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은 과연 재능에 비하여 불운한 선수일까. 아니면 과대평가받은 선수일까.

현재 한국축구의 유럽파 선수 중에 지동원만큼 평가하기 '애매한' 선수도 찾기 힘들다. 손흥민(토트넘)이나 기성용(스완지),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처럼 유럽무대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확실히 구축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김진수(호펜하임)나 박주호(도르트문트)처럼 아예 주전경쟁에서 밀려나거나 벤치만 달구고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 소속팀 경기에 꼬박꼬박 출장하는가하면 대표팀에서도 A매치 때마다 부름을 받고 있다. 그러나 꾸준한 기회에 비하여 기대에 부응할 정도의 실력을 보여줬다고 하기도 어렵다. 소속팀이나 대표팀에서나 전력에서 빼자니 아쉽고, 넣자니 부족한 계륵 같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사실 한국축구에서 지동원만큼 복받은 커리어를 지닌 선수도 찾기 힘들다. 약관 스무살의 나이에 조광래 감독의 눈에 띄어 성인대표팀에 발탁된 이래 불과 5년 사이에 아시안컵-올림픽-아시안게임-월드컵 등 각종 메이저대회를 두루 누볐고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통하여 병역혜택까지 받았다. 유럽무대에도 진출하여 축구선수들에게 꿈의 '빅리그'로 꼽히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수년째 활약하고 있다. 불과 20대 중반에 한국 축구선수로서 꿈꿀 수 있는 거의 모든 무대를 밟았다고 할만하다.

경력은 화려한데... 내실은 아쉬운 지동원

 1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아자디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4차전에서 한국 지동원이 오프사이드가 선언되자 안타까워하고 있다.

지난 10월 1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아자디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4차전에서 한국 지동원이 오프사이드가 선언되자 안타까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겉보기에 화려해보이는 경력과 달리, 내실은 아쉬웠다. 지동원이 소속팀에서 빛났던 시간은 클럽과 대표팀 모두 초창기에 몰려있다.

지동원의 한 시즌 클럽 최다골은 프로 데뷔 첫해인 2010년 전남에서 기록한 13골이다. 하지만 지동원이 유럽무대에 진출한 이후 지난 5년여간 각종 대회에서 기록한 득점을 모두 합쳐도 11골로 2010년의 기록에도 못미친다. 한 시즌으로 치면 평균 2.2골을 넣은 셈이다. 수비수나 미드필더도 아니고 공격수로서는 부끄러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지동원이 유럽무대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던 시기는 아우크스부르크 입단 첫해였던 2012-2013시즌, 임대 선수 신분으로 후반기에 합류하여 17경기에서 5골을 기록하며 팀을 강등위기에서 구해냈다. 선덜랜드(잉글랜드)와 도르트문트에서는 주전경쟁에서 철저히 밀렸고, 2015년 1월 아우크스부르크에 완전 이적으로 다시 복귀했지만 오히려 임대 시절만큼의 활약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동원이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2기 시절(2014-2015시즌)부터 완전 이적 이후 올 시즌까지 지난 3년간 기록한 득점은 모두 합쳐도 단 4골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리그 득점으로 국한하면 단 2골이다. 임대 2기 시절 12경기에서 1골에 그쳤고, 2015-2016시즌에는 포칼컵(FA컵)과 유로파리그에서만 각 1골씩을 기록했을 뿐 리그에서는 21경기 무득점에 그쳤다. 올 시즌에도 지동원은 12경기에 나서서 고작 1골에 머물고 있다. 9월 30일 라이프치히전에서 마수걸이 골을 넣은 후 다시 2개월째 침묵중이다.

2014-2015시즌은 전반기까지 도르트문트에서 아예 한 경기도 출장하지 못하다가 후반기에 뒤늦게 아우크스에 합류하여 컨디션이 크게 떨어진 상태였고, 2015-2016시즌은 21경기 중 선발출전은 고작 7경기에 불과했을 만큼 기회를 충분히 얻지못했다는 핑계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디르크 슈스터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속에 12경기 중 무려 10경기에서 선발로 나서며 출전시간이 크게 늘어난 데다 포지션도 2선보다 원톱으로 꾸준히 기용되고 있음에도 빈곤한 득점력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물론 아우크스부르크가 올 시즌 주축 공격수들의 줄부상으로 수비적인 전술을 구사하느라 지동원이 최전방에서 동료들의 지원을 받지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감안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수비적인 팀이라고 해도 주어진 상황과 전술하에서 최소한의 활로를 찾는 것이 공격수의 역할이라고 했을 때 지동원의 성적표는 낙제점이다. 지동원이 아무리 연계에 능하고 이타적인 플레이가 장점이라고 해도 본업은 어디까지나 골을 넣거나 최소한 팀의 공격기회를 창출해야 할 의무가 있는 공격수다.

3년간 단 4골을 넣은 외국인 공격수에게 꾸준히 기회를 주는 팀은 세계적으로도 찾기 힘들다. 어떤 면에서 지동원의 가장 대단한 점은 이런 성적에도 꾸준히 유럽무대에서 수년간 버티고 있다는 그 자체다. 특히 지동원에게는 아우크스부르크를 만난 것이 그의 유럽무대 경력에서 거의 유일하게 잘한 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팀에서의 성적표를 살펴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동원은 2010년 12월 30일 시리아전에 데뷔전 데뷔골을 기록한 이후 총 A매치 A매치 42경기에 출전하여 10골을 넣었는데 이중 8골이 2011년까지 첫 1년간에 몰아친 득점이다. 하지만 최근 5년간은 A매치 31경기에서 단 2골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지동원을 처음 대표팀에 발탁했던 조광래 감독이 경질된 이후 최강희호와 홍명보호에서 지동원은 이전만큼 중용되지 못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최종엔트리에 발탁되었으나 소속팀에서의 부진으로 경기력이 떨어졌고 우려한대로 월드컵에서도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여 박주영, 정성룡, 김보경, 윤석영 등과 함께 '의리축구'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슈틸리케호의 핵심 지동원, '실력을 보여줘'

이후 한동안 대표팀에서 멀어졌던 지동원은 2015년 말부터 슈틸리케호의 핵심 멤버로 다시 중용되기 시작했다. 지동원은 슈틸리케호 첫 승선이었던 2015년 10월 13일 자메이카와의 친선전에서 4년 만의 A매치 득점포를 재가동했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5차전까지 전 경기에 출전하여 지난 10월 6일 카타르와의 최종예선 3차전에서 1골을 기록했다.

참고로 슈틸리케호의 최종예선 5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출전한 선수는 주장이자 부동의 에이스인 기성용과 지동원, 단 2명 뿐이다. 원조 황태자였던 이정협마저 최종예선에서는 지난 우즈베키스탄과의 5차전에서야 처음 발탁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슈틸리케 감독이 지동원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굳건한지를 보여준다. 당초 슈틸리케 감독의 플랜 A이던 이정협이 K리그에서 부진을 겪으며 대표팀에서 한동안 밀려나자 이정협과 비슷하게 연계능력과 활동량이 뛰어나고 2선에서도 활약할수 있는 범용성을 갖춘 지동원이 대체자로서 중용받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신뢰에 부응할 만큼의 활약은 보여주지 못했다. 지동원은 최종예선에서 슈틸리케호의 공격수 중 가장 많은 3경기에서 원톱으로 출전했으나 한 골도 넣지못했다. 슈틸리케호는 지동원을 비롯하여 최종예선에서 최전방 공격수(석현준, 이정협, 김신욱)가 기록한 득점이 아직 전무하다. 지동원이 유일한 득점을 기록한 카타르전에서는 2선의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했다. 하지만 석현준과 이정협은 고작 1경기에만 선발출전하여 그나마 일찍 교체됐고, 김신욱은 후반에 투입되어 짧은 시간을 소화한 것을 감안하면 무득점이라고 해서 지동원과 단순하게 비교하기는 어렵다.

공격수로서 지동원은 간간이 좋은 활약을 펼칠 때도 있었지만 기복도 매우 심했다. 비교적 정상적인 승부를  펼쳤던 중국과 카타르전에서는 준수한 모습을 보였지만 라인을 내리고 두터운 수비를 내세운시리아와 이란전에서는 부진했다. 특히 지난 우즈벡과의 5차전에서는 2선 공격수로 기용되었으나 경기 템포를 자꾸 끊어먹는다는 혹평과 함께 하마터면 패배의 주범이 될 뻔했을 정도로 무기력한 플레이를 펼쳤다. 오히려 지동원과 교체투입된 이재성(전북)이 더 좋은 모습을 보이며 후반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하자 지동원의 영양가는 더욱 논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 몇 경기 혹은 몇 달 정도 부진한 것은 불운하다고 할수 있지만 프로 데뷔와 유럽 진출 이후 벌써 수년이 흘렀고 클럽과 대표팀에서 그 누구보다 꾸준한 기회를 주었는데도 계속 그 자리라면 실력이 거기까지라고 봐야한다. 1년에 평균 3~4골도 못넣는 공격수를 과연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까. 그리고 그런 선수가 유럽파라는 이유만으로 대표팀에는 무조건 주전으로 기용되는 상황을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냉정히 말해 이제까지의 지동원은 보여준 실력에 비하여 감독 복이 더 좋은 선수였다. 대표팀에서 조광래와 홍명보, 슈틸리케, 클럽팀에서는 마르쿠스 바인지를과 디르크 슈스커 같이 지동원을 믿고 꾸준히 기회를 주는 감독들을 연이어 만난 것은 선수로서 가장 큰 축복이다.

한편으로 여러 감독들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큼 지동원에게 특별한 무엇이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이제는 그 특별함이 감독들만 기대하는 희망고문이 아니라, 그라운드 위에서 팬들도 납득시킬 수 있을 만큼의 경기력으로 증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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