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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속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물러나라!"를 외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5일 여수 백도 수중 사진입니다.
 물속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물러나라!"를 외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5일 여수 백도 수중 사진입니다.
ⓒ 박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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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날씨가 풀린다니."

지난 1일과 2일, 주변에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대체 왜 날씨가 풀려 다행이라는 걸까? 벌써 눈치 채셨을 겁니다. 하나같이 '촛불집회'가 열리는 토요일 날씨 걱정이었습니다. 지난 11월 26일 토요일 날씨가 추웠던 걸 기억한 것입니다. 날씨 걱정은 서울 광화문 광장과 각 지역에서 펼쳐질 광장 촛불에 참석하든 안하든 관계없이 마음은 이미 촛불에 가 있는 까닭에, 이왕이면 떨지 않길 바라는 국민의 이심전심이었습니다.

8쪽 병풍서 탄핵 촛불 든 국민의 내공을 보다

 여수 석천사 찻방에 있는 병풍입니다. 병풍의 여백에서 탄핵 정국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국민의 내공을 보았습니다.
 여수 석천사 찻방에 있는 병풍입니다. 병풍의 여백에서 탄핵 정국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국민의 내공을 보았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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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 석천사. 관세음보살 앞에 서서 숨을 크게 들이 쉬었습니다. 그리고 울화통 터지는 세상을 보았습니다. 정면에는 산에 가려 바다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범종루 쪽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산과 산 사이 뒤쪽으로 바다가 보였습니다. 바다는 피안의 세계였고, 고통과 물욕이 사라진 열반의 세계였습니다.

"스님 계십니까?"
"뉘십니까? 아예, 어서 오십시오."
"차 한 잔 마시러 왔습니다."
"찻방으로 들어오십시오."

먼저 자리 잡았습니다. 찻방 안쪽에 자리한 병풍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저번에 본 이후 계속 눈에 밟혔던 병풍입니다. 그림이라곤 바닥에 풀과 나무, 공중 한쪽에 구름이 다였습니다. 나머지 2/3가 여백이었습니다. 이 8쪽 짜리 병풍을 처음 본 순간, 어느 덜 떨어진 화가의 그리다 만 미완성품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매력 넘쳤습니다. 여백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 엄청났습니다. 무한내공에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가치를 알아보고 찻방에 떡 허니 걸어둔 자체가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부러웠습니다. 이런 병풍이라면 하나쯤 걸어두고 싶은 마음 굴뚝같습니다. 하지만 접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8쪽 병풍이 마치 탄핵 촛불을 든 우리 국민들의 내공처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진옥 스님과 차를 두고 마주 앉았습니다. 침묵 사이로 물 따르는 소리, 물 끓는 소리. 물로 다기를 데우는 소리, 목구멍으로 차 넘어가는 소리…. 찻방의 중심은 물소리였습니다. 화두는 자연스레 시국에 맞춰졌습니다. 탄핵과 촛불 정국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중도, 비우지 않으면 힘든 정도를 일깨우는 파사현정"

 산 사이로 보이는 바다가 궁극적으로 다달아야 할 피안의 세계 같습니다. 바로 국민의 힘의 원천입니다.
 산 사이로 보이는 바다가 궁극적으로 다달아야 할 피안의 세계 같습니다. 바로 국민의 힘의 원천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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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국이 어수선한데….
"어수선하지 않습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정치권과 다르게 국민들이 자기중심을 잘 잡고 있습니다. 현명한 민심입니다. 파사현정(破邪顯正), 다시 말해 사견이나 사도를 깨버리고 정도를 일깨우는 국민입니다."

- 탄핵 정국에서 새누리당이 '질서 있는 퇴진'을 외치는데 어떻게 봐야 합니까?
"새누리당이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박근혜 대통령을 왕으로 받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정을 유린한 박근혜에게 질서 있는 퇴진은 있을 수 없습니다. 탄핵을 통해 국민 권력을 되찾아야 합니다."

- 2일 탄핵하기로 했던 것이 9일로 연기된 상황입니다. 왔다 갔다 하는 정치권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국민의 요구에 맞게 정치권이 따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정당도 보장할 수 없습니다. 특히 국민의 당과 비박계의 갈지자 행보가 안타깝습니다. 이들은 전략적 캐스팅 보트를 쥐고 중도의 길로 가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건 눈치 보기일 뿐 중도가 아닙니다. 유교에서 말하는 '중도'는 물리적 중립이 아니라 옳고 그름에 대한 선택을 의미합니다."

- 유교에서 말하는 중도라 함은?
"정치에서 정파로 갈려 옳은 것을 택하지 않을 때 옳은 쪽을 선택하는 게 중도입니다. 당리당략에 따라 중간자적 입장에 서는 것이 아니라, 옳은 것에 힘을 실어 옳지 않은 것이 힘을 받지 않게 하는 것이 중도임을 알아야 합니다. 중도는 다 비우지 않으면 힘든 길입니다. 그래, 중도는 정도를 일깨우는 파사현정이라는 겁니다."

- 우리나라 정치에서 중도의 예를 들면?
"1986년 6월 항쟁 때 군사독재시대 잔재인 대통령 간선제를 배제하고 국민이 직접 뽑는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해 쟁취한 게 중도였습니다. 피를 흘리지 않고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을 국민 손으로 뽑자는 요구가 바로 올바른 길로 이끄는 중도의 힘이었습니다. 탄핵 정국도 마찬가집니다. 국민이 원하는 건 양극단의 선택이 아니라, 국가가 위태롭고 살기 힘드니까 박근혜 물러나라는 겁니다. 이런 국민의 요구와 다르게 움직이는 건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는 꼴입니다. 국민의 뜻에 따르는 게 중도입니다."

"탄핵이 부결될 경우 국회의원 총사퇴까지 각오해야"

 여수 마래산 석천사 진옥 스님.
 여수 마래산 석천사 진옥 스님.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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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핵이 부결될 경우 미칠 후폭풍은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이번 촛불은 정치권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국민이 헌법 유린을 보고 참지 않고 분노로 표출하는 것입니다. 이게 나라냐는 강력한 항의입니다. 탄핵이 부결될 때에는 새누리당 친박과 비박 뿐 아니라 민주당과 국민의 당도 존폐를 장담 못할 상황입니다. 탄핵이 부결될 경우 국회의원 총사퇴까지 각오해야 합니다."

- 국회의원 총사퇴를 거론하는 이유는?
"국민은 지금껏 대의 민주주의 폐해를 목격했습니다. 그래서 국민이 직접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광화문 광장 등으로 모이는 것입니다. 임진왜란 때 조선을 선조가 구했습니까? 선조 임금과 그 신하들은 백성을 버리고 피난 가기에 바빴습니다. 그런데도 나라를 구한 건 민초들입니다. 이제 국민은 더 이상 참지 않습니다. 국민을 등져서는 어느 것도 못합니다.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야 합니다."

- 탄핵 촛불을 높이든 국민의 힘은 어디에서 나왔습니까?
"4․19 혁명은 3․15 부정선거에서 촉발됐으나, 이면에는 이승만이 장기집권을 위해 부통령을 앞세워 뒤에서 왕 노릇하려니까 이를 국민이 원하지 않아 정권을 내린 것입니다. 5․16 쿠데타 이후 정권을 잡은 박정희 등 군부 세력들이 친일파 등 기득권 세력과 야합해 헌정 유린하는 바람에 민족정기를 바로 세울 기회가 박탈되었습니다. 또 전두환 노태우 등 군부의 쿠데타, 6월 항쟁, 김대중 노무현 정권 등을 거치면서 우리 국민은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이에 대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국민의 힘은 역사의 교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 역사에서 가정은 금물입니다만, 박근혜가 스승을 잘 만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최태민이 아니라, 좋은 인생의 스승을 만났다면 아마 박근혜는 대통령이 되지 않았을 겁니다. 좋은 스승은 박근혜가 그릇이 안 되는 걸 알고, 미리 정치를 못하게 했을 테니까. 본인도 가르침을 통해 그걸 알았을 겁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내려올 수밖에 없습니다!"

 여수 석천사 관세음보살입니다. 탄핵 촛불, 국민의 분노 굽어 살피시길...
 여수 석천사 관세음보살입니다. 탄핵 촛불, 국민의 분노 굽어 살피시길...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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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 탄핵 요구 결과는 어떻게 예상합니까?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내려올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이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국민은 더 이상 대통령이 꼼수를 부릴 수 없게 만들 것입니다."

- 광장으로 대변되는 촛불에 대해 평가한다면?
"촛불은 지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비폭력 평화 집회를 보면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성숙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국민들이 지난 총선 때 보여준 결과로도 증명됩니다. 망국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던 지역주의마저 극복 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민의를 읽지 못하기 때문에 국민이 촛불을 들고 나선 겁니다."

- 탄핵 촛불이 주는 교훈은?
"이제는 언제든지 정치인이 못하면 선거가 아니더라도 끌어내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치인들도 이런 변화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선거에서 당선되면 끝이 아니라, 잘못하면 끌어 내릴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 하고 싶은 말은?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모든 싸움은 욕심에서 나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간 양극단으로 흐르는 빈부격차를 줄이고 복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흘러야 합니다. 돈이 몇 조 있으면 뭐합니까. 짊어지고 갈 겁니까. 개도 안 물어갈 돈, 없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려 애써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지난 11월 22일 여수 소횡간도 해상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물러나라!"를 외쳤습니다.
 지난 11월 22일 여수 소횡간도 해상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물러나라!"를 외쳤습니다.
ⓒ 박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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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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