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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한 대중교통, 다양한 문화 시설, 소득 대비 저렴한 생활비와 거주비 그리고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도시 내 치안까지 좋은 도시를 판단하는 데는 수많은 기준이 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서 살아가고, 밀도가 높아짐에 따라 더욱 중요해지는 기준 중 하나는 도시가 얼마나 푸르냐는 것이다.

도시 내 수많은 공원, 하천 그리고 가로수와 발코니의 아기자기한 화분까지 도시를 푸르게 만드는 것은 다양하다. 공원 면적이 얼마나 넓은지, 보행권 내에 어떤 녹지들이 있는지는 도시 내 한 지역의 좋고 나쁨을 따지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중 도시의 녹지를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는 방식도 있다. 바로 도시 농업에 대한 것이다.

베를린 시 홈페이지의 문화와 실외활동(Kultur und Ausgehen)의 하위 카테고리로 도시 농업(Urban Gardening)을 따로 소개하는 페이지가 있을 정도로 그리고 도시 어디에서나 도시 농업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베를린에서의 도시 농업은 익숙한 주제이다. 익숙한 만큼 이미 다양하고 특색 있는 사연의 도시 농업이 존재하고 있고( 이전 기사: 섹시한 곳으로 만들어놓았더니 애먼 놈이 '꿀꺽'), 이번 기사를 통해서 소개할 곳은 템펠호프 공원 내에 위치한 알멘데 콘토어(Allmende Kontor) 공동체 정원이라는 장소다.

알멘데 콘토어 공동체 정원의 모습
 알멘데 콘토어 공동체 정원의 모습
ⓒ 신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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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공항부지의 경계였던 오더 거리(Oderstraße)에서 템펠호프 공원으로 들어서면 사진으로 쉽사리 담을 수 없을 만큼 넓게 펼쳐진 공원을 보게 된다. 이 곳에서 서서 주변을 둘러보면, 공원 한편에 언뜻 쓰레기를 쌓아놓은 공간처럼 보이기도 하는 장소가 보인다. 그곳이 바로 알멘데 콘토어 공동체 정원이다.

2010년 13명의 공동체 정원 운동가들이 알멘데 콘토어라는 시민 단체를 설립한다. 2011년 10개의 화단으로 시작하여 현재 약 900명의 사람들이 가꾸는 300여 개 화단으로 가득 찬 곳이 되었다. 이들은 템펠호프 공항 주민투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단체이기도 하다.

알멘데 콘토어 공동체 정원은 이제 템펠호프 공원을 찾는 사람이라면 한번 즈음은 지나치는 곳이 됐다. 그들이 꾸며놓은 DIY 가구에 앉아 쉬거나, 먹거나, 노래를 부르며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원 내 대표 공간이다.

공동체 정원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열려있고, 꾸며져 있다.
 공동체 정원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열려있고, 꾸며져 있다.
ⓒ 신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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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동체 정원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쉽게 이해하기는 어려운 공간이다. 공원이라는 공공 공간 안에 위치해 있지만, 900여 명의 사람이 300여 개의 화단을 가꾸며 직접 꾸밀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이라는 점이 그렇다. 화단을 개인적으로 가꾸는 이들이 있지만, 수많은 사람들은 이용을 위해 돈을 내지도 않고, 출입에 제한을 받지도 않는다. 도리어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다. 그 이유는 이 곳이 단순 공공 공간도 그리고 개인 공간도 아닌 도시 공유재(Urban Commons)이기 때문이다.

독일어 알멘데(Allmende)는 '공통의 모든 것'이라는 의미를 지닌 고대 고지(高地) 독일어(althochdeutsch) 알만데(Allmande)에서 유래했고, 지금도 '공통의 것'이라는 의미를 지니 고 있다. 그리고 콘토어(Kontor)는 중세시대에 사무실을 지칭하던 단어의 합성어다. 공통의 것을 다루는 사무실이 바로 알멘데 콘토어라는 시민 단체와 그들이 만든 공동체 정원의 특성을 정확히 설명한다. 

베를린 주말 농장의 모습
 베를린 주말 농장의 모습
ⓒ 신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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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는 전통적으로 도시 내외에 수많은 도시 농업 공간이 존재했다. 작은 정원(Kleingarten) 혹은 주말 농장(Schrebergarten)등으로 불리는 곳으로, 일반적으로 높고 낮은 담을 쌓은 채 개인이 운영하는 정원이다. 이웃과의 교류는 있지만, 그렇다고 알멘데 콘토어 공동체 정원처럼 누구나 쉽사리 드나들 수는 없는 사적인 공간이다.

공동체 정원이 특별함은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간이면서, 기존의 도시 농업의 전통을 이어가며 향유할 수 있는 절충적인 대안이기 때문이다. 도시 공유재로 알멘데 공동체 정원은 주말 농장의 개인 농장이라는 특징도 그리고 동시에 공공 정원으로의 누구나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특징도 모두 지니고 있다.

과거 미국의 생물학과 교수였던 개럿 하딘의 논문으로 유명해진 공유지의 비극이 상징하듯, 천연자원 등의 공유재에선 도시 공유재를 이용하는 사람들과 같이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고, 어떤 통제도 받지 않은 무임승차는 공유재의 비극을 만드는 주요 원인이었다.

앞선 설명처럼 전통적인 공유재와 도시 공유재는 그와 조금 다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수록, 이 장소는 더 좋은 공유재로 거듭나기 때문이다. 공공 공간에 더 많은 사람이 찾는 것이 더 좋은 공공 공간을 의미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물론 이 도시 공유재가 지속 가능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그 안에 정해진 규칙들을 서로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도시 공유재를 운영하는 이들은 장소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유지해야 한다. 알멘데 공동체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농업 공간의 식물, 과일을 무단으로 따거나, 그 안에 배치된 가구 등을 훼손하면 안 된다는 정도의 상식적인 규칙을 따라야 한다.

이러한 도시 공유재는 베를린뿐만 아니라, 세계 수많은 도시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되고 있다. 공공 공간이 어느 순간 개인 소유의 땅이 되고, 담장에 둘러싸이고, 출입이 허용되더라도 삼엄한 CCTV와 경비원에게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도시 공간의 변화가 늘어나며, 시민에 의해 관리되고, 모든 시민에게 열려있는 도시 공유재가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경남PRIDE상품에 기고된 글이다.



태그:#독일, #베를린, #공동체, #도시, #도시공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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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과 도시를 이야기합니다. 1. 유튜브: https://bit.ly/2Qbc3vT 2. 아카이빙 블로그: https://intro2berlin.tistory.com 3. 문의: intro2berlin@gmx.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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