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헬멧을 쓴 이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이토록 노력하고 있는 것일까.

흰 헬멧을 쓴 이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이토록 노력하고 있는 것일까. ⓒ 넷플릭스


<화이트 헬멧-시리아 민방위대(The White Helmets, 아래 <화이트 헬멧>)은 시리아 내전 한복판에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해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짧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올란도 반 아인시델 감독이 만든 2016년 작품이다. '화이트 헬멧'은 얼마 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단체인데, '시리아 민방위대'라는 부제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만든 의용소방대로 보면 된다.

영화는 시리아 알레포에서 '화이트 헬멧' 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세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알레포는 반군 거점으로 알려진 도시다. <화이트 헬멧>은 이들이 누구이고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 왜 이 일을 하게 됐는지 등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화이트 헬멧>은 완성도나 예술성이 높은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만든 이들이나 보는 이들이 그런 만듦새에 구애되지는 않을 듯하다. 영화는 바로 지금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을 보여주면서 반전(反戰)이라는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지옥에서 피어난 휴머니즘이라는 한 떨기 꽃을 직접 조명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화이트 헬멧>은 이들이 하는 일이 그야말로 목숨을 건 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들은 식사하다가도 폭격기 소음이 들리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그러고는 숨을 장소를 찾는 것이 아니라 폭탄이 떨어질 만한 장소로 달려간다. 불을 끄고 사람들을 구조하는 이들을 위협하는 것은 시야를 가리는 매캐한 연기와 먼지, 흔들리는 붕괴 직전의 건물만이 아니다.

가장 위험한 건 같은 지점에 재차 폭탄을 터뜨리는 2차 폭격.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러시아 폭격기가 '화이트 헬멧'을 목표로 집속탄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한다. 집속탄은 민간인 살상을 극대화하는 무기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런 위험천만한 일에 나선 것일까?


사람들은 최악의 상황에서 얼핏 이례적으로 보이는 선택을 하곤 한다. 영화 <사울의 아들>은 제2차 세계대전 홀로코스트 한복판에서 한 소년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남자 이야기를 보여줬고, 역시 같은 소재를 다룬 빅터 프랭클의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그 지옥에서도 소소한 도락을 찾거나 남을 돕는 등 소위 인간적인 삶을 잊지 않은 이들이 생존하는 기간이 길었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화이트 헬멧>에 나오는 대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전쟁 때문에 할 일이 없어진 사람들이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위험천만한 일을 선택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내일은 나아질 거예요. 항상 긍정적으로 미래를 바라보고 있어요", "희망이 없으면 죽고 말 거예요", "매일 이 일을 하는 건 제 의무이기 때문이에요, 인간의 의무요". 이들은 이렇게 자기 일을 설명한다. 이를 통해 영화가 강변하고자 하는 건 명확하다. 이런 선택은 결코 이례적인 것이 아니라는 거다.

바야흐로 6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내전이 알-아사드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군 승리로 귀결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주간지 <뉴스위크>는 최근호(한국판 1253호)에서 시리아 분석가들의 견해를 빌려, 아사드 정권을 그대로 두는 것이 내전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며, 시리아에 사는 민간인과 해외 난민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화이트 헬멧>에 나오는 사람들의 생사는 현재로썬 알지 못한다. 지금 알레포 전황을 감안하면 어쩌면 더는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들의 좌우명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이다.

"한 생명을 구하는 건 인류 전체를 구하는 것이다."

 영화 <화이트 헬멧>, 넷플릭스에서 꼭 챙겨봐야 할 작품 중 하나이다.

영화 <화이트 헬멧>, 넷플릭스에서 꼭 챙겨봐야 할 작품 중 하나이다. ⓒ 넷플릭스



화이트헬멧 시리아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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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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