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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가 국정을 좌지우지한 여러 정황이 드러나자 전국민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지난 26일 대학생 4명은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즉시 영등포경찰서로 연행돼 조사를 받은 뒤 27일 풀려났다. 지난 30일, 당시 기습 집회를 벌인 박근혜대통령탄핵대학생운동본부 소속 대학생 중 한 명을 만나 시위 계기와 향후 계획을 물었다.

대학생 4여명이 26일 오후 국회본청 계단앞에서 기습 시위를 벌이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외치며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대학생 4여명이 26일 오후 국회본청 계단앞에서 기습 시위를 벌이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외치며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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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하게 본인 소개 부탁드린다.
"25살 대학생이다."

- 국회 안은 집회가 금지된 장소다. 시위 장소로 국회를 선택한 이유는?
"국회의원에게 대한민국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알리고 싶었다."

- 기습시위를 하게 된 계기가 있나?
"최순실이 국정 전반에 개입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인터넷에서는 '하야, 탄핵'이라는 말이 나왔다. 실시간 검색어에도 지속적으로 상위에 랭크됐지만 그때 당시 목소리를 넘어서는 행동은 없었다.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서 함께 '박근혜 탄핵, 하야'를 외치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한 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 국회에 가서 '국회의원들은 정신 차려라, 실시간 검색어에서도 드러나듯 국민들은 탄핵, 하야를 원하고 있다'고 알리고 싶었다."

- 최순실 게이트가 의혹 수준으로 보도될 때 어떤 생각을 했나?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 될 때부터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가 불거졌다. 이후 세월호 참사까지 큰 사건이 많이 터지다 보니 무덤덤해지고 있었다. 최순실 사건이 보도된 초창기에는 분노하고 어이없었지만 이 나라 상황이라면 가능한 일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또 정치인도 아닌 일반인이 국정을 쥐락펴락했다는 사실을 믿기 싫기도 했다."

- 경찰 연행을 뻔히 예상했을 텐데. 어떤 마음으로 시위에 임했나?
"용기가 필요했다. 어쨌든 연행당하는 게 처음이었고, 거리나 이런 곳이 아니라 국회 안에서 했었던 일이다 보니까 겁이 조금 나기도 했다. 하지만 '해야 한다'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에 괜찮다."

- 경찰에서는 어떤 조사를 받았나?
"12시 반에 경찰서에 도착했고, 조사는 3시 반쯤 받은 것 같다. 6시, 6시 반 정도까지 조사를 받았다. 다음날도 조사를 받았고... '어떻게 들어갔는지?', '(현수막은) 어떻게 가져갔는지?', '누가 시켰는지?' 이런 것들을 물어봤다."

- 알바에 공부에 바쁘고 힘든 시기일 텐데. 만약 벌금형을 받게 되면 부담이 되지 않나?
"주변에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도움을 요청하면 기꺼이 함께해주지 않을까? (웃음)"

"대통령은 잘못 없다? 국민들은 그런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는다"

대학생 4여명이 26일 오후 국회본청 계단앞에서 기습 시위를 벌이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외치고 있다.
 대학생 4여명이 26일 오후 국회본청 계단앞에서 기습 시위를 벌이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외치고 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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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다른 여러 사건을 놓고 봤을 때 투쟁, 집회 등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을 때도 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 이후 대학 내 분위기는 어떠한가?
"확실히 바뀐 것 같다. 학교 같은 경우에는 과거 국정교과서 논란 때부터 학생들이 문제의식을 느꼈다. 지금도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행동의)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많다. 의견 수렴 부분이라든지..."

- 지난 29일 집회에 3만 명이 모였다. 향후에 어떻게 흘러가길 바라는지?
"세월호 때도 그랬었다. '왜 이런 것을 정부, 박근혜 대통령한테 책임을 묻냐. 이것은 한 개인의 잘못 아니냐. 유병언이나 이런 사람들 잘못 아니냐' 이렇게 프레임이 짜여졌는데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최순실 프레임에 갇혀서 '최순실이 나쁜 거지, 거기에 현혹됐던 대통령한테 화살을 넘기냐, 왜 대통령이 하야해야 하나' 이런 이야기들이 조금씩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시민들은 이제 이런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는 것 같다.

최순실도 국민을 농락하고 국정을 혼란스럽게 했기 때문에 엄중하게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 나라의 수장으로서 우리나라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일을 했기 때문에 당연히 하야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야당 같은 경우에도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서 좀 더 강경하게 나가야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선이 신경 쓰이겠지만 지금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서 야당의 운명도 결정이 될 것 같다. 세월호 때와 달리 확실하게 입장을 내야 한다."

- 하야와 탄핵은 다르다. 탄핵 정국으로 돌입한다면 진실 규명이 오히려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있어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탄핵과 하야 중 선택하자면?
"국회의원들은 국회 안에서 합법적으로 행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행동이 탄핵 소추를 발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탄핵이든 하야든 나와서 분노를 표현해줬으면 좋겠다. 하야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나?
"추상적이지만 살 맛 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하지만 올해 노동자들이 여러 분야에서 파업을 많이 했다. 심지어 이런 문제에 전혀 관심 없었던 친구와 선배들도 성과퇴출제에 반대하며 거리로 나왔다. 이제는 정규직 사람들조차도 못 살겠다고 거리로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은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1%를 제외한 나머지 국민들은 정말로 못 살겠다고 외치며 거리로 나오는 시기라서 안타깝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구호가 가장 기본적인 것인데 기본이 안 지켜지는 사회다. 잘못된 모든 것들이 고쳐지는 사회를 바란다."

- 개인적으로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은?
"비상시국이라고 생각한다. 시국 토론회 등으로 학내 분위기를 한 번 더 모아서 학우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들어보면 좋겠다. 또 청년 대학생답게 사회를 바꿔 나가는 데 힘을 보태겠다. 좀 더 많은 대학생들, 청년들이랑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좀 더 고민해야겠다. 올해가 가기 전에는 역사책 한 페이지에 우리의 시민들, 국민들이 승리한 역사를 기록하고 싶다."

- 마지막으로 같은 대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29일 집회를 보니 각 학교 총학생회도 깃발을 들고 학우들과 함께 거리로 나왔더라. 겁먹지 말고 거리로 나와서 그동안 쌓였던 것 풀고, 좋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태그:#국회 기습시위, #박근혜, #탄핵, #하야, #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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