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스페셜> 관련기사
[기획-단막극1] 참 좋은 드라마인데... KBS가 좀 너무합니다
[기획-단막극2] 내 드라마 취향은? 이런 테스트는 이제껏 없었다

KBS <드라마스페셜>은 내년에도 계속될까. 답은 "그렇다"였다. 단막극 편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높아졌다. 분명 이는 올해 단막극이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결과이기도 하지만 또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한다.

어떻게 KBS는 수익성이 없는 단막극을 계속 유지시킬 수 있을까. 또 왜 매년 단막극 편수나 편성시간대는 변동될까. 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단막극을 방송할 수는 없는 걸까.

지난 11월 25일 KBS 별관에서 <드라마스페셜>을 총괄한 지병현 팀장과 만나 드라마스페셜의 오늘과 내일을 묻고 들었다. 다음은 지병현 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지병현 KBS <드라마스페셜> 팀장

지병현 KBS <드라마스페셜> 팀장 ⓒ KBS


- 총괄 팀장으로서 올해 <드라마스페셜>은 예년과 비교해 어땠나.
"회사 내부적으로도 올해 평이 좋았다. 단막극 시작하고 3편이 지났을 때 (총 10편) 내년에도 확실히 한다는 신호를 보내주었다. 예년에 비해 빠른 편이다."

- 일요일 오후 11시 40분으로 편성됐다. 아무래도 편성시간대의 아쉬움이 컸다.
"물론 좋은 시간대로 가려는 움직임은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다들 각자의 프로그램이 좋은 시간대로 가길 원한다. (웃음) 아마 다음에는 좀 더 좋은 시간대로 갈 수 있지 않을까. 단막극의 경우 특히 본방으로 보시는 분들도 많지만 방송이 끝난 후에 다운로드를 받아 보시는 분들도 있다. 비슷한 비율로 존재한다. 물론 좀 더 좋은 시간대였다면 좋았겠지만 우선 10편을 내보낸다는 것 자체에 대해 고마워하고 있다. 사업적인 측면으로 따지면 회사는 손해를 보면서 내는 것이니까."

- 수익성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단막극이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는 걸까.
"수익을 내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단막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6부작 대하드라마가 아닌 단막극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고, 공영방송이라면 그런 분들에게 서비스를 해야 한다. 또 단막은 전체 드라마 산업에서 무척 중요하기도 하고. 물론 사업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사업성 자체가 단막의 목표는 아니다."

 지난 9월 25일부터 방송된 2016 <드라마스페셜>이 11월 27일 끝을 맺었다.

올해 KBS <드라마스페셜> 단막극 중 '즐거운 나의 집'이 가장 높은 시청률(3.3%)을 기록했다. ⓒ KBS


- 단막이 전체 드라마 산업에서 중요하다?
"통상적으로 시장은 성공한 것을 따라가려고 한다. 로맨틱 코미디가 통하면 또 하려 하고 형사물이 터지면 형사물로 쭉 가려고 한다. 허니버터칩이 터지면 비슷한 상품이 나오는 것처럼. 시청자들이 좋아한다고 판명이 난 드라마 장르가 몇 가지 있다. 슬픈 정극이나 로맨틱 코미디 혹은 의학물. 계속 그런 것만 하다보면 드라마 산업 자체가 정체돼 버린다. 각박한 경쟁을 하다 보면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김치찌개를 좋아한다고 여의도의 모든 식당들이 김치찌개만 한다면 여의도 전체 상권이 망해버린다. 파스타도 하고 태국음식도 해야 한다.

단편은 이와 다른 걸 실험해보는 셈이다. '우리 방송 환경에서 이 정도 제작기간을 갖고 촬영했을 때 질적으로 이런 정도의 드라마가 나오네?' 이런 실험을. 물론 실험이 반드시 성공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 해봐야 안다. 예를 들어 우주SF 같은 아주 실험적인 장르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미니시리즈로 처음부터 해버리면 너무 위험하다. 아예 망해버릴 수도 있으니까. 또 신인 작가나 연출자 연기자도 계속 배출될 수 있게끔."

 지병현 KBS <드라마스페셜> 팀장

지병현 KBS <드라마스페셜> 팀장 ⓒ KBS


- 첫 단막인 '빨간선생님'이 나왔을 때, '이런 수준의 드라마라면 단막극을 계속 하자'는 말과 '10편이기 때문에 이 정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등의 말이 나왔다. KBS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나는 작가든 연출이든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느는 것 같다. 올해 방송됐던 10편의 단막극 중에 어떤 작품은 좋고 어떤 작품은 실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을 놓고 보자면 실패한 그 자체로 끝이 난 것은 아니다. 피디가 실패를 통해 더 배우고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스스로 반성하고 더 좋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면 더 좋아진다고 본다.

10편 정도로는 부족하다. 실질적으로 한 명이 1년에 1편의 단막을 만들다보면 안 그래야 하는데 욕심과 부담이 생긴다. 한 편의 드라마 속에 모든 걸 다 넣고 싶어 하지. 멜로도 휴머니즘도 다 넣다보면 실패하기 쉽다. 예를 들어 '나는 지질한 사람의 지질한 연애담만 다루겠다'고 생각해서 이 주제를 파면 오히려 걸작이 나온다. 1편밖에 만들지 못하니 모든 걸 다 쏟아내는 것 같다. 오히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질적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 그렇다면 '인간의 능력'이라는 측면이 아닌 회사의 예산으로 보자면 어떤가.
"좀 힘들다. (웃음) 사실 단막의 유지가 단막 자체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데서 수익이 많이 나면 단막에 더 돈을 쓸 여지가 있는 것이다. 올해는 <태양의 후예> 등이 잘 팔리고 드라마국의 성과가 좋다보니…. 회사가 운영을 하다가 정말 돈이 없으면 여기(단막)까지 하려 하지 않는다. 단막 자체의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이렇듯 종속적인 면이 없지 않다."

 <드라마스페셜> '한 여름의 꿈' 중 한 장면.

<드라마스페셜> '한 여름의 꿈' 중 한 장면. ⓒ KBS


- 드라마국의 성과에 따라 편수가 유동적일 수도 있겠다.
"변동될 여지가 있지만 10편이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가 잘 되면 늘어날 확률이 있지만 안 되더라도 10편이 한계다."

- 그렇다면 '단막극 편수 확대'가 내년 목표인가.
"기본 목표는 질을 높이는 것이고 편수는 '되면 좋은 것' 정도로 추진을 하고 있다. 어떻게 보자면 그것이 또 드라마의 전부일 수 있다.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 '드라마의 질적인 측면'이라는 것이 상당히 결과론적인 말인데.
"그렇다. 하지만 대본을 빨리 준비시킨다든지 콘셉트를 빨리 잡는다든지 같은 것들. 확률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더 주면 퀄리티가 좀 더 높아진다."

 지난 9월 25일부터 방송된 2016 <드라마스페셜>이 11월 27일 끝을 맺었다.

지난 9월 25일부터 방송된 2016 <드라마스페셜>이 11월 27일 끝을 맺었다. 사진은 <드라마스페셜> '국시집 여자'의 배우 전혜빈. ⓒ KBS



드라마스페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