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만성형 투수로 늦깍이 신인상을 차지했던 신재영(넥센 히어로즈)이 1군 2년차 연봉에 있어서도 잭팟을 터뜨렸다. 넥센 히어로즈는 6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 돔에 있는 구단 사무실에서 신재영과 2017년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

2016년 신재영의 연봉은 2700만원이었다. 그리고 신재영은 올 시즌 풀 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15승 7패 평균 자책점 3.90을 기록했다. 당초 리빌딩 시즌으로 하위권이 예상되었던 넥센은 신재영의 활약에 힘입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고, 신재영도 신인상을 수상했다.

넥센은 신재영의 활약에 큰 보답을 했다. 2016년 2700만원이었던 연봉을 1억1000만원까지 인상하여 계약한 것이다. 인상율은 307.4%다. 이는 넥센 구단 역사상 가장 높은 연봉 인상률이었다.

프로 입단 4년 만에 밟은 1군, 인고의 시간

1989년 11월 18일 생인 신재영은 본래 대전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2008 신인 드래프트에 나왔다. 체격 문제로 투구 폼을 사이드암으로 바꿨던 신재영은 당시 연고 구단이던 한화 이글스의 지명을 받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정작 지명을 받지 못하면서 단국대학교에 진학하게 됐다.

이후 국제 대회까지 출전하며 기량을 키웠던 신재영은 2011년 8월에 열린 2012 신인 드래프트에 다시 나왔다. 그러나 단국대에서 지나치게 많이 중용되던 탓에 무리했던 신재영은 이로 인해 구속이 떨어졌고, 8라운드 71번 지명으로 간신히 신생 구단이었던 NC 다이노스에 입단했다.

NC에 입단했지만 신재영은 NC 시절 1군 경기에 한 번도 등판하지 못했다. 2011년 여름에 창단한 NC는 2012년 KBO 퓨처스리그에만 참가했기 때문이었다.

신재영은 2012년 퓨처스리그에서도 다른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4경기 출전에 그쳤다. NC가 KBO리그에 처음으로 참가했던 2013년에도 1군에서는 뛰지 못했다. 그러다 시즌 도중 넥센과의 2:3 트레이드를 통하여 송신영(현 한화 이글스)과 함께 이적하게 됐다.

넥센으로 이적한 뒤 신재영은 비로소 퓨처스리그 풀 타임 시즌을 보냈다. 이후 경찰청 야구단에서 본격적으로 선발투수 경험을 쌓게 된 것이 신재영에게는 기회가 되었다. 2015년 퓨처스 북부리그 다승왕에 올랐던 신재영은 전역 후 넥센에서 본격적으로 풀 타임 선발 기회를 부여 받았던 것이다.

기회 놓치지 않았던 신재영

당시 넥센은 홀드왕 타이틀까지 차지했지만 선발 전환을 시도했던 한현희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게 되면서 사이드암 자원에 공백이 생겼다. 신재영은 2016년 4월 6일 1군 데뷔전에서 자신의 고향 연고 팀인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무사사구 데뷔전 선발승을 거뒀다.(역대 3번째)

물론 시즌 중 위기도 있었다. 왼손 타자들에게 유독 약하다는 것이 사이드암 투수들의 공통적 특징이었는데, 당시 속구와 슬라이더 2가지 구종으로 시즌을 시작했던 신재영에게도 약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신재영은 서클 체인지업과 싱커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추가하며 상대 팀들의 작전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재영의 활약으로 히어로즈 사상 처음으로 국내 투수가 단일 시즌 15승을 달성하게 되었다. 포스트 시즌에서도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로 등판했던 신재영은 팀의 득점지원 부족으로 패전투수가 되었지만 제 역할은 다 했다.

신재영의 신인상은 히어로즈 구단 역사상 2012년 서건창(현 넥센 히어로즈 주장) 이후 두 번째였다. 이러한 상징적인 기록을 세웠던 신재영에게 큰 폭의 연봉 인상은 예견된 일이었다. 그리고 넥센은 구단 역대 최고 인상률인 307.4%의 파격적인 대우를 했다.

신재영에게 예상되는 2년차 징크스와 과제

당초 신재영은 구속이 빠른 투수가 아니라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기교파 투수였다. 그렇다보니 제구가 잘 되는 날에는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지만, 간혹 제구에 애를 먹어서 얻어 맞는 경기도 더러 있었다.

또한 전반기에 앤디 밴 헤켄이 일본 무대에 도전한다고 잠시 자리를 비워 신재영은 신인 자격임에도 불구하고 넥센의 마운드를 이끌어야 했다. 후반기에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후반기 12경기 5승 4패 4.66에 그쳤는데, 이는 KBO리그 첫 풀 타임 시즌을 치르느라 체력적 한계가 온 탓이었다.

그러나 신재영은 2012년부터 군 복무 시절까지 포함해 4년 동안을 퓨처스리그에서만 뛰었던 선수였다. 갑자기 144경기나 되는 1군 팀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신재영이 새로운 변화구 장착을 시도하면서 시행 착오를 겪었던 점도 있다.

신재영과 마찬가지로 KBO리그에서 상대적으로 느린 공을 던지면서 활약하는 선발투수로는 왼손 투수 유희관(두산 베어스)이 있다. 유희관 역시 신재영과 마찬가지로 군 복무 이후 2013년에 빛을 봤던 선수로 2014년 리그 최다 피안타(202피안타)의 굴욕을 겪었던 풀 타임 2년차 징크스가 있었다.

그러나 유희관은 풀 타임 3년차였던 2015년 후반기 발목 부상으로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전반기에 쌓아 놓았던 임팩트가 강했던 유희관은 2015년 제 2회 최동원 상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신재영이나 유희관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구속이 느린 투수들이 리그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제구력을 예리하게 유지하는 방법 이외의 뾰족한 방법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단조로운 구종 조합으로 풀 시즌을 치를 경우 상대 팀에 철저하게 읽혀 배팅볼 투수가 될 위험성이 있다.

이 때문에 신재영은 올 시즌 중 시도했던 새로운 구종의 완성도를 더 높여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다만 선수 본인이 풀 타임 선발투수로 자리잡기까지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거쳤던 만큼 신재영의 2년차 징크스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프로 입단 4년 만에 신인상과 함께 구단 역대 최고 연봉 인상률이라는 보상을 받은 신재영이 다음 시즌 넥센의 선발 로테이션에서 어떤 활약을 선보일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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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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