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의 몸값 약 1천 680억원을 기록하며 유벤투스에서 맨유로 팀을 옮긴 폴 포그바, 사진=맨유 홈페이지 캡쳐)

(역대 최고의 몸값 약 1천 680억원을 기록하며 유벤투스에서 맨유로 팀을 옮긴 폴 포그바, 사진=맨유 홈페이지 캡쳐) ⓒ 이상훈


이적료가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상황에서 돈으로 축구를 살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축구 경제학자들은 많은 돈이 있으면 무조건 리그에서 상위권을 차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그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돈 이외에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판단해야 할 외부 요인들이 있다.

첼시, 맨시티와 같은 팀들이 돈 많은 구단주들에 힘입어 리그를 호령하는 강팀으로 변모한 것은 사실이다. 첼시의 아브라모비치, 맨시티의 만수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름이다. 팀을 180도 바꾸어놨고 매 시즌마다 놀라운 이적 시장 활약상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자본력을 어김없이 자랑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영국 프리미어리그 주요 구단의 이적료 지출에 대해 살펴보자.(* 겨울 이적시장 이적료는 배제하고 오직 여름 이적료만 계산한 값이다. EPL구단이 쓰는 핵심 이적료는 겨울보다는 여름 비중이 더 크기 때문이다. 또한, 임대, 밝혀지지 않은 이적료는 모두 제외한다.)

 (2012-2013 시즌부터 4시즌 간 프리미어리그 주요 구단의 이적료 지출 현황, 사진=상식축구)

(2012-2013 시즌부터 4시즌 간 프리미어리그 주요 구단의 이적료 지출 현황, 사진=상식축구) ⓒ 이상훈


대체로 첼시가 매 시즌마다 많이 쓰고 있지만 2014-2015 시즌 맨유와 맨시티가 각각 2071억과 1645억을 지출했다. 어마어마한 이적료이다. 게다가 이 두 구단은 2015-2016 시즌에 무려 2654억과 1834억을 이적료에만 쏟아 부었다. 정말 억억 소리가 난다. 턱이 빠질 것만 같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이적료를 지출하면서 프리미어리그를 제패하고자 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의 리그 순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12-2013 시즌 리그 1위부터 맨유, 맨시티, 첼시, 아스널, 토트넘, 에버튼, 리버풀
2013-2014 시즌 리그 1위부터 맨시티, 리버풀, 첼시, 아스널, 에버튼, 토트넘, 맨유
2014-2015 시즌 리그 1위부터 첼시, 맨시티, 아스널, 맨유, 토트넘, 리버풀
2015-2016 시즌 리그 1위부터 레스터, 아스널, 토트넘, 맨시티, 맨유, 사우스햄튼, 웨스트햄, 리버풀, 스토크시티, 첼시

그렇다면 이적료 지출의 비교 순위와 리그 순위를 종합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2012-2013 이적료 및 리그 현황

2012-2013 이적료 및 리그 현황 ⓒ 이상훈


 2013-2014 이적료 및 리그 현황

2013-2014 이적료 및 리그 현황 ⓒ 이상훈


 2014-2015 이적료 및 리그 현황

2014-2015 이적료 및 리그 현황 ⓒ 이상훈


 2015-2016 이적료 및 리그 현황

2015-2016 이적료 및 리그 현황 ⓒ 이상훈


이렇게 봤을 때 토트넘 같은 경우는 최근 들어 점점 잘하고 순위를 많이 끌어올린 팀이다. 과거 영입에 돈을 많이 들였고 최근 들어 2013-2014 시즌에 비해 잠잠하지만 그래도 많은 돈을 쓰고 있다. 돈을 쓰면서 리그 상위권에 계속 진입하려고 했고 결국 2011-2012 시즌처럼 다시 4위 안 진입에 성공했다. 토트넘처럼 돈을 많이 써서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쳐도 다른 팀의 경우를 살펴볼 때, 무조건 우승한다는 경제학적 관점은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012-2013 시즌 같은 경우 맨유가 이적료 지출 대비 5위에 해당하지만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에 감독이 교체된 2013-2014 시즌은 이적료 지출을 타 구단 대비 6위 정도로 사용하여 리그 7위로 마감했다. 또한, 2014-2015 시즌 맨유는 또 한 번의 감독 교체가 있었고 이적료 지출은 대비 1위였으나 리그 4위로 마감했다.

아스널의 경우, 매번 이적료 지출이 타 팀 대비 그리 높지 않은 순위에 위치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2015-2016 시즌 주요 구단에 비해 가장 낮은 이적료를 지출했음에도 리그 2위를 기록했다. 아스널은 되게 재미있는 팀 중 하나인데, 과거 에미레이츠 구장 건설 이후에 적자를 극복하기 위해서 벵거 감독은 유소년 유망 정책을 활용하였고 당시에도 리그에서 상당히 잘나갔었다. 예를 들면, 데니우손, 파브레가스, 나스리, 아데바요르 등 구단에서 키운 선수들과 그렇게 비싸지 않은 선수들을 영입하여 고효율을 보여준 적이 있다.

맨시티는 돈을 많이 쓰게 되면서 리그 1위를 차지했고 상위권에 계속 위치해 있다. 특히, 2013-2014 시즌에 1000억 원대를 돌파하였고 타 팀 대비 두번째로 많은 이적료를 사용하니까 리그 1위를 차지했다. 맨시티의 경우를 봤을 때 경제학적 논점이 어느 정도 맞다고는 할 수 있겠다.

첼시는 언제나 타 팀 대비 중간 정도의 이적료를 지출하는 양상을 보였는데 2015-2016 시즌이 가관이었다. 약 1000억을 쓰고도 리그 10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무리뉴 감독과 선수들 간의 태업 논란도 있었고 당시 팀닥터였던 카네이로와도 불화설이 터지며 상황은 악화되었다. 히딩크 감독으로 감독을 교체했으나 급한 불을 끄기에는 너무나 늦었다.

리버풀의 경우가 가장 마음이 아픈 사례이다. 2013-2014 시즌이 가장 최근의 리그 중에 제일 아까운 시즌이었을 텐데, 당시 리버풀은 약 673억, 타 팀 대비 4위 정도의 이적료를 지출하고 리그 2위를 기록했다. 그 이후에 어마어마한 이적료를 연달아 지출하고 있지만 성적은 따라 와주지 못했고 2014-2015 시즌 6위, 2015-2016 시즌 8위로 마감했다.

이렇게 봤을 때, 돈을 많이 쓴다고 해서 무조건 우승하거나 리그 상위권에 위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임대 선수는 표에서 제외되었음을 먼저 알고 있어야 한다. 2015-2016 시즌 우승팀인 레스터 시티는 해당 시즌에 약 629억을 사용했다. 아스널보다 많이 썼고 토트넘보다 적게 썼다.

애초에 레스터 시티는 돈을 쓰더라도 절대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렇게 돈을 써봤자 어차피 하위권 팀이었는데 누가 이들을 우승권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했겠는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예상을 모두 뒤엎어 버린 팀이 레스터 시티였다.

돈을 많이 사용하면 당연히 좋은 선수들을 데리고 올 수 있다. 너도 나도 데려오고 싶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선수들을 데려오고 싶어 하는 것은 모두가 바라는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럴 수 없고 시장에서 돈 많은 사람이 당연히 승리하게 된다. 그래서 본인이 원하는 선수를 데려오게 된다. 하지만, 돈이 다가 아니다. 우리는 돈 외의 것을 간과하고 있는데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축구의 본질 속에 숨겨져 있다.

어떤 감독이 팀을 맡았는지, 감독의 전술과 현재 구단에 소속되어 있는 선수들의 성향이 잘 어울리는지, 시너지가 맞는지, 어느 상황에서,어느 경기에서 어떤 심판을 만나냐, 선수들의 컨디션, 기후, 부상의 정도, 다른 팀의 상황, 선수들의 경력, 언제 어떤 시기에 어느 팀을 만나냐 등등. 여러 가지의 상황이 결부된다.

물론, 이런 세세한 부분을 어떻게 다 신경써야 하냐고 하겠지만 축구라는 스포츠가 그렇다. 모든 것이 하나가 되어 결과물로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 축구다. 또한, 유소년을 통해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앞서도 말했듯이 아스널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유소년 육성에도 얼마나 투자를 했는지도 관건이 될 수 있다.

경제학적인 관점으로 축구를 바라볼 때 우리가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단연 레스터 시티가 되겠다. 이들은 정말 어마어마한 일을 수행한 팀이다. 경제학자들의 콧대를 무너뜨릴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다반사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돈이 축구에 가져다주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회학적으로 봤을 때, 다른 외부 요인들의 비중도 무시할 수 없음을 강조할 수 있게 되었다.

더 나아가서, EPL구단의 이적료가 4년 동안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타 리그보다 더 많은 이적료를 지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작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이른바 '레바뮌꼬(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라고 불리는 팀이 상위권을 석권하고 있다.

겨우 지난 시즌, 2015-2016 시즌 4강에 프리미어리그의 맨시티가 올라갔을 뿐. 2014-2015 챔피언스리그에서는 8강에 프리미어리그 팀이 단 한 팀도 올라가지 못했으며 2013-2014 챔피언스리그에는 첼시가 4강, 2012-2013 시즌에는 8강에 프리미어리그 팀이 진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역대 최고치의 이적료는 주요 구단 외의 다른 구단들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을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어쨌든, 프리미어리그의 주요 구단이 많은 이적료를 사용하고 있지만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는 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축구는 단지 돈으로만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돈으로 최고의 선수들을 데려와서 리그를 호령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절대적이지는 않으며 그 외에도 우리가 살펴보아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축구가 그래서 재미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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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sang495)와 <빙글>, <스포탈코리아> '나만의 기자', 아이라이크 사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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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훈이식으로 상식을 뒤엎다라는 모토와 함께 상식축구라는 이름으로 축구 칼럼을 게시하고 있는 대학생 이상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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