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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대회 현장에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지난 9월 25일 사망한 백남기 농민에 대한 법원의 부검 영장이 10월 25일로 만료됐다. 경찰은 영장 집행을 위해 두 차례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방문했지만 유가족과 시민의 반대로 영장집행을 하지 못 했다.

영장 만료 다음날인 26일 '법무법인 동화' 소속으로 고 백남기 농민 유가족 법률대리인장을 맡고 있는 이정일 변호사를 신논현역 근처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나, 긴박했던 25일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이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고 백남기 농민 유가족 법률대리인장 이정일 변호사
 고 백남기 농민 유가족 법률대리인장 이정일 변호사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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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25일로 영장 시한이 끝났고, 당일 오후 3시께 경찰과 협의했잖아요.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나요?
"경찰은 오자마자 부검 영장에 제시된 대로 협의와 집행 절차를 위해 왔다고 했어요. 그리고 협의와 관련해서 가족 의사를 확인하겠다면서 가족들이 직접 의사표명을 하길 바랐어요. 때문에 저희가 가족을 만났는데, (가족들은) 대체로 두 가지 정도 이야기를 했어요. 하나는 '법원에서 발부받은 영장 집행을 위해 경찰 공무원들이 나름대로 노력하는 부분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도 국가 폭력에 의해서 아버지를 잃은 자식의 마음을 이해해 달라. 그래서 직접 만나는 것은 어렵다'라는 거였어요.

둘째는 '법원 영장의 기본적 취지는 가족의 동의를 조건으로 집행하라는 건데, 가족은 부검을 반대하고 또한 영장 발부 당시에 비해서 사망의 원인이 명백히 밝혀졌다. 빨간 우의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원인이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을 통해서 사망의 원인이 명백히 드러났는데 그런 점을 가만해서 영장 집행을 제고해 주기 바란다'는 취지의 내용을 경찰들에게 전달했어요."

- 가족들이 경찰을 안 만난 것은 만남을 이용해 강제집행을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인가요?
"아니에요. 가족들은 경찰을 만나는 것 자체가 너무 고통스럽다는 입장이었어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경찰이) 아버지를 쓰러지시게 하고 죽음으로까지 몰고 갔는데... 그런 지위에 있는 경찰과 만난다는 걸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 지난주 토요일(22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백남기 농민 사건을 다뤄서 화제가 되었어요. 어떻게 보셨어요?
"주로 물대포 위험성을 집중해서 다뤘고, SBS 방송이 물대포의 위험성에 대해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득력 있게 잘 전달한 것 같아요. 아마 그 방송을 본 사람이라면 집회 현장에 물대포가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을 거예요."

"부검 영장 재청구 안 할 것 같다, 그 이유는..."

- 아쉬운 점이 있을까요?
"특별히 아쉬운 점은 없었어요. 오히려 잘 다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후반부에 백남기 어르신이 왜 그날 집회에 갔는지 등 그동안 언론들이 다루지 않았던 부분을 다뤘더라고요. (방송은) 백남기 어르신이 농촌이 피폐해지는 것과 관련, 정부 시책을 시정해달라고 하기 위해 갔다, 이 취지를 전달하려 했던 거죠. 또 그 분이 생명평화의 삶을 살아온 분이라는 내용이 잘 전달돼서, 백남기 어르신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 검찰은 부검 영장을 재청구할 것 같은데요.
"제 생각은 달라요. 재청구 안 할 것 같아요. 재청구를 하게 되면 거기에 따른 부담이 너무 크리라 생각해요. 안 할 것으로 생각해요."

- 어떤 부담이죠?
"SBS 방송을 통해서 사망의 원인이 물대포 이외에 없다는 것도 드러났고, 법원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또 영장을 신청했다가 기각당하면 '검찰이 허튼 짓 했다'는 비난도 받아야 하고... 그런 비난을 들어가면서까지 (검찰이) 영장 재청구를 하진 않을 것 같아요."

- 백남기 어르신이 병원에 실려 왔을 때 가망 없다고 했는데 백선하 교수가 등장해서 수술했다고 들었어요. 연명치료를 했다는 의혹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연명 치료를 왜 했는지에 대해 저도 나름대로 생각을 해 봤는데, '일단 살리고 보자'란 생각으로 수술한 것 같아요. 만약 백남기 어르신이 그 당시에 돌아가셨다면, 국민의 분노를 더 샀을 거고 더 많은 사람들이 시위에 참여해 여론이 악화될 것이라 예상했겠죠. 때문에 살려놓고 보자는 생각에 서울대병원이 움직인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 마음에 당시의 분노감이 사라지고 새로운 사안이 발생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돌아가시지 않도록, 가족들의 의사와 반하는 연명 치료를 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고 백남기 농민 유가족 법률대리인장 이정일 변호사
 고 백남기 농민 유가족 법률대리인장 이정일 변호사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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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계획은 뭔가요?
"저희는 형사 고발장을 접수했기 때문에 최근 밝혀진 자료를 토대로 의견서를 한 번 더 낼 겁니다. 또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게 경찰과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 배상 사건인데, 11월 11일이 변론 기일이에요. 그걸 준비해야 해요. 그리고 부검 영장은 재청구하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재청구 하면 거기에 따른 대응도 해야 해요. 하루 정도 쉬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 사건이 일어난 당시 경찰이 사과를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문제와 거기에 따른 책임 문제는 사과와는 상관 없죠. 그 과정이 어떻든 공권력으로 인해 한 집안은 가장을 잃었잖아요. 그것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것과 상관 없이 사과를 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요. 사과를 하면 적어도 가족들의 마음은 누그러들 수 있겠죠. 하지만 사과를 한다고 해도 공무집행 과정에서 사람의 생명을 위태롭게 한 것에 대해선 당연히 진상을 밝히고 거기에 따른 책임자 처벌이 있어야 해요. 그런데 지금은 사과는 물론 원인 규명도 제대로 안 한 상태로 부검을 하겠다고 생떼를 쓰니, 가족들이 굉장히 많은 상처와 고통을 받았죠."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저는 한 달 동안 법조인으로 해야 할 일을 하긴 했는데... 많은 분들이 백남기 어르신 가족들을 위해 서울대병원에서 헌신적으로 봉사해주고 시민 지킴이 활동을 해주셔서 감사해요. 가족들 입장에선 그나마 다행스럽게 부검을 하지 않게 되었는데, 경찰이 또 다시 부검을 시도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집회 현장에서 물대포로 시민을 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물대포가 사라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태그:#이정일, #백남기, #민중총궐기대회, #물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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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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