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FA 시장에서 재계약을 통해 소속 팀 잔류를 결정했던 SK 와이번스의 에이스 김광현이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이하 토미 존 서저리)을 받기로 결정한 것이다. 수술 후 재활에만 1년 정도 걸리는 만큼 2017년에는 마운드에 선 김광현의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SK와 FA 계약을 마친 김광현은 지난 4일 밤 일본 요코하마로 출국했다. 5일 미나미 공제병원에서 부상 부위에 대한 정밀 검진을 받은 뒤 귀국했으며, 6일 검사 결과가 발표됐다. 김광현과 SK 구단은 심사숙고 끝에 수술을 결정했다.

사실 김광현의 팔꿈치 상태는 국내 병원에서 검진을 했을 때 이미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착실하게 재활하면 일정한 시간 동안 기량 유지는 가능했지만 결국 팔꿈치에 또 탈이 날 가능성이 있었다.

수술은 일본 미나미 공제병원과 일정을 조율한 뒤에 한다. 구단 측에서는 트레이 힐만 감독 및 코치들과 상의 하에 몸 상태가 완벽하다고 판단되면 실전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빠르게 복귀하면 10개월 정도의 재활 후 내년 시즌 막판에 복귀할 수는 있지만 무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수 생활 첫 수술, 처음으로 맞은 안식년

김광현은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SK에 입단했던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장기간 쉰 적이 없었다. 2007년은 20경기 등판에 그쳤지만 데뷔 초기라 2군에 머무른 시간이 다소 많았다. 2009년 138.1이닝에 그친 것은 8월 2일 김현수(현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직선타를 맞았던 탓이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SK는 3번의 한국 시리즈 챔피언과 준우승을 차지했다. 3번의 한국 시리즈 챔피언을 차지할 때는 모두 김광현이 있었는데, 이 때 김광현이 시즌을 두 달 일찍 마감한 연유로 2009년 한국 시리즈에는 김광현이 없었고, SK는 7차전 혈투 끝에 KIA 타이거즈에 아쉽게 패했다.

2010년 시즌을 마친 뒤 겨울에 발생했던 부상의 후유증으로 2011년 부진했고, 이후 어깨 부상으로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어깨를 수술하면 재활에만 1년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리고, 완벽한 회복도 장담할 수 없었기에 김광현은 2012년 5월까지 재활에 집중했다.

재활 끝에 2012년 여름에 돌아왔으나 시즌 후 어깨 통증이 재발하면서 2013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에 뛰지 못했다. 이후 개막에 맞춰 복귀했지만 선발과 구원을 오갔던 탓에 133이닝에 그쳤다.

2016년 여름에도 김광현은 한때 선발 로테이션을 걸렀다. 팔꿈치 굴곡근 미세 손상으로 발표되었는데, 이 때 팔꿈치 내측 측부인대 손상이 발견되었던 상태였다. 다만 FA를 앞두고 있었기에 굴곡근 손상만 발표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러한 경우들을 제외하면 김광현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큰 부상이 없었던 투수였다. 류현진이 동산고등학교 시절에 토미 존 서저리를 받았던 것과 달리 김광현은 학창 시절부터 선수 생활을 이어오는 동안 수술을 받지 않았다.

혹사 논란이 컸던 기존 학교 시스템과 KBO리그에서 롱런한 선발투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광현은 상대적으로 내구성이 뛰어났다. 건강했던 시즌에는 위력적인 구위를 선보였으며, 어깨 부상도 재활을 통해 이를 이겨낸 선수였다.

그나마 팔꿈치의 경우는 어깨에 비하면 의학적인 치료 기술이 많이 발전한 상태다. 수술을 받고 재활에 성공하면 구위를 회복하고 선수 생명을 더 늘릴 수도 있다. 정민태(한화 이글스 코치)가 KBO리그 선수들 중 최초로 이 수술을 받았다.

류현진,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이 수술 후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갔던 사례들이다. 특히 권오준(삼성 라이온즈)의 경우는 이 수술을 3번이나 받았다. 이 수술의 경우는 일상 생활에 비교적 지장이 없는 신체의 다른 부위 힘줄을 일부 떼어 팔꿈치에 이식하는데, 수술 자체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다만 이 힘줄이 인대처럼 재생되고 재활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큰 인내가 필요하다. 무리해서 빨리 복귀하려고 했다가 오히려 선수 수명을 더 단축시키는 경우도 많았다. 이 때문에 보다 확실한 재활을 위해 김광현은 2017년을 쉬게 됐다.

김광현 없는 2017년, SK의 대비책은?

이 때문에 김광현은 해외 진출에 대한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FA 시장에서 100억원(최형우, KIA 타이거즈) 계약이 나오기도 했지만, 김광현은 4년 85억원에 재계약했다. 다만 수술로 인하여 시즌을 날리게 되는 2017년에도 연봉 9억원은 모두 받는다.

대신 김광현의 계약은 최소 조건이 4년 85억원이다. 부상 이후에 다시 예전의 구위를 회복할 경우 달성할 기록들을 위해 다양한 옵션이 준비되어 있다. 이 옵션들을 채울 경우 김광현은 100억원 이상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서비스 타임 4년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다음 FA 자격은 2021년 겨울로 1년 늦어진다.

이렇다 해도 당장 SK는 에이스 없이 2017년을 보내야 한다. 김광현과 메릴 켈리의 원투 펀치 조합 대신 그 빈 자리를 메울 투수들을 찾아야 한다. 윤희상, 박종훈, 문승원, 채병용, 문광은 등이 SK의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갈 수 있는 선수들로 스프링 캠프에서 선발 로테이션 진입 경쟁이 예상된다.

이렇게 해서 한국인 선수들 중 선발 3명을 채울 순 있다. 그러나 김광현의 부재로 인하여 향후 영입할 외국인 선발투수를 구하기 위해 SK의 민경삼 단장이 직접 미국으로 출국했다. 김광현의 자리를 메워야 하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윈터 미팅 현장에 가서 특급 용병과 직접 협상하겠다는 분위기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어떤 투수를 데려오더라도 SK에서 김광현이 시즌을 통째로 날린다는 점에서 그 존재감을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최초로 메이저리그와 NPB, 그리고 KBO리그 3개 리그 감독을 모두 역임하는 힐만 감독은 첫 시즌부터 난해한 과제에 봉착한 것이다.

WBC 엔트리 1명 또 이탈, 이에 대한 대책은?

한편 2017년 3월에 열리는 제 4회 WBC에 대한 예비 엔트리 50명의 명단은 이미 WBC 조직위원회(WBCI)에 제출된 상태다. 여기서 2월 6일까지 예비 엔트리 인원 중 28명을 확정하여 대회 조직위에 보내야 한다. 이후 엔트리를 변경하고자 할 경우에는 다음 라운드로 넘어갈 때 부상 선수의 대체만 가능하다.

당초 KBO리그 사무국에서는 10월 6일에 발표했던 예비 엔트리 50명 중 이용찬(두산 베어스)만 유희관(두산 베어스)으로 교체하여 제출했다. 이용찬의 경우 엔트리 발표 당일에 수술 일정이 발표되는 바람에 엔트리를 교체해야 했다.

게다가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경우 최근 음주운전 삼진아웃이 적용되어 운전면허가 취소될 상황에 놓여 있는 등 사회적 물의로 인하여 최종 엔트리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다. 해외 원정 도박 혐의를 인정한 오승환도 도덕적 이유로 대표팀 엔트리에서 빠졌다.

일단 대표팀의 예비 엔트리에서 선발투수 요원은 김광현을 포함하여 류제국(LG 트윈스), 신재영(넥센 히어로즈), 양현종(FA), 우규민(삼성 라이온즈), 유희관(두산 베어스), 윤희상(SK 와이번스), 이대은(군 입대 예정), 장원준(두산 베어스) 그리고 차우찬(FA) 10명이다. 이들 중 김광현을 제외한 9명 중에서 최종 엔트리를 추려야 한다.

9명 중에서 양현종과 차우찬은 해외 리그에 진출하게 된다면 새로운 리그에 적응해야 하는 문제로 2013년의 류현진과 마찬가지로 WBC에 참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실질적으로 군 입대 예정인 이대은까지 포함해도 7명 중에서 선발투수를 생각해 놓아야 한다.

양현종과 차우찬이 모두 해외 리그로 갈 경우 사실상 이번 FA 시장의 왼손 투수 빅3가 모두 빠지는 것이다. 류제국, 유희관, 장원준 등이 선발진을 맡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들 중에서도 국가대표 경력이 있었던 선수는 장원준 뿐이다.

이렇듯 김광현의 수술 소식은 소속 팀 SK 뿐만 아니라 대표팀 전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류현진이 KBO리그 역사상 20대 최초로 100승을 달성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98승을 기록한 뒤 메이저리그에 갔기 때문에 이 대기록의 주인공은 김광현 뿐이다.

단순히 한 팀의 에이스가 아니라 한국 야구에서도 존재감이 컸던 선수라서 김광현의 수술 소식은 상당히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김광현이 선수 생활 이래 처음으로 맞이하는 수술과 1년 이상의 기나긴 재활을 극복하고 다시 한 번 리그를 빛내는 투수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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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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