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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하야 목소리가 거센 가운데, 1일 예은 아빠 유경근씨가 본인의 페이스북에 절절한 심정을 글로 적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을 담은 글이기에, 본인의 동의를 얻어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말]
예은 아빠 유경근씨가 1일 본인 페이스북에 쓴 글.
 예은 아빠 유경근씨가 1일 본인 페이스북에 쓴 글.
ⓒ 유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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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을 때, 잠시 희망을 가졌었다. 그러나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해 국회에서 단식농성을 하면서 매우 이상한 것들을 느꼈다.

'얼굴마담이구나. 대통령 뒤에 누군가가 있구나.'

지금 최순실이 핫이슈다. 하지만 최순실이 다가 아니다. 최순실을 이용해 박근혜를 '얼굴마담', '바지 대통령'으로 세우고 최순실이 해 먹은 것보다 수백 배, 수천 배를 더 해 먹은 것들이 있다.

이들은 지금 뒤에서 다소 긴장하면서 '조금 더 해먹을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입맛을 다시고 있을 것이다. 최순실을 구속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하더라도 이들은 또 다른 최순실과 박근혜를 찾아내어 앞세울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진짜 결정권자'가 아닐 수도 있는데...

나는 진심으로 현 정권이 세월호 참사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기를 바라왔다. 그래서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고 국가조사기구를 통한 진상조사가 잘 되기를 바랐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안전한 미래, 안전한 사회를 이루기 위한 정답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바람이 비록 현 정권에 반대하는 많은 시민에게 부족해 보이고 심지어는 한심해 보이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현 정권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외쳐왔다.

그러나 현 정권이, 박근혜 대통령이 '진짜 결정권자'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드러난 지금, 이러한 바람은 무의미해졌다. 현 정권,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를 해결할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럴 자격조차 없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걸 이제 알았느냐'고 질책하지 마시라. 몰랐던 게 아니라 세월호 피해자들은 그렇게 외쳐야만 했던 것뿐이다.

난... 우리 국민들이 좀 더 독하면 좋겠다. 최순실을 비롯한 일당들을 한 놈도 빠트리지 말고 구속, 처벌하고 그들이 불법적으로 축적한 재산을 다 찾아내 완전히 압수할 때까지. 그래서 징역을 살고 나온 후에 알거지가 되어버리게 해버리면 좋겠다.

검찰이 그동안 비판받던 대로 '엉터리 수사'와 기소를 한다면 그 검찰도 없애버리면 좋겠다. 법원이 계속 '이상한 판결'을 한다면 그 법원도 뒤집어 엎어버리면 좋겠다.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만일 안 한다면... 국민들이 강제집행을 하면 좋겠다. 우리에게는 이승만을 끌어내린 역사도 있지 않은가. 당장 이 정권을 끝내야 한다는 국민들의 바람을,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적극적으로 받지 않는 일부 야당이 정신 차리게 만들면 좋겠다.

끝까지, 독하게

유경근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자료사진).
 유경근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자료사진).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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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과 박근혜의 관계를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아니 이 허수아비들을 앞세워 자신들의 이익을 챙겨온 정치인들, 재벌들, 언론들을 이참에 부숴버리면 좋겠다. 박근혜를 닮아서인지 유체이탈을 시도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그 정치인들... 반드시 심판하면 좋겠다. 국민들이 끝까지 하면 좋겠다. 독하게. 때로는 잔인하게.

세월호 유가족이 이젠 별 얘기를 다 한다고, 목적이 뭐냐고, 그러면 보수적인 국민들의 지지를 어떻게 받느냐고 하지 마시라. 내 새끼는 무능력한 정부가 구조하지 못해서 죽은 게 아니라, 최순실과 박근혜를 앞세워 이 나라를 지배해 온 놈들이 수장시켜버린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폭탄을 짊어지고 청와대로, 새누리당으로, 검찰로, 재벌들에게로, 언론으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뿐이다. 만일 또 이전처럼 그럭저럭, 유야무야 넘어가게 된다면... 나는 폭탄이 되고 비수가 될 수밖에 없다. 정말 밝혀낼 수 없다면... 내 한이라도 풀어야 하지 않겠는가. 적어도 그게 내게는 당연한 권리 아니겠는가.


태그:#최순실, #세월호_참사, #비선실세, #국정농단, #박근혜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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