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회 청룡영화상의 주인공은 <곡성>과 <내부자들>이었다. <내부자들>은 최고 영예인 최우수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고, <곡성>은 감독상, 남우조연상, 편집상, 음악상, 청정원 인기스타상까지 5관왕을 차지했다.

2016년은 <부산행> <아가씨> <밀정> <동주> 등 굵직한 작품들이 많았다. 그만큼 후보들 역시 쟁쟁했는데, 특히 김지운(밀정), 나홍진(곡성), 박찬욱(아가씨), 우민호(내부자들), 이준익(동주) 감독이 맞붙은 감독상, 강하나(귀향), 김태리(아가씨), 김환희(곡성), 윤주(나홀로 휴가), 정하담(스틸 플라워)가 후보에 오른 여자신인상은 그야말로 박빙이었다. 승자는 올 한해 극장가를 혼돈에 빠트린 <곡성>의 나홍진 감독과, 데뷔작으로 든든한 팬덤을 얻은 <아가씨>의 김태리였다.

천만 <부산행> 제친 <우리들>

 제37회 청룡영화상 이변의 주인공 <우리들>

제37회 청룡영화상 이변의 주인공 <우리들> ⓒ 엣나인필름


청룡영화상은 흥행만큼이나 작품성과 연기력을 중요하게 평가한다. 덕분에 저예산 영화라도 대작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었다. 지난해 <거인>으로 남자신인상을 받은 최우식이나, <한공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천우희가 바로 그 예다. 이런 '청룡다운' 수상자들은 '이변'이라 불리며 화제를 모았다.

올해의 이변은 신인감독상에서 나왔다. 국내 최초 좀비물 <부산행>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무서운 신예 감독 연상호를 비롯해, <검은 사제들> 장재현 감독, <검사외전> 이일형 감독, <굿바이 싱글> 이태곤 감독 등을 제치고, 저예산 독립영화 <우리들> 윤가은 감독이 그 주인공이 됐기 때문이다.

무대에 오른 윤가은 감독은 "정말 받을 줄 몰랐는데 너무 큰 상을 주셔서 영광스럽고, 무섭기도 하다. 앞으로 이런 영화 또 만들어도 된다는 응원과 격려고 알고 더 열심히 하겠다"는 수상소감을 말했다.

박찬욱 감독의 아빠 미소

 박찬욱 감독은 떨리는 목소리로 수상소감을 전하는 수상자들을 푸근한 '아빠 미소'로 지켜봤다.

박찬욱 감독은 떨리는 목소리로 수상소감을 전하는 수상자들을 푸근한 '아빠 미소'로 지켜봤다. ⓒ SBS


이날 시상식의 최고 신스틸러는 박찬욱 감독이었다. 영화 <아가씨>로 청룡영화상을 찾은 박찬욱 감독은 내내 흐뭇한 미소로 후배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특히 신인상을 받은 김태리, 신인감독상을 받은 윤가은 감독 등이 벌벌 떨며 더듬더듬 수상소감을 말할 때 등장한 그의 푸근한 '아빠 미소'는 훈훈함 그 자체였다.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아가씨> 류성희 미술감독을 대신해 미술상 수상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은 "다름을 동력 삼아 반 발짝씩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진보다"라는, 류성희 미술감독이 대리 수상을 부탁하며 보내온 문자 수상소감을 읽어나갔다. 이어 "박 감독님의 영화가 이러한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늘 그런 영화에 참여하게 되어 고맙다"는, 자신을 향한 감사 인사를 직접 읽으며 "어 이거 참"이라며 쑥스러운 듯 웃기도 했다.

 25일 청룡영화상 신 스틸러에 등극한 박찬욱 감독.

25일 청룡영화상 신 스틸러에 등극한 박찬욱 감독. ⓒ SBS


압권은 2부 오프닝 무대였던 '특종 비하인드'였다. 청룡영화상 리허설부터 대기실에 이르기까지, 공개되지 않은 청룡영화상의 백스테이지를 공개한 이 코너에서 박찬욱 감독은 내내 가방을 끌어안고 다니는 모습으로 등장해 웃음을 자아냈다.

코너 진행을 맡은 이특이 "가방 안에 중요한 물건이 들어있으면 머리 위로 동그라미를, 아니면 엑스를 그려달라"고 부탁하자, 머쓱한 듯 웃고 있던 박 감독은 동그라미를 그려 보였다. MC 김혜수는 "이 시간 이후 박찬욱 감독 가방에 대한 의혹과 궁금증이 더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더하기도 했다.

시상식서 만난 대배우들, 쿠니무라 준-송강호

'청룡영화상' 쿠니무라 준, 넘치는 노련미 25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7회 청룡영화상 레드카펫에서 영화 <곡성>의 배우 쿠니무라 준이 입장하고 있다.

▲ '청룡영화상' 쿠니무라 준, 넘치는 노련미 25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7회 청룡영화상 레드카펫에서 영화 <곡성>의 배우 쿠니무라 준이 입장하고 있다. ⓒ 이정민


송강호의 팬임을 자처했던 일본의 대배우 쿠니무라 준이 드디어 송강호와 만났다. 청정원 인기스타상을 받아 무대에 오른 쿠니무라 준은 "송강호의 열렬한 팬이라고 들었다. 오늘 혹시 만나봤느냐"는 김혜수에 질문에 눈을 번쩍 뜨고는 "와 계시느냐"고 되물었다. 김혜수가 객석의 송강호를 가리키자, 쿠니무라 준은 두 손을 모으고 인사했고 객석에 앉아있던 송강호도 자리에서 일어나 맞절을 했다.

 송강호를 향해 두 손을 모으고 인사하는 쿠니무라 준과 자리에서 일어나 맞절하는 송강호.

송강호를 향해 두 손을 모으고 인사하는 쿠니무라 준과 자리에서 일어나 맞절하는 송강호. ⓒ SBS


스태프상 시상을 위해 다시 무대에 오른 그는 "안녕하세요. <곡성>의 쿠니무라 준입니다. 청룡영화상에 초대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예전부터 저는 한국 영화를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살인의 추억> 송강호씨를 존경하고 있습니다. 오늘 만나 뵙게 돼서 정말 반갑습니다"라며 한국어로 준비한 인사말 속에 송강호를 향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날 쿠니무라 준은 청정원 인기스타상과 남우조연상까지, 개인으로는 유일하게 두 개의 트로피를 안았고, 오랫동안 좋아하던 송강호와도 만날 수 있었다. "시상식이 끝난 뒤 송강호와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겠다"던 쿠니무라 준에게 25일은 생에 최고의 날이지 않았을까?

아가씨 없는 <아가씨>팀

칸의 여왕을 향한 '아가씨' 김민희  배우 김민희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영화 <아가씨> 제작보고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의 조선을 배경으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아가씨 히데코(김민희 분)와 그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분),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김태리 분)와 아가씨의 후견인 코우즈키(조진웅 분)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위해 서로를 속고속이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박찬욱 감독이 <박쥐>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국내작품이다. 6월 개봉 예정.

지난 5월 2일 서울 중구 소공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영화 <아가씨>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던 김민희. ⓒ 이정민


관심을 모은 여우주연상은 <아가씨>의 김민희가 차지했다. '영화제의 꽃'이라 불리는 여우주연상이지만 정작 수상자는 자리에 없었다.

<아가씨> 속 히데코는 올 한 해 가장 눈에 띄는 여자 캐릭터였고, 이를 연기한 김민희의 연기 역시 출중했다. 하지만 김민희는 <아가씨> 상영 마무리 무렵 터진 홍상수 감독과의 스캔들로 세간에 자취를 감췄고, 수상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청룡은 개인사가 아닌, 김민희의 연기에만 집중했고, 김민희에게 수상 트로피를 안겼다.

'청룡영화상' 김태리, 신나는 레드카펫  25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7회 청룡영화상 레드카펫에서 영화 <아가씨>의 배우 김태리가 입장하고 있다.

▲ '청룡영화상' 김태리, 신나는 레드카펫 25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7회 청룡영화상 레드카펫에서 영화 <아가씨>의 배우 김태리가 입장하고 있다. ⓒ 이정민


여우주연상은 김민희를 대신해 <아가씨>의 윤석찬 프로듀서가 대리 수상했다. 윤 프로듀서는 "2013년부터 누구보다 열심히 해준 여배우다. 신인여우상 받은 김태리씨, 김민희 모두 너무 축하드린다. 외국어로 연기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외국어를 정복하고 멋진 연기 보여준 김민희 배우 축하하고 상은 잘 전달해 드리겠다"는 축하인사로 수상소감을 대신했다. 

일찌감치 김민희의 시상식 불참 소식이 알려졌지만, 김민희 팬들은 대거 참석해 시상식 내내 <아가씨> 팀이 호명될 때마다 환호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청룡영화상' 손예진, 옹주가 따로 없어!  25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7회 청룡영화상 레드카펫에서 영화 <덕혜옹주>의 배우 손예진이 입장하고 있다.

▲ '청룡영화상' 손예진, 옹주가 따로 없어! 25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7회 청룡영화상 레드카펫에서 영화 <덕혜옹주>의 배우 손예진이 입장하고 있다. ⓒ 이정민


정우성, '청룡영화상' 앞으로 나와!  25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7회 청룡영화상 레드카펫에서 영화 <아수라>의 배우 정우성이 입장하고 있다.

▲ 정우성, '청룡영화상' 앞으로 나와! 25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7회 청룡영화상 레드카펫에서 영화 <아수라>의 배우 정우성이 입장하고 있다. ⓒ 이정민


이외에도 '무쌍 연예인' 명단에 이름이 등장하자 짙은 쌍꺼풀을 만들어 보이던 하정우,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긴장했는데 인기상을 받아 긴장이 풀리네요", "남우주연상 후보로 왔는데 인기상을 주시네요"라는 재치 있는 수상소감을 전한 손예진과 정우성, 전년도 수상자인 아내 전혜진을 대신해 시상자로 무대에 선 '전혜진 남편 이선균', 함께 시상자로 선 이유영에게 세게 한 대 맞은 <부산행> 김의성 등 제37회 청룡영화상은 구석구석 웃음이 가득했다. 

'청룡영화상' 배두나-하정우, 명품의 위엄 25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7회 청룡영화상 레드카펫에서 영화 <터널>의 배우 배두나와 하정우가 입장하고 있다.

▲ '청룡영화상' 배두나-하정우, 명품의 위엄 25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7회 청룡영화상 레드카펫에서 영화 <터널>의 배우 배두나와 하정우가 입장하고 있다. ⓒ 이정민


'청룡영화상' 김의성, 명품의 카리스마 25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7회 청룡영화상 레드카펫에서 영화 <부산행>의 배우 김의성이 입장하고 있다.

▲ '청룡영화상' 김의성, 명품의 카리스마 25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7회 청룡영화상 레드카펫에서 영화 <부산행>의 배우 김의성이 입장하고 있다. ⓒ 이정민


제37회 청룡영화상 수상자
2016년 청룡영화상 수상자 내역은 다음과 같다.

▲ 최우수작품상: <내부자들>
▲ 감독상 : <곡성> 나홍진)
▲ 남우주연상 : <내부자들> 이병헌
▲ 여우주연상 : <아가씨> 김민희
▲ 남우조연상 : <곡성> 쿠니무라 준
▲ 여우조연상 : <검은 사제들> 박소담
▲ 신인남우상 : <동주> 박정민
▲ 신인여우상 : <아가씨> 김태리
▲ 신인감독상 : <우리들> 윤가은
▲ 촬영조명상 : <아수라> 이모개, 이성환
▲ 편집상 : <곡성> 김선민
▲ 각본상 : <동주> 신연식
▲ 미술상 : <아가씨> 류성희
▲ 음악상 : <곡성> 장영규, 달파란
▲ 기술상 : <부산행> 곽태용, 황효균
▲ 한국영화 최다관객상 : <부산행>
▲ 청정원 인기스타상 : 정우성, 배두나, 쿠니무라 준, 손예진
▲ 청정원 단편영화상 : <여름 밤> 이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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