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스포츠를 막론하고 팬들은 2인자를 기억하지 않는다. 오로지 우승팀만 기억하기 나름이다. 하지만, 이번 롤드컵의 준우승팀인 삼성 갤럭시는 영원히 기억에 남을만하다.

30일 미국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2016 LoL World Championship(이하 롤드컵) 결승전에서 SKT T1이 삼성 갤럭시를 상대로 세트 스코어 3대 2로 승리하면서 3번째 롤드컵 우승이자 2년 연속 우승이라는 업적을 달성했다. 롤드컵이 올해 여섯 번째 대회임을 감안하면 정말 대단한 기록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10월 30일, 결승전이 LA에서 열렸다.

10월 30일, 결승전이 LA에서 열렸다. ⓒ Riot games


경기의 양상은 정말 치열했다. 2세트까지 SKT T1이 승리를 가져가자 모두가 예상했듯이 SKT T1이 우승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3세트부터 공기가 달라졌다. 앞선 세트에서 한 끗 차이로 졌던 패배의 요인인 채워지지 않았던 결정력이 3세트부터는 차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3세트는 71분 17초라는 역대 롤드컵 중 가장 긴 세트가 되었다. 이어, 4세트에서도 다시 끈질긴 승부 끝에 승리를 차지하면서 2대 2로 5세트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마지막 5세트도 치열한 경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오브젝트 관리에서 격차를 벌린 SKT T1이 후반으로 이어지자 우위를 가져갔다. 삼성 갤럭시는 조합에서 라인전에서 우위를 가져가야하는 이점을 가져가지 못한 채 경기를 내주면서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게 되었다.

롤드컵 시작 전, 삼성이 준우승을 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롤드컵 조편성 당시 중국의 절대적인 강자 RNG와 북미의 상징적인 TSM, 그리고 유럽의 스플라이스까지. 죽음의 D조에 속하면서 본선 진출도 힘들어 보였던 것이 사실이었다. 심지어, 롤드컵 첫 경기에서 TSM에게 패배하면서 좋지 않은 출발을 했었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이후, 조별 예선에서 5경기 전승으로 5승 1패를 거두면서 D조 1위로 진출하면서 8강에 진출했다. 삼성 갤럭시는 SKT T1과 함께 조별 예선에서 가장 좋은 승률로 본선에 진출하는데 성공했다. 이어진 8강에서는 전 SKT T1의 첫 우승주역인 '임팩트' 정언영이 버티고 있는 북미의 다크호스인 C9을 만났다. 그러나, 떠오르고 있는 탑라이너인 '큐베' 이성진이 압도를 하면서 3대 0으로 4강에 진출했고. 4강에서도 H2K를 만나 다시 3대 0으로 승리하면서 결승에 진출하는데 성공했다. 비록 결승에서 패배했지만, '페이커' 이상혁과 '벵기' 배성웅이 버티고 있는 SKT T1을 상대로 준우승을 거뒀다는 것은 정말 의미 있는 준우승이었다.

롤드컵 준우승까지 삼성은 정말 힘든 길을 걸었다. 과거, 전신이었던 MVP Ozone이 2013 롤챔스 스프링 우승을 시작으로, 2013-2014 윈터 준우승. 삼성 블루가 2014 롤챔프 스프링 우승, 2014 롤챔스 섬머 준우승을 한 경력이 있다. 거기에 삼성 화이트와 삼성 블루가 함께 나간 2014 마스터즈 리그에서는 SKT T1을 꺾으면서 우승한 바가 있다. 추가적으로 2014 롤드컵을 삼성 화이트가 우승하면서 삼성 왕조를 구축한 기억이 있다.

그러나, 2015년이 되기전 KeSPA(한국e스포츠협회)의 방침으로 구단에서 두 팀 운영 체제에서 한 팀 운영 체제로 바뀌면서 삼성에 있던 선수들은 모두 해외로 진출하면서 삼성 왕조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후, 기존의 연습생들과 새로이 뽑은 선수들로 함께 새 시즌을 맞이했지만 전혀 다른 팀이 되었다. 2015 롤챔스 스프링에서는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승강전을 경험하고, 섬머 시즌에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하면서 과거 삼성 왕조의 추억은 영원히 가슴속에 묻히는 듯 했다.

2016년이 되면서 기억의 상자에서 삼성 왕조라는 단어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조각으로는 CJ에서 뛰었던 1세대 프로게이머인 '앰비션' 강찬용 영입에 성공했다. 모두가 기대하는 다크호스로 삼성 갤럭시는 다시 시작을 했다. 비록, 6위로 시즌을 마감하면서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소정의 성과가 있던 시즌이었다.

다음 시즌이었던 섬머 시즌에는 치열한 1위 경쟁을 했지만, 아쉽게도 4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4시즌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삼성 갤럭시의 각오는 누구보다 남달랐다. 그러나, 먹이 사슬이 존재하는 것이었을까. 역대 전적에서 0승 16패로 열세를 보이고 있던 KT 롤스터에게 다시 한 번 잡히면서 그들의 꿈은 무너지는 듯 했다.

2016년 9월 3일. 삼성 갤럭시에게는 잊혀진 못하는 날이 되었다. 2016 롤드컵 한국 대표선발 최종전에서 다시 한 번 KT 롤스터를 만났다. 0승 19패로 절대적으로 상성에서 밀리고 있던 삼성의 승리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더욱이, 상대는 2016 롤챔스 섬머 준우승을 차지한 KT 롤스터였다. 그러나, 삼성은 이변을 만들었다. 세트 스코어 3대 2로 역전승을 거두면서 그렇게 꿈에 그리던 롤드컵을 2년 만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잊지 못할 삼성 왕조를 다시 시작하다

잊지 못할 삼성 왕조를 다시 시작하다 ⓒ Riot games


새로운 삼성이라는 웃지 못할 이름을 들었던 삼성 갤럭시. 그들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을 펼쳤다. 관계자들은 삼성 만큼 독한팀이 없다고 할 정도였다. 삼성 갤럭시의 감독인 최우범 감독은 "선수들이 5시까지 연습을 한다. 정말 열정적이다"라고 말 할 정도로 그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음을 이번 롤드컵을 통해 보여줬다. 삼성 갤럭시의 준우승은 어느 누구에게도 잊혀지지 못할 준우승이었다.

삼성 갤럭시는 과거와 같은 스타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철저한 연습과 분석을 통해 새로이 거듭났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했다. 노력하는 삼성 갤럭시는 영원히 기억남을 새로운 삼성 왕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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