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7년 간 맨유의 리그 최다득점자.

최근 7년 간 맨유의 리그 최다득점자. ⓒ 이종현


조세 무링요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9라운드 첼시 원정 경기에서 충격의 0-4 패배를 당했다. 4골을 실점한 수비도 아쉬웠지만, 무엇보다 1골도 득점하지 못한 빈공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모링요 감독은 경기 후 "0-1이 됐고 1-1을 만들려 했으나 0-2가 됐다. 1-2를 만들려 했으나 다시 0-3이 됐다"며 수비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한편 빈곤했던 공격력을 지적했다.

특히 최근 '주포'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부진이 예사롭지 않다. 즐라탄은 최근 첼시전 포함 EPL 5경기 연속으로 득점에 실패했다. 총 498분 동안 침묵하고 있다. 이는 즐라탄이 10년 만에 겪는 최악의 부진이다. 그의 득점력이 떨어지자 팀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그의 무득점이 이어지는 걸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순 없다. 그러나 일시적인 부진으로 생각하기엔 첼시 전에선 드러난 즐라탄의 약점은 치명적이었다.

현대 축구는 선수들에게 더욱 빠른 스피드와 강한 피지컬을 원한다. 특히 프리미어리그는 빠른 축구를 지향한다. 그러나 즐라탄은 팀을 역습으로 이끌 스피드가 부족하다. 이런 이유로 첼시와 경기에서 맨유는 역습 시 숫자상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고, 역습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빠른 스피드로 팀의 역습을 이끌던 적팀 디에고 코스타와 대조적이었다.

시즌은 이제 4분의 1을 지났을 뿐이다. 한계를 인식했기 때문에 무링요 감독은 '즐라탄 플랜A'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다행히 맨유엔 전도유망한 공격수들이 많다. 그리고 경험이 많은 웨인 루니도 있다.

신예들의 '포지션 변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약점 '스피드'가 맨유 부진의 이유로 떠오르고 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약점 '스피드'가 맨유 부진의 이유로 떠오르고 있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마커스 래시포드(18)와 앙토니 마샬(20)을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하는 방식이다. 일명 '포메이션 변화'다. 두 선수 모두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는 컷인 플레이가 익숙한 측면 자원이다. 그러나 박스 안에서의 득점이 익숙한 선수들이기도 하다. 스피드가 뛰어나며 드리블 기술이 좋으므로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되면 맨유의 부족한 스피드를 보완해 줄 수 있다.

두 선수의 포지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나이가 어리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포지션 변화를 택해 스타일의 변화를 줄 수 있는 여지, 성공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전례로 소속팀 선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있다. 특히 호날두를 롤모델로 하고 있다는 래시포드는 이미 여러 차례 자신의 결정력을 증명한 바 있다. 2016년 들어 래시포드가 각종 소속팀(맨유, 잉글랜드 U-21, 잉글랜드 A대표팀)에서 기록한 16골 모두 페널티 박스 안에서 기록한 득점(PK 1골 포함)이다.

맨유의 2선에 뛸 자원이 풍부하다는 점도 두 선수의 포지션 변화를 힘을 실어준다. 현재 맨유의 1군 자원 중 2선에 뛸 수 있는 선수는 래시포드와 마샬을 제외하더라도 루니, 제시 린가드, 후안 마타, 헨릭 므키타리안, 폴 포그바 등이 있다. 부족한 최전방 공격수를 위해 풍부한 2선 자원을 활용하는 게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의미다.

'경험 있는' 베테랑의 기용

 래쉬포드는 맨유의 최전방 자원으로 손색이 없다.

래쉬포드는 맨유의 최전방 자원으로 손색이 없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미 경험 많은 만능 공격수 루니를 기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루니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 시절부터 미드필더에서 최전방 공격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포메이션을 소화한 바 있다. 지난 시즌 팀 사정으로 미드필더를 수행했으나 올 시즌엔 좀 더 상대편 골대에 가까운 2선 미드필더로 나서고 있다. 무링요 감독은 부임 후 루니의 활용법에 대해 "그가 나와 함께라면 골과 50m 떨어진 곳에서 플레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는 No.9 또는 N.10의 역할을 맡을 것이다. 절대로 No.6나 No.8의 역할을 맡지 않을 것이다"며 루니를 공격적으로 활용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루니는 2009~2010시즌 맨유의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 리그에서만 26골을 기록하며 공격수로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최근 볼을 잡는 위치가 낮아졌고 불필요한 터치가 많아 비판을 받아왔지만 최근 UEFA 유로파리그 3차전 페네르바체와 경기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 최소한의 볼 터치와 상대편 수비 사이로 침투하는 등 이타적인 플레이로 가능성을 보였다.

루니는 이 경기에서 린가드의 득점을 도왔고 역습 상황에서 주변 선수들과 함께 빠르게 공격 전개를 나갈 수 있는 스피드를 보여줬다. 볼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도 스프린트를 통해 상대 수비에 혼란을 주는 역할까지 잘 수행했다. 정점에서 내려온 루니지만 '이타적인 공격수'로서 아직은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물론 즐라탄의 부진이 일시적일 수 있다. 그러나 시즌을 길고 즐라탄은 만 35세의 노장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모든 경기를 뛸 수 없다. 즐라탄 같은 높이에 강점이 있는 선수를 기용해야 하는 경기도 있지만 스피드를 통한 역습 축구를 구사해야 할 시기도 있다. 어린 신예들의 포지션 변화 혹은 경험 있는 베테랑 공격수의 활용을 통해 최전방 공격수의 플랜B를 짜는 건 예전의 영광을 되찾기 원하는 맨유와 무링요 감독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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