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회단체 대표들 청와대 부근에서 시위
▲ 박근혜-최순실 커넥션 규탄 사회단체 대표들 청와대 부근에서 시위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최순실의 도움을 받았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범위와 기간을 제한했다. 최순실씨의 개입은 연설문과 홍보물에만 국한된 것이었고, 그 기간 또한 청와대의 보좌체계가 완비되기 전까지였다며 스스로 선을 그었다. 대통령의 주장을 정리하면 이렇다.

'연설문과 홍보물 이외의 분야에는 최씨의 개입이 없었으며, 이조차 당선 1년 이후부터는 그만두었다.'

증거물과 배치되는 대통령의 주장

정말 그럴까? 아니다. 대통령의 주장은 '최순실 PC'에서 발견된 파일의 내용들과 배치된다. 이 PC에서 확보된 '증거물'들은 박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연설문과 홍보물의 범주를 넘어서는 문건이 다수 발견됐기 때문이다.

국가안보와 외교 문제, 청와대 수석 인사, 인수위 인선, 정부조직개편안, 청와대 장차관급 인사, 남북문제, 이명박 대통령과의 독대를 위한 사전 시나리오 등 국정 전반을 아우르는 문서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뿐만 아니다.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 회의자료와 청와대 업무보고 자료까지 최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쯤에서 그치지 않는다. 매일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자료가 송두리째 최씨가 건너갔다는 증언도 있다.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증인이 최씨의 최측근인 데다, 매일 밤 청와대 비서관이 서류뭉치를 들고 외출하는 걸 봤다는 야당과 언론의 주장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최씨의 사무실 책상에는 항상 '대통령 보고자료'(두께 30cm)가 놓여있었다"며 이 자료를 "청와대 정호성 제1부속실장이 거의 매일 밤 (최씨의) 사무실로 들고 왔다"고 밝혔다.

국정 전반에 걸친 중요 파일이 쏟아져 나왔다.
▲ 최순실 PC 파일 국정 전반에 걸친 중요 파일이 쏟아져 나왔다.
ⓒ JTBC 화면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국정전반 핵심보고 받아온 게 사실?

최씨는 이렇게 입수한 '보고자료'를 토대로 자신의 논현동 사무실에서 각계 인사들을 만나 국가 정책사안이나 대통령의 향후 스케줄 등에 대해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비선 모임이 존재했다는 얘기다. 이 전 사무총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모임의 논의주제와 성격에 대해 "10% 정도는 두 재단(미르-K스포츠)과 관련된 일이지만 나머지 90%는 개성공단 폐쇄 등 정부 정책과 관련된 게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여기서 "장관 인사 등도 논의됐다"고 덧붙였다.

정부부처 문서도 최씨에게 넘어갔다. JTBC는 "('최순실 PC'를 분석한 결과) 최씨에게 전달된 파일 중 최종 수정된 PC의 ID가 정부기관, 외교부로 돼 있다"고 보도했다. 외교부 공식문건이 최씨에게 넘어갔다는 얘기다. 또 최종 수정자 ID가 대통령의 핵심 참모 이메일 ID와 동일한 경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주장과는 달리 최씨가 국정 전반에 걸쳐 '국가기밀'을 보고받아왔다는 뚜렷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또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당선 1년 이후부터 국정자료가 더 이상 최씨에게 넘어가지 않았다는 박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일까?

아닐 가능성이 높다. 최씨의 '국정개입'은 박 대통령 당선 직후(2012년 12월)부터 노골화된다. 그런데 최씨의 PC에는 '통일 대박'으로 유명해진 2014년 3월 38일 독일 드레스덴 연설문도 들어있다. 최씨가 이 연설문을 열어본 건 연설 하루 전인 3월 27일이었다. 1년 4개월이 지나서까지 연설문 작성에 개입했다는 증거다.

현재 사용 중인 PC에는?

2014년 이후엔 어땠을까? 최씨의 개입은 없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추정해보려면 JTBC가 최씨의 태블릿 PC를 발견하게 된 경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순실 파일 입수경위'에 대해서는 최씨가 사무실을 정리하고 두고 간 짐들 가운데 바로 처분되거나 유실될 수 있는 것들을 살펴보던 중 PC를 발견했고, 그 속에서 (연설문 등) 관련 자료를 발견하게 되었다." (JTBC 보도 내용)

JTBC가 입수한 PC는 최씨가 사용하지 않고 내다버린 '쓰레기'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도 최씨가 태블릿 PC를 들고 다니는 걸 목격한 이들이 여럿이다. 그렇다면 현재 사용 중인 PC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최근까지 국정에 개입해온 '증거'가 담겨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외교부문서 최씨에게 건너간 경위
▲ 정부부처 문건도 최순실에게 외교부문서 최씨에게 건너간 경위
ⓒ JTBC 화면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도피 중인 국가기밀'

국정 핵심자료를 보고받아온 게 확실하다면 최씨 자체가 '국가기밀'에 해당한다. 그런데 그 '국가기밀'이 해외로 잠적해 도피 중이다. 최씨의 도주 행각은 이미 외신을 타고 전 세계에 알려진 상태다. 대한민국의 국가기밀을 필요로 하는 어떤 세력이 도주 중인 '국가기밀'을 탐낼 수도 있는 일이다.

'도피 중인 국가기밀'은 대체 어디에 숨어있는 걸까? 최씨가 행방을 감춘 곳으로 알려진 독일의 한 지역매체는 '현지 검찰이 최씨의 행방을 쫓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부 언론은 최씨가 유럽 전역으로 도피 중이라고 주장한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순실의 신병은 국가정보원이 잘 아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 있다. 국가와 국민에게 누를 끼쳤다면 더더욱 최소한의 도리는 해야 한다. '도피 중인 국가기밀'을 이대로 방치할 텐가? 국가기밀 호위 차원에서라도 최씨를 당장 귀국시켜야 한다. 숨긴다고 숨겨질 일이 아니다. 


태그:#최순실 도피, #최순실 국가기밀, #박근혜 거짓말, #최순실 PC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정치, 시사 분야 개인 블로그을 운영하고 있는 중년남자입니다. 오늘은 어제의 미래이고 내일은 오늘의 미래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미래를 향합니다. 이런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민입니다.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