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에서 FA로 나오는 선수들에게 일생일대 기회이자 팀으로써는 손쉽게 전력 보강이 가능한 수단 중 하나다. 자격요건을 얻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KBO에 등록된 상태로 9시즌을 뛰어야 하고, 4년제 대학 졸업자에 한해서는 8시즌 뛰어도 자격 연한을 채운 것으로 인정해준다.

등록 연수를 채운다고 해서 FA 자격이 무조건 주어지느냐? 그것은 아니다. 타자는 매 시즌 페넌트레이스 경기 수의 2/3 이상 출전, 투수는 규정투구 횟수의 2/3이상을 투구하거나 1군 등록 서비스 시간이 145일을 넘긴 시즌이 9년이 넘으면 자격요건이 주어진다.

만일, 선수가 국가대표로 차출되어 나라를 위해 경기를 뛰거나 국가 단위 경기에서 부상을 당했을 경우 차출 일수를 보장해준다. 이렇게 어렵고 힘들게 FA 자격을 얻은 선수는 당연히 자신의 당당한 가치를 요구하게 되며 최근 A급 선수의 수급이 어려워져 이들의 몸값은 하늘 무서운줄 모르고 치솟는다.

FA 영입 선수로 구단이 가성비로 이득을 보기 힘들다. 가장 큰 이유는 이미 나이가 어느 정도 찬 선수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기량이 정점에서 점점 떨어지기 때문이다.

FA 100억 시대가 열린 지금 새로운 지평을 연 기아타이거즈의 최근 계약을 통해 어떠한 부분을 집중해서 선수들과 계약을 했는지 이범호와 김주찬을 통해 살펴보았다.

기아 이범호선수 기아 이범호 선수가 엄지를 치켜들고있다.

▲ 기아 이범호선수 기아 이범호 선수가 엄지를 치켜들고있다. ⓒ 기아 타이거즈


기량 확실히 보여준 이범호

이범호가 2011년 일본 소프트 뱅크 생활을 정리하고 국내 유턴해 선택한 팀은 원소속 팀 한화 이글스가 아닌 기아 타이거즈였다. 표면상 1년에 계약금 8억 원, 연봉 4억 원 등 총 12억 원에 계약했지만, 리그 규약 때문에 1년 후에도 FA 재취득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FA자격에 대한 조항을 살펴본다면 KBO 리그 야구규약 제17장 164조에 있는 FA 자격의 재취득 조항에서는 선수가 FA 자격을 행사하여 계약한 시점으로부터 4년 동안 정규 시즌 경기에 출전해야 FA 자격을 다시 취득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조항은 오히려 이범호에게는 득으로 다가왔다. 2012년을 제외한 2015시즌까지 쏠쏠한 활약을 펼치면서 팀에서 없어서 안 될 대체 불가 자원이 돼버렸다. 2013시즌부터 주장을 역임하면서 2016년까지 기아 타이거즈를 이끈 이범호는 뛰어난 리더십으로 3년간 팀의 대표로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범호는 역대 통산 만루홈런 1위에 이름을 올릴 만큼 클러치 능력이 매우 뛰어난 타자이면서 거포임에도 삼진을 적게 당하는 세밀한 컨택 능력을 갖춘 타자였다. 특히 통산 준플레이오프 최다 홈런인 7개의 기록을 보유한 이범호는 주요 경기에서 한방을 쳐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유독 가을에는 투수들이 두려워하고 있다.

이범호가 기록한 WAR 이범호 선수가 기아타이거즈 소속으로 기록한 WAR

▲ 이범호가 기록한 WAR 이범호 선수가 기아타이거즈 소속으로 기록한 WAR ⓒ statiz.co.kr / 스탯티즈


이범호의 FA 계약 전 3년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를 살펴본다면 FA 계약 전 3년간 총 9.1의 WAR을 기록하였다. 역대 FA 체결한 모든 선수들의 1 WAR 당 평균 금액인 4.2억을 기준으로 두었을 때 이범호가 펼쳐준 활약은 약 38억 원에 활약을 펼쳐준 셈이다. 이러한 성적을 바탕으로 이범호는 최대 3+1년에 계약금 10억, 연봉 6억 5천, 최대 총액 36억 원에 계약을 맺고 잔류하게 되었다.

이번 시즌 FA 첫해를 맞이하면서 부담감이 컸을 이범호는 커리어 첫 3할-30홈런-100타점을 기록하면서 팀을 5년 만에 가을 야구로 이끄는 일등공신이 되었다. 이범호는 한국 나이 36세로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한 시즌 공격 전 부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WAR 기준 20위권에서 한화 이글스의 이용규(29개)와 규정타석 미달인 양의지(29개)를 제외하면 가장 적은 57개의 삼진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범호 보다 많은 삼진을 기록한 타자 중 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 넥센의 서건창(58개)과 한화의 정근우(58개)가 포함되어 있기에 이 기록은 더욱 놀라울 따름이다. 특히 이번 시즌 4.36의 WAR을 기록하면서 계약 첫해부터 약 18억의 가치를 보여주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가 되었다.

슬라이딩 하는 김주찬 선수 김주찬 선수가 2루에 슬라이등 하고있다.

▲ 슬라이딩 하는 김주찬 선수 김주찬 선수가 2루에 슬라이등 하고있다. ⓒ 기아 타이거즈


가치를 확실히 증명한 김주찬

2012 시즌 종료 후 생애 첫 FA 자격을 얻은 김주찬은 일찌감치 그해 FA 최대어로 부상했다. 당시 최대어로 떠오른 이유는 2013 시즌부터 첫 1군에 진입하는 NC 다이노스가 존재했고 다른 FA 선수들은 원소속 팀 잔류를 선언했다. 그리고 한화 이글스의 괴물 투수 류현진이 포스팅 시스템으로 280억을 구단에 선물하고 LA다저스로 떠나 자금적 여유가 있는 한화의 러브콜도 있었다.

결국 김주찬은 기아 타이거즈와의 접촉을 통해 4년 계약에 계약금 26억, 연봉 5억, 옵션 4억 총액 50억에 기아 타이거즈 품에 안겼다. 당시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선 '50억의 김주찬 과연 합리적인 가격인가?'라는 주제로 갑론을박이 벌어졌을 정도였다. 4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한번 김주찬의 성적을 살펴보았다.

올 시즌 최고의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김주찬의 플레이 스타일은 생각하는 공이 오면 무조건 컨택하는 극단적인 배드볼 히터의 모습을 보였다. 특히 비공식적인 기록으로 9월 16일까지 공을 바라보며 삼진당하는 루킹 삼진이 무려 0개로 경이적인 기록을 했다. 시즌 종료까지 루킹 삼진은 단 1개로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중 가장 적은 루킹 삼진을 기록했다. 또한 100m를 11초대에 끊는 수준급의 다리와 타석에서 출발해 홈까지 불과 15초 내로 들어오기 때문에 누상에서 가장 빠른 주자로 손꼽히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2015시즌부터 너무 잦은 부상 문제로 도루를 자제하기 때문에 타격의 집중도가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100타점 넘긴 타자중 최다타점순 100타점 넘긴 타자중 최다 타점을 기록한 순

▲ 100타점 넘긴 타자중 최다타점순 100타점 넘긴 타자중 최다 타점을 기록한 순 ⓒ statiz.co.kr / 스탯티즈


역대급 타고투저 현상이 심화된 이번 시즌은 무려 14명의 타자가 100타점을 기록하면서 타자들의 전성시대를 보여주었다. 이번 시즌 100타점 이상을 기록한 타자들의 평균 득점권 타석은 184타석으로써 김주찬은 선수 중 가장 적은 득점권 타석에 들어섰지만, 가장 높은 0.421에 득점권 타율을 기록하면서 이번 시즌 득점권 타율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시즌 득점권 타율 1위는 NC 다이노스 박민우가 0.434의 득점권 타율을 기록하면서 이름을 올렸다. 특히 주목해봐야 할 부분이 있는데 타수 대비 타점은 약 5타석당 1타점을 기록하였다는 점이다. 타석에서 얼마나 생산적인 모습을 보였는지 잘 알려준 부분이기도 했다.

놀라운 부분은 김주찬 선수가 OPS 0.952를 기록하는 동안 출루율이 0.386밖에 되지 않는 것인데 타율이 0.346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본다면 상당히 낮은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상대를 기다리지 않고 들어선 타석에서 최선을 다하며 최고의 플레이를 펼쳐 주었다. 특히 37개의 2루타, 3개의 3루타 그리고 23개의 홈런을 기록하면서 훌륭한 0.566의 장타율을 선보였는 점은 투수들을 압박하기엔 충분했다.


김주찬 선수가 기아타이거즈 소속으로 기록한 4년간 WAR 김주찬 선수가 기아타이거즈 소속으로 기록한 4년간 WAR

▲ 김주찬 선수가 기아타이거즈 소속으로 기록한 4년간 WAR 김주찬 선수가 기아타이거즈 소속으로 기록한 4년간 WAR ⓒ statiz.co.kr / 스탯티즈


조금 더 세밀한 지표인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로 살펴본다면 김주찬의 계약금이 절대 비싼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4년간 11.07의 WAR을 기록한 김주찬 선수는 1 WAR 기준으로 세부 옵션 금액 포함 4억 5천만 원에 활약을 보여주었고, 역대 FA 체결한 모든 선수의 1 WAR 당 평균 금액인 4.2억을 기준으로 두었을 때 4년간 약 48억에 해당하는 활약을 펼쳐준 셈이다. 또한, 김주찬은 지난 2013년의 부상으로 인하여 FA 취득이 다음 시즌으로 미뤄졌고, 이러한 김주찬의 활약은 기아 타이거즈의 프런트가 굉장히 객관적인 잣대를 통하여 선수의 가치를 산출해냈다는 점을 알려주었다.

이처럼 선수의 가치를 환산하는 건 굉장히 복잡하고도 어려운 일이다. 어렵게 모셔온 FA 계약 선수가 큰 활약을 못 하고 부진에 빠지면 팀과 팬들은 모두 절망에 빠지게 된다. 이번 시즌 최형우와 100억에 FA 계약을 하면서 새로운 지평을 연 기아타이거즈는 과연 4년 후에 다시 한번 웃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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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개인이 운영하는 네이버 블로그에 오시면 보다 많은 자료를 보실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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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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