보나 실적으로 보나 현 시점에서 임찬규가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상대들이 아니다.

그렇다고 5선발 경쟁이 수월한 것도 아니다. 기존의 이준형, 봉중근 같은 경쟁자들에 군복무를 마친 신정락이 합류했다. 신정락은 프로 입단 후 5년 동안 통산 10승에 불과하지만 입대 전 마지막 경기였던 2014년10월28일 넥센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7이닝 2피안타 10탈삼진 1실점으로 대단히 강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마구'로 불릴 정도로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던지는 신정락이 선발경쟁에 합류한다면 임찬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임찬규는 우규민이 삼성으로 떠난 후 등번호를 1번으로 바꿨다. 1번은 임찬규가 신인 시절에 달았던 번호로 2011년은 임찬규가 마운드에서 가장 씩씩하게 공을 던지던 시절이다. 군대도 다녀 오고 부상에 시달리며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임찬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만 18세의 나이에 LG의 마무리 자리를 꿰찼던 투수다. 그 때의 당찬 패기를 다시 꺼낼 수 있다면 임찬규의 2017년 전망은 그리 어둡지 않을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LG 트윈스 임찬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