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공사가 22개월 만에 3연승 행진을 달리며 중위권 경쟁에 뛰어 들었다.

서남원 감독이 이끄는 KGC인삼공사는 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6-2017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GS칼텍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0, 25-17, 25-22)으로 완승을 거뒀다. 3연승의 상승세를 탄 인삼공사는 현대건설에게 세트득실률에서 뒤진 4위 자리를 유지했고 5위 GS칼텍스와의 승점 차를 6점으로 벌렸다.

외국인 선수 알레나 버그스마가 50%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30득점을 올렸고 슈퍼루키 지민경도 10득점을 기록했다. 센터 한수지는 2일 흥국생명전 5블로킹에 이어 이날도 3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견고한 벽을 쌓았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한수지가 불과 10개월 전까지 인삼공사의 주전 '세터'였다는 점이다.

프로입단 10년 만에 세터에서 공격수로 변신

 한수지는 지난 10년 동안 기복이 조금 심했던 평범한 세터였다.
ⓒ 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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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cm의 장신세터 한수지는 근영여고 시절부터 성인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릴 만큼 촉망 받던 대형 유망주였다. 한수지는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GS칼텍스에 입단한 후 데뷔 시즌 신인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의 GS칼텍스는 미완의 세터 한수지를 기다리기엔 당장의 성적이 급한 팀이었다.

GS칼텍스는 2007년 FA 이숙자(은퇴)와 정대영(도로공사)을 동시에 영입했고 한수지는 FA보상선수로 현대건설로 이적했다. 한수지는 현대건설에서 주전세터로 기회를 보장받았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결국 한수지는 2010년 또 한 번의 보상선수 이적으로 인삼공사의 유니폼을 입었다. 여자배구 전체가 기대하던 유망주가 프로 입단 5년 만에 세 번째 팀으로 이적한 것이다.

한수지에게 인삼공사는 기회의 땅이었다. 당장 성적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스스로 경기를 조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삼공사는 2011-2012 시즌 최고의 외국인 선수 몬타뇨를 앞세워 통합 우승을 차지했고 한수지는 챔피언팀의 주전세터로 활약했다. 한수지는 FA 자격을 얻은 후에도 인삼공사와 재계약하며 팀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하지만 한수지는 2012-2013 시즌을 앞두고 받은 건강검진에서 갑상선 암이 발견돼 수술을 받았고 전반기를 날려 버렸다. 인삼공사는 2013-2014시즌에만 정규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에 턱걸이했을 뿐 이후 두 시즌에서 모두 최하위를 기록하며 원년 우승팀의 체면을 구겼다. 한수지 역시 전성기 시절의 높고 빠른 토스워크를 보여주지 못하고 평범한 세터로 전락했다.

인삼공사에게 더욱 안타까운 사건은 2015-2016 시즌이 끝난 후에 터졌다. 팀의 주축이었던 백목화, 이연주와의 FA계약협상이 결렬되면서 순식간에 주전 2명을 잃은 것이다. 지난 4월 인삼공사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서남원 감독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에 서남원 감독은 '포지션 파괴'라는 파격을 단행했고 한수지는 공을 배급하는 세터에서 공격수로 변신을 시도했다.

센터 변신 첫 해에 블로킹 부문 2위에 오르며 맹활약

 한수지는 센터 변신 첫 시즌에 블로킹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한수지는 센터 변신 첫 시즌에 블로킹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한수지는 큰 신장을 앞세워 세터치고는 좋은 블로킹 능력을 자랑하던 선수다. 2012년 올스타전에서는 공격수들을 제치고 스파이크서브퀸을 차지했을 정도로 서브 능력도 출중하다. 서남원 감독이 세터였던 한수지를 공격수로 변신시킨 이유도 이런 한수지의 '공격 본능'을 믿었기 때문이다. 한수지는 라이트와 센터로 출전한 지난 9월 컵대회에서 MIP(기량발전상)에 오르며 공격수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

서남원 감독은 외국인 선수 알레나가 붙박이 라이트로 활약하고 있는 정규시즌에서 한수지를 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고교시절부터 배구를 시작한 장신센터 문명화의 기량이 아직 여물지 않았고 지난 시즌까지 센터로 활약하던 장영은이 레프트로 이동하면서 한수지는 이적생 유희옥과 함께 인삼공사의 중앙을 지키고 있다.

사실 센터로서 한수지의 기량은 아직 완벽하다고 할 수 없다. 주로 약속된 공격만 하는 센터 포지션임에도 공격 성공률이 28.5%에 불과하고 현대 여자배구 센터들이 필수적으로 장착해야 한다는 이동공격은 시도해 볼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후위에서는 리베로와 교체되는 경우가 많아 백어택을 시도할 기회도 드물다.

하지만 한수지에게는 블로킹이라는 특별한 무기가 있다. 한수지는 이번 시즌 11경기에서 총 35개의 블로킹을 성공시키며 7년 연속 블로킹 여왕이었던 양효진(현대건설)에 이어 블로킹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다. 한수지(세트당 0.85개)와 알레나(세트당 0.71개)가 전위에 있을 때 상대 공격수들은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인삼공사는 한수지를 통해 세터 2명을 쓰는 듯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주전 세터 이재은이 후위에 있거나 수비에 가담하느라 미처 토스 준비를 하지 못했을 때 한수지는 안정적인 2단 토스를 올릴 수 있다. '세터 한수지'는 기복이 심한 편이었지만 '센터 한수지'의 토스는 당연히 포지션 대비 최고 수준이다.

한수지는 올해로 프로 11년 차를 맞는다. 나이도 어느덧 20대 후반에 접어 들었고 실제 팀 내에서도 김해란 리베로와 이재은 세터에 이어 3번째로 연차가 높다. 하지만 공격수로서 한수지는 루키나 다름없다. 그리고 아직은 코트에서 모든 게 새롭기만 할 이 중고 신인 센터의 성장에 따라 이번 시즌 인삼공사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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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KGC인삼공사 한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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