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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2시 세종로 공원에서 열린 '농민대회 봉쇄 폭력경찰 규탄 및 박근혜 퇴진 농민결의대회'.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농민 1천여 명이 결의대회에 참여해 1시간 동안 '박근혜 퇴진'과 '쌀값인상'을 외쳤다.
 26일 오후 2시 세종로 공원에서 열린 '농민대회 봉쇄 폭력경찰 규탄 및 박근혜 퇴진 농민결의대회'.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농민 1천여 명이 결의대회에 참여해 1시간 동안 '박근혜 퇴진'과 '쌀값인상'을 외쳤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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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 얼굴에는 피곤과 함께 짙은 분노가 깔려 있었다. 경찰과 장시간 격렬한 실랑이를 벌인 뒤에 온 일종의 후유증이었다. 그러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촌철살인' 유머까지 넘쳤다.

전남 곡성에서 올라온 한 농민은 "이 나라는 현재 비아그라와 팔팔정이 세우고 있다(비아그라와 팔팔정 때문에 기울고 있다). 이제 우리 농민과 국민이 이 나라를 올바로 세우자"라고 비꼬았다. 청와대가 비아그라와 비아그라 복제약 팔팔정 등을 대거 구입한 사실을 신랄하게 꼬집은 발언이었다.

김재욱 전국농민회총연맹(아래 전농) 광주·전남도연맹 의장은 "클린턴이 당선하면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당선한 사례로 남을 것이었고, 트럼프가 당선하면 미국 최초 미친 대통령이 당선되는 것이었는데, 우리는 지난 2012년에 이거 한꺼번에 다 해냈다"라고 발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초의 여성대통령, 최초의 미친 대통령이라는 신랄한 비판이었다.

26일 오후 2시 세종로 공원에서 열린 '농민대회 봉쇄 폭력경찰 규탄 및 박근혜 퇴진 농민결의대회' 풍경이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농민 1천여 명이 결의대회에 참여해 1시간 동안 '박근혜 퇴진'과 '쌀값인상'을 외쳤다.

"막히면 뚫고 잡혀가면 또 다른 전봉준이 일어날 것"

김영호 전농 의장은 "오늘 짓고 있는 농사는 단순한 농사가 아니라 역사의 농사"라고 발언했다. "외세에 빌붙어서 농민을 탄압하고 남북을 갈라놓은 더러운 권력을 갈아엎는 농사"라고 설명하며 "농민이 앞장서 더러운 역사를 갈아엎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장이 말한 더러운 권력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이었다.

농민들은 '농민을 죽이고 농업을 박살내고 나라를 망치고, 민족을 팔아먹는 박근혜 정권이 퇴진할 때까지 우리는 끝까지 전진한다'는 제목의 결의문을 발표했다.

결의문에서 "백남기 농민을 죽이고도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았고, 쌀값이 폭락해도 미국놈 쌀을 수입하고 있다"고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다. 또한 "사드를 배치하기 위해 국토를 내주고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하는 등 국정을 포기한 박근혜가 지금도 민족을 팔아먹는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힐난했다.

농민들은 이어 "썩은 나라를 갈아엎고 민중세상을 열고자 한 동학농민 정신을 이어받아 전봉준 투쟁단을 만들었고, 지난 15일부터 지금까지 국민들의 협조와 응원 속에 질서 있게 행진했는데, 경찰이 불법·폭력적으로 (전봉준 투쟁단)의 집회를 방해했다"고 경찰을 비난하며 "막히면 뚫고 잡혀가면 또 다른 전봉준이 나서서(일어나) 농민 손으로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리고 나라다운 나라를 반드시 세울 것"이라고 결의했다.

26일 오후 2시 세종로 공원에서 열린 '농민대회 봉쇄 폭력경찰 규탄 및 박근혜 퇴진 농민결의대회'. 발언을 하고 있는 전봉준투쟁단 최상은 동군대장(오른쪽), 이효신 서군대장.
 26일 오후 2시 세종로 공원에서 열린 '농민대회 봉쇄 폭력경찰 규탄 및 박근혜 퇴진 농민결의대회'. 발언을 하고 있는 전봉준투쟁단 최상은 동군대장(오른쪽), 이효신 서군대장.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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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전농 의장 "경찰청장, 실무자까지 책임 묻겠다"

농민들은 '박근혜 즉각 퇴진 5차 범국민행동'에 참여하기 위해 25일 광화문으로 올라오면서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경찰이 경부고속도로 양재 나들목(IC)에서 트랙터 등 농기계를 싣고 상경하는 농민을 막아서자 농민들이 이에 격렬하게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농민 간 몸싸움이 발생해 김영호 전농 의장 등 3명이 부상을 당해 119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됐다. 그리고 농민 36명이 연행됐고 차량 약 29대가 견인됐다. 농민 100여 명은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고속도로에서 농성을 벌였다.

이 같은 대치 상황은 밤새 이어졌다. 26일 오전 농민들은 노숙농성을 끝내고 농기계 등을 고속도로에 세워둔 채 대중교통을 이용해 광화문으로 올라왔다. 전봉준 투쟁단 애초 계획은 트랙터, 농사용 트럭 등의 농기계 1천여 대 이상을 광화문에 집결시키는 것이었다.

경찰은 이날 집회금지 통고에 대한 법원의 집행정지 가처분도 무시하고 농민들의 상경을 원천봉쇄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이날 오후 "경찰이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부정하고 전봉준투쟁단의 상경을 불법적으로 가로막아 고속도로 정체가 발생했다. 이 상황은 전적으로 경찰 책임"이라는 논평을 발표하며 항의했지만, 경찰은 아랑곳하지 않고 농민들을 막았다.

이와 관련 김영호 전농 의장은 26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합법집회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자동차에 짚단과 벼가 실려 있다는 이유로 막았다. 경찰청장과 실무자에게까지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경한 의지를 밝혔다. 이어 "현재 쌀값이 80kg 10~11만원인데, 이거 개 사료 값만도 못하다"며 쌀값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의장은 "이 문제보다 역사왜곡, 외세의존으로 남북분단을 일으킨 지배세력을 갈아엎는게 중요하다. 현재 항쟁의 불길이 치솟았다. 국민들의 함성을 차벽으로 막지 못할 것이다. 농민이 당당히 일어서서 국민과 함께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태그:#전봉준 투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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