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캐나다와 평가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대표팀은 11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캐나다와 평가전에서 김보경과 이정협의 연속골에 힘입어 2-0으로 낙승했다. 오는 15일 이어지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과 단두대 매치를 앞두고 자신감을 찾을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캐나다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0위로 44위인 한국에 비해 약체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한국은 캐나다를 상대로 그동안 상대 전적에서는 밀리고 있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캐나다와 2승 1무 2패의 균형을 맞췄다. 

캐나다전의 성과는 역시 침체된 팀 분위기 전환과 플랜 B의 경쟁력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슈틸리케호는 최종예선에 접어들며 연이어 부진한 경기력으로 도마에 올랐다. A조 3위에 밀리며 월드컵 본선행에 빨간불이 들어왔고, 슈틸리케 감독의 팀운영과 잦은 설화는 불신을 초래했다. 최종예선의 분수령이 될 우즈벡과의 중요한 일전을 앞둔 상황에서 캐나다전까지 졸전을 펼쳤다면 대표팀의 분위기가 걷잡을수 없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었다. 다행히 슈틸리케호는 오랜만에 안정적인 경기를 펼치며 무실점 승리로 우즈벡전을 앞두고 일단 청신호를 밝혔다.

캐나다가 비록 전력이 약했고 시차적응 등으로 인하여 크게 위협적인 전력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한국도 최상의 전력이 아닌 것은 마찬가지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가벼운 부상을 안고있던 손흥민-기성용-이청용 같은 주력 선수들을 제외했다. 교체카드 6장을 모두 활용하며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점검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흘뒤 열릴 우즈벡전에 대비하여 주축 선수들의 체력를 안배하는 의미도 있었다.

하지만 슈틸리케호는 1.5군 위주의 라인업으로도 충분히 공격적인 경기운영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정협과 김보경이 오랜만에 대표팀에서 골맛을 보면서 기존 선수들의 자리를 대체할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골을 만들어가는 과정 역시 훌륭했다. 이정협은 득점 외에도 지속적으로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폭넓은 움직임과 활동량을 통하여 왜 자신이 슈틸리케 감독의 플랜 A인지를 증명했다.

실질적으로 이날 대표팀 공격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는 공격형 미드필더 남태희였다.  카타르리그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였지만 대표팀에서는 손흥민-이청용-구자철 등 유럽파들의 두터운 벽을 넘지못하여 출전기회가 그동안 제한적이었다. 유럽파들이 선발명단에서 빠진 캐나다전에서 남태희는 측면에서 기용되고도 뛰어난 개인기술을 바탕으로 2선을 폭넓게 아우르는 움직임을 보이며 공격을 이끌었다.

김보경의 선제골도 남태희의 날카로운 전진패스에서 시작됐다. 남태희는 이후로도 측면에서 드리블 돌파에 이은 크로스나,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감감적인 전진패스로 동료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며 이날 경기의 숨은 수훈갑으로 등극했다.

포백 수비라인은 지난 9월 시리아 원정 이후 3경기 만에 무실점을 기록했다. 전후반에 걸쳐 여러 선수들을 고르게 활용하며 변화가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무난했다. 예고한대로 그동안 몸에 맞지않는 풀백으로 자주 기용되었던 장현수가 중앙수비로 자리를 이동하면서 훨씬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카타르전에서 수비 실수로 '중국 현지화' 비난의 중심에 섰던 홍정호 역시 후반 김기희와 교체투입하여 준수한 수비를 보여주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슈틸리케호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었던 좌우 풀백은 이날 홍철을 제외한 4명의 선수들이 고르게 가동됐다. 박주호와 김창수가 선발로 나서고 후반에는 윤석영과 최철순이 교체투입됐다. 박주호가 수비에 치중했다면 김창수-윤석영-최철순은 오버래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남태희-지동원 등 2선 자원과 연계를 이루며 한국은 지난 최종예선전에 비하여 측면 공격이 다소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슈틸리케호에서는 그리 중용되지못하던 골키퍼 권순태 역시 안정적인 선방과 수비조율로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친선경기인 캐나다전의 결과에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직 조심스럽다. 슈틸리케호의 경기력이 개선된 면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캐나다가 예상보다 더 약했다는 것도 간과할수 없기 때문이다.

냉정히 말해 이날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중 절반 이상은 우즈벡전에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이청용 등 적지않은 주전급 선수들이 크고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으며 캐나다전에서는 중앙수비자원인 김기희 역시 부상을 입어 우려를 자아낸다.

기성용이 빠진 중원은 한국영과 정우영이 더블 볼란치를 형성했으나 전방으로 연결된 전진패스의 완성도와 경기조율 면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기성용이 결장하거나 부진한 경기에서 한국이 중원싸움에서 밀리는 장면은 슈틸리케호에겐 상당한 부담이 아닐수 없다.

한국은 그동안 장기였던 측면 플레이가 원활하지 못하여 고전을 면치못했다. 캐나다전에서는 모처럼 전문 풀백 등이 중용되며 개선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선수들 개개인의 컨디션과 체력은 완전하지 않았다. 박주호는 경기감각이 눈에 띄게 떨어진 모습이었고 윤석영과 김창수도 의욕에 비하여 크로스의 정교함나 효율성은 떨어졌다. 후반 교체로 투입한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활용한 플랜 B의 완성도 역시 의문부호로 남았다.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이라면 역시 소속팀에서 꾸준히 경기감각을 유지한 선수들. 자신에게 익숙한 포지션과 전술적 역할을 부여받은 선수들이 대체로 더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는 당연한 결과였다. 아울러 대표팀에서 끊임없는 경쟁체제 유지와 플랜 B의 실험이 왜 반드시 필요한지에 대한 이유를 보여준 경기이기도 했다. 캐나다전의 실험과 성과가 슈틸리케 감독에게 진짜 실전인 우즈벡전을 대비한 좋은 힌트가 되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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