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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몇 년 전부터 친정 7남매가 친정(전북 김제)에 모여 김장을 한답니다.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에(19일~20일) 김장을 했습니다. 날이 따뜻해 모두 덜 고생했고, 7남매 모두 김장을 마친 후 무사히 삶터로 돌아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김장은 무엇이 문제였는지 다른 해보다 맛이 좀 별로였답니다. 올해는 아이들이 갓 담아온 김치 한 접시만으로 밥 한 공기 뚝딱 해치울 만큼 숙성시키지 않고 우선 먹는 것만으로도 맛있어서 다행입니다. 보약도 이런 보약이 없다 생각이 들어 행복하기도 하고요.

 우리집은 무와 양파를 곱게 갈아 넣고 있습니다. 갓과 파만 송송 썰어 넣지요. 김치 사이사이에 커다랗게 썰은 무를 넣어 맛을 조절하고요. 훨씬 깔끔하고 시원하답니다.
 우리집은 무와 양파를 곱게 갈아 넣고 있습니다. 갓과 파만 송송 썰어 넣지요. 김치 사이사이에 커다랗게 썰은 무를 넣어 맛을 조절하고요. 훨씬 깔끔하고 시원하답니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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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도 동네 어르신 몇분이 도와주러 오셨습니다. 지난해 뵜던 분을 더 이상 볼 수 없고, 병석에 누워 있는 분도 있고...갈수록 비어가는 고향마을이 아픕니다.
 올해도 동네 어르신 몇분이 도와주러 오셨습니다. 지난해 뵜던 분을 더 이상 볼 수 없고, 병석에 누워 있는 분도 있고...갈수록 비어가는 고향마을이 아픕니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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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몽실가 김장'은 추석 전 배추 심는 것부터 시작된답니다. 몇 년째 칠남매가 모두 모여 하다 보니 김장 양부터 날짜까지, 조율이 쉽지 않답니다. 그래서 배추 심는 무렵부터  가족 메신저에 공지를 한답니다.

"이젠 김장 배추를 심어야 할 때입니다. 각자 얼마나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말해주세요. '우리는 지난해 5통이었는데 올해는 4통이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작년보다 더 많은 6통' 이런 식으로 댓글 다시오. 대답에 따라 부모님께서 양을 조절해 심어야 하니까요."

그 후 김장날짜를 잡기 위한 공지를 띄운답니다. 생활에 큰 지장 없이 모두 모일 수 있는 날짜를 잡으려면 최대한 빨리 공지를 해야만 합니다. 그러고도 중간에 다시 날짜를 조정하곤 하지요.

"배추가 어느 정도 자랐다. 작년에 비해 올해는 어떻다니 대략 언제쯤이 좋을 것 같다고 하신다. 그래서 모일과 모일, 이 둘 중 하나에 잡으려고 한다. 각자 어느 날이 좋은지, 왜 그런지, 어떤 날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안 된다면 왜 그런지 댓글 달아라."

이렇게 말이지요.

애초 11월 5일에 날짜를 잡았었는데요. 태풍에 잘 자라던 배추 일부가 주저앉아버려 배추 일부를 사야 하고 날씨가 너무 푹해, 그리고 두 형제에게 사정이 있어서 조정해 다시 잡은 김장 날짜였답니다.

그래도 김장하러 가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간 미리 잡힌 일정들 때문에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못했던 터라 더욱 그렇습니다. 마음은 자꾸 광화문으로 갑니다. 

이번에도 시간이 넉넉한 사람은 미리 내려가 배추 뽑는 것부터 양념준비까지 했답니다. 우리는 오전 7시 반쯤에 떠나 1시 30분쯤에야 도착했습니다. 먼저 도착한 형제들은 여름내 맛있는 것들을 먹는데 한몫 단단히 했던 마당의 화덕도 손질하고, 올가을 정비한 꽃밭 옆 묵은 땅을 걷어내고 다진다고 바쁘더군요.

오후 2시 무렵, 사정이 있어 일찍 출발하지 못한 두 동생네만 빼고 다섯 남매가 모였습니다. 어른 열 명은 무엇을 해도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인원이지요. 아들과 사위 따질 것 없이 남자들은 지난주 토요일 온종일 인디언 감자를 캐고 손질한다고 시간이 부족해 캐다 만 우엉을 캤습니다. 그리고 여자들은 먼저 간 형제들이 절여놓은 배추며, 무 등을 씻었습니다. 나중에 우엉을 다 뽑은 남자들이 일손을 거들면서 본격적인 김장이 시작됐지요.

정치-종교 이야기 안 했던 7남매, 이번엔 달랐다

"요즘엔 너무 후회스러워. 내가 왜 박근혜를 찍었는지 말도 못하게 부끄럽고 쓰리다니까!"

시국이 시국인 만큼 너나할 것 없이 잠깐 쉬는 그 틈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접한 뉴스들을 들려줍니다. 당연히 오후 내내 우리의 화제는 박근혜와 최순실이었죠. 눈에 띄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곤 하는 형부에게 "형부는 스마트폰 속에 애인이라도 감춰 뒀나 보네!"라며 웃으며 말했더니 보고 있던 시국관련 뉴스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7남매나 되다 보니 5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까지라 세대차이도 있을 수 있고, 며느리나 사위들의 고향도 여러 지역이랍니다. 이렇다 보니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다를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일부러 약속한 적은 없지만 우리는 형제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는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릅니다. 틈만 나면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전하기 바쁘고, 누군가 전하는 이야기에 하던 말을 멈추고 열심히 듣곤 하더군요. 다른 때 같으면 그동안 살면서 있었던 이야기를 했을 우리는, 이번엔 '박근혜-최순실' 관련 이야기로 꽃을 피웠답니다.

"난 그래도 문재인이 선동하는 것 같아 싫다. 빨갱이라잖아. 노무현도 빨갱이래잖아. 문재인이 원래 괜찮았던 사람인데, 노무현 비서 하면서 빨갱이가 됐다고 하더라. XX일보에 두 번이나 기사가 났단다."

우리 형제 중 누군가 "벌써 광화문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고 있다네!"라는 말에 언제 오셨는지 동네 어르신 한분이 말을 보태는 바람에 우리의 이야기는 잠깐 멈췄습니다.

바람직하지 못한 언론의 폐해가 바로 이런 것이지요. 사실이 아닌데도, 물론 근거조차 없는데도 조작에 따라 연루 근거가 될 만한 것을 가지고 일단 보도하고 보는 거죠. 결국 그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지만 처음의 잘못된 보도를 본 사람이 정정 보도를 꼭 보지 않을 수도 있고요. 또, 사람들은 사실이 아니라는 소식을 접해도 처음에 접한 충격적인 것이 더 강하게 기억되고, 애초 보도를 진실이라고 믿어버리는 경향이 강하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속성을 이용해 일부 바람직하지 못한 언론들은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하기도 하지요.

"고모. 정말 그 신문에 그런 기사가 났을까요? 절대 사실이 아니죠? 그렇다면 정말 못된 신문이네요. 그런데 왜 그렇게 거짓말하는 신문을 없애지 않는 거죠?"
"그러게 말이다. 없애야 하는데... 그치?"

너무나 답답하고 슬픈 현실입니다. 동네 어르신의 말에 한숨 쉬는 우리 뒤에 서서 구경하고 있던 초등학교 6학년 조카가 제게 묻습니다. 이렇게 궁색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 제 대답에 제가 더 답답해지고 말았습니다.

 해마다 김장하는 날에는 살아오며 있었던 일들로 이야기 꽃을 피우곤 했는데 올해는 시국 뉴스로 착잡하고 답답한 이야기만 되풀이했습니다.
 해마다 김장하는 날에는 살아오며 있었던 일들로 이야기 꽃을 피우곤 했는데 올해는 시국 뉴스로 착잡하고 답답한 이야기만 되풀이했습니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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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럿이 모여 하면 신경쓸 일이 훨씬 많아지지요. 양념이 모자라 나중에 넣는 통은 양념이 적게 들어가기도 하고요. 자칫 고만고만 비슷한 김치통들이 섞여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통을 골고루 버무리는 사람 옆에 놓아주거나 제짝 찾아 놓는 일을 전담해서 하는 형제도 있답니다.
 여럿이 모여 하면 신경쓸 일이 훨씬 많아지지요. 양념이 모자라 나중에 넣는 통은 양념이 적게 들어가기도 하고요. 자칫 고만고만 비슷한 김치통들이 섞여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통을 골고루 버무리는 사람 옆에 놓아주거나 제짝 찾아 놓는 일을 전담해서 하는 형제도 있답니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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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인 배추와 무 등을 모두 씻고 우리 형제는 마당에 불을 피운 후 고기도 구워 먹고, 포항에서 공수해 온 광어와 방어회도 먹으며 놀았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꽃피우다가도 결국 다시 화제는 박근혜와 최순실. 늦은 밤, 여동생과 누워 이야기하다 잠이 들었습니다.

"내일 버무려서 출발하려면 바쁘겠다. 많이 막힐텐데... 우린 7시 30분쯤 나섰는데 그때 도착한 거야. 니 형부 퇴근이 늦어 잠깐이라도 눈 붙이고 서너 시쯤 나선다는 게 그렇게 됐네. 오전 중에는 좀 덜 막힐까 했는데, 열 시도 안 되어 꽉 막히더라."

"6시 조금 넘어 출발했는데 그때도 막히던데? 이런 말 좀 그런데, 광화문에 가지..."

"촛불에 참여 안 했다고 하야 원치 않는 것은 아닌데. 그동안 사정 때문에 못나갔지만, 침묵하는 4천 몇 백 만에 포함되어 뜻과 달리 하야를 원치 않는 사람이 될지 몰라 26일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애들 데리고 나가려고. oo네(친정 남동생)도 나간대. 5일에 가려고 했는데 자신이 없더라고. 나처럼 폐소공포증 있는 사람들은 휩쓸리다가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으니까. 김 서방도 그동안 많이 바빴거든"

"맞아. 광우병하고 세월호 때 몇 번 나가봐서 아는데, 시청역 올라가는 계단 있잖아. 그 계단도 사람들로 꽉 차. 너처럼 폐소공포증 있는 사람들은 가급 바깥쪽에서 참여하는 것이 좋아. 이젠 김장도 끝났으니 꼭 나가자. 더 이상 안 나가면 후회하고, 두고두고 부끄럽겠지"

"아버지처럼 나이 드신 분들을 관광시켜줍네 하고 태워 지난번 어버이연합 시위 그런 거에 합류시킬까 걱정되기도 해. 아버지가 ㅇㅇ이 오빠(친정 남동생) 말은 무조건 믿는데…"

"그러게. 며칠 전 JTBC 뉴스 보니 선거 때부터 여론조작을 하며 별 치졸한 방법들이 다 동원됐더라. 아버지가 그리 분별없는 분은 아니지만, 그래도 속아서 갈수도 있으니 내일 ㅇㅇ이한테 그런데 절대 가시지 마라, 잘 모르는 여행은 절대 가시지 마라 알기 쉽게 말씀드리라고 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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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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