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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기사수정 : 11월 26일 오후 1시]

25일 밤, 양재 IC 부근에서 농민들을 막아 선 경찰.
 25일 밤, 양재 IC 부근에서 농민들을 막아 선 경찰.
ⓒ 유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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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트랙터를 몰고 서울로 진입하다 폭력 경찰에 가로막힌 후 연행되거나 부상당하신 농민분들, 밤새 차디찬 길바닥에서 노숙투쟁한 여성농민분들, 모두 무사하신지 모르겠다."

'200만 촛불 집회'를 하루 앞둔 25일 밤, 경찰들을 '전봉준 투쟁단'을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그리고 이어진 26일 새벽, 경찰들에게 진압당한 농민들도, 그걸 SNS를 통해 생중계 영상으로 지켜보고 공유하고 의견을 남기던 국민들도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경찰과 박근혜 정권을 향해 분노하고, 또 생사를 걱정해야 했다.

앞서 전국농민회총연맹(아래 전농) 소속 농민 100여명과 경찰은 오후 7시 이후 장시간 경부고속도로 양재나들목(IC)에서 대치했고, 결국 오후 10시 50분 이후 경찰이 강제 해산에 돌입했다. 이 강제 진압은 '미디어몽구'를 비롯해 양재나들목으로 달려간 몇몇 저널리스트와 활동가의 SNS 계정을 통해 전 세계로 중계됐다.

결국 수로, 물리력으로 밀어붙인 경찰은 농민 36명을 연행했고 농민들의 차량 29대를 견인 조치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경찰 카메라에 찍히며 피까지 흘린 김영호 전농 의장 등 3명이 구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다. 경찰에 밀린 후 골절상을 당한 한 농민이 출동한 119 구급대의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이송되는 과정 역시 그대로 영상으로 타전됐다.

총 5명의 농민이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노숙을 결정한 농민들은 그 자리에 비닐을 깔고 덮고 항의를 이어갔고, 그 광경을 영상으로 지켜보는 국민들은 함께 걱정하고 분노했다. '평화시위' 운운하던 이칠성 경찰청장 휘하의 경찰이 '200만 촛불집회'를 하루 앞두고 벌인 '폭력' 진압의 전말이다.   

농민들 "시민들이 고맙고 고맙다" 

26일 새벽, 양재 IC 부근에서 노숙 투쟁 중인 '전봉준 투쟁단' 농민들에게 전국에서 답지한 성원 물품들.
 26일 새벽, 양재 IC 부근에서 노숙 투쟁 중인 '전봉준 투쟁단' 농민들에게 전국에서 답지한 성원 물품들.
ⓒ 유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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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보급품이 밀려들다, 전봉준 투쟁단 선봉대 새벽 2시 상황.

오후 8시, 열흘 동안 상경했지만 목적지인 광화문을 코 앞에 두고 양재 IC 앞에서 경찰의 불법 봉쇄로 멈춰 선 전봉준 투쟁단 선봉대. 농기계와 트럭이 끌려가고 농민 36명이 연행, 농민 한 분은 강제 연행과정에서 경찰폭력으로 실신하여 병원에 실려 가셨다.

전원 검거, 전 차량 견인을 서초경찰서에서 호기롭게 외쳤지만 새벽 두시 현재, 견인도 검거도 없다. 대신 시민들의 보급품이 밀려 들고 있다. 핫팩, 음료, 야식이 줄을 잇고 있다. 박근혜는 자고 있나?"

전농 단양군 농민회장이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기도 한 유문철 회장이 26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전봉준 투쟁단' 소식이다. 25일 밤 이후 SNS는 경찰의 폭력 진압 영상을 접한 사용자들의 항의와 분노가 들끓고 있었다. 그 반응은 물리력을 동원한 경찰의 과잉 진압에 피해를 입은 농민들을 향한 위로와 성원으로 이어졌다.   

"더 많은 시민보급품이 밀려 들고, 전봉준투쟁단 새벽 3시 반 상황

마치 백남기 농민 장례식장을 보는 듯하다. 장례식장으로 밀려들던 수많은 물품들이 양재 IC 앞으로 오고 있다. 일가족, 연인, 직장인, 대학생, 주부. 새벽에 보급품을 두 손에 바리바리 싸들고 오신다.

이불, 담요, 장갑, 핫팩, 김밥, 국과 밥, 찌개, 어묵탕, 햄버거, 따뜻한 커피와 가지가지 음료. 한 페친께서는 편의점 따뜻한 음료를 몽땅 쓸어 오셨단다. 경찰들이 개돼지만도 못하게 마구 다루는 농민을 시민은 이렇게 아낀다. 고맙고 또 고맙다."

경찰이 농민들의 상경집회와 행진을 막아선 안 된다는 법원의 결정에도 서울 진입을 코앞에 둔 양재 IC에서 농민들을 막아선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서울에 진입하는 순간 농민들을 응원하기 위해 달려올 성난 시민들을 감당하지 못할 것을 경찰들 역시 인지하고 있어서일 테다.

꼼수를 부리다 못해 물리력까지 동원한 경찰을 향해 시민들이 분노를 쏟아내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법원은 트랙터를 집회에 사용하지 못하게 했을 뿐, 상경 자체를 금지한 것은 아니다"라던 전농 관계자의 말은, 옳다. "경찰이 법을 지키지 못하면 국민들은 누구를 믿어야 하느냐"던 한 SNS 사용자의 일갈도, 역시 옳다.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집회의 자유 보장"이라던 경찰의 거짓말

26일 새벽, 양재 IC 부근에서 노숙 투쟁을 벌이고 있는 농민들.
 26일 새벽, 양재 IC 부근에서 노숙 투쟁을 벌이고 있는 농민들.
ⓒ 유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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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25일 자정, 경찰의 진압 소식을 접하고 양재IC로 향했다. 이후 26일 아침까지 농민들과 함께 밤샘을 했다. 그 과정에서 표 의원은 "왜 국회의원들은 이 순간 보이지 않느냐"던 SNS 사용자들의 질타를 정치인들을 대표해 받기도 했다.

"대통령 공약이 쌀 수매가 '17만 원에서 21만 원으로 인상'인데 오히려 12만 원대로 하락, 백남기 농민 사망 등 분노한 농심 vs. 안전과 도심 교통 문제 책임져야할 경찰 입장 모두 이해 부탁드립니다. 박근혜가 문제죠. 계속 중재 노력하겠습니다."

그런데 그 '중재'가 화근이었다. 경찰대 교수 출신인 표 의원에게 "왜 경찰의 입장을 대변하느냐", "국회의원이지 경찰이 아니지 않느냐"는 질타가 쏟아진 것이다. 고 백남기 농민의 영결식이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 다시 한 번 농민들에게 가해진 물리력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표 의원에게 투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표 의원은 26일 오전 이러한 소감을 남겼다.

"밤 새며 농민분들께 많이 배웠습니다. 제겐 너무 고마운 기회였습니다. 부족하고 양에 안 차는 야당 혼도 많이 내셨지만 응원과 격려와 조언 및 지도도 많이 해 주셨습니다. 부모님 같고 형님 누님 같은 농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26일 밤, 양재 IC 부근에서 경찰의 진압에 막혀 노숙 투쟁을 벌이고 있는 농민들.
 26일 밤, 양재 IC 부근에서 경찰의 진압에 막혀 노숙 투쟁을 벌이고 있는 농민들.
ⓒ 유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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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집회의 자유는 보장하겠다."

한편, 지난 14일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거짓말이다. 이 '합법적'인 '집회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농민들에게는 없었던 걸까. 생계 수단인 트랙터를 열흘 넘게 몰고 서울로 상경하면서 "신나게 놀면서 싸우면서 올라갈 것"이라던 농민들의 집회는 법원의 허가 결정에도 불구하고 과잉 진압의 벽에 막혀야 했다.

영화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의 '한국판'이었던 '전봉준 투쟁단'의 트랙터 시위가 박근혜 대통령은, 경찰은 그렇게 무서웠던 걸까. 농민들이 고 백남기 농민의 한풀이를 대신할 거라 여겼던 걸까. 이미 한 주 내내 회자됐던 프랑스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에 대한 프랑스 경찰의 평화적인 대응은 한국사회에서는 요원한 일인 건가.

'전봉준 투쟁단'에 쏟아진 관심은 이 나라, 이 영토, 이 국토를 지켜나가는 국민으로서의 '농민'이 지닌 상징성 때문이리라. 일종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농민들. 그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트랙터까지 몰고서는 서울로 상경해 '200만 촛불'에 합류할 때, '박근혜 퇴진'을 주장하는 국민들이 느낄 감정과 그 상징성은 배가 될 수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경찰이 이를 두려워했으리라는 점은 쉬이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26일 오전 현재 '전봉준 투쟁단'을 비롯한 농민들이 광화문광장으로 집결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다행이다. 결국, 경찰만 우스운 꼴이 됐다. '전봉준 투쟁단'에 대한 경찰의 물리력 동원은 '평화' 운운했던 경찰이 국민들을 얼마나 기만하고 있는지를, 상황과 지시에 따라 돌변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증명한 꼴이 된 셈이다. 이를 지켜 본 국민들의 분노만 키운 꼴이 됐다.  

과연 '평화시위'를 거론하며 "합법적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던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경찰들의 '전봉준 투쟁단'에 대한 탄압이 '200만 촛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똑똑히 지켜 볼 일이다. 더불어, 26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릴 전무후무한 집회에 경찰이 다시 한 번 법원의 결정을 무시한 채 청와대 가는 길목을 어디서부터 막아서는지도 말이다.


태그:#전봉준투쟁단, #전농, #경찰, #박근혜퇴진,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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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비선실세' 최순실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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