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과 서남원 KGC인삼공사 감독(오른쪽)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과 서남원 KGC인삼공사 감독(오른쪽) ⓒ 박진철


2년 연속 프로배구 왕좌를 차지한 OK저축은행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NH농협 2016~2017 V리그에서 3연패 늪에 빠지며 최하위로 쳐졌다.

토털 배구로 팀 색깔을 확 바꾸면서 KOVO(한국배구연맹)컵 결승까지 오른 KGC인삼공사. 정작 V리그에서는 다시 몰방 배구로 회귀하며 2연패를 당했다. 배구계와 팬들까지 당혹스러울 정도다.

이대로라면 올 시즌 최하위를 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과연 이들은 언제쯤 반등과 함께 꼴찌 탈출을 할 수 있을까.

OK저축은행이 신생 팀임에도 지난 2시즌 연속 V리그 챔피언에 오른 것은 외국인 선수 시몬(30세·201cm)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시몬은 라이트와 센터를 오가며 고비마다 팀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어린 선수들을 다독이며 '코트 안 지휘자' 역할까지 수행했다.

신생 팀이 관록과 전통을 자랑하는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을 챔피언결정전에서 압도하며 우승을 차지한 데는 '지존' 시몬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시몬의 경기력과 팀 성과 등을 감안하면,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라고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울러 국내 선수들도 전력이 막강했다. 2013~2014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창단 팀 어드밴티지를 적용받아 국가대표급 대학 유망주 8명을 한꺼번에 지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시즌은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 모두 문제가 발생했다. 시몬은 트라이아웃 제도 시행으로 브라질 리그의 사다(Sada Cruzeiro) 팀으로 이적했다. 설상가상으로 트라이아웃에서 선발한 외국인 선수마저 문제를 일으켜 교체를 단행했다. 새로 영입한 보이치(29세·201cm)는 지난 9월 2017 유럽선수권 예선전에서 몬테네그로 대표팀의 주 공격수로 맹활약했다. 그만큼 V리그 준비는 늦어졌다.

송명근, 박원빈 등 국내 선수들도 지난 5월 무릎 수술을 받아 5개월 동안 치료와 재활에 매달렸다. 팀 훈련에 참여한 지 1~2개월에 불과하다. 몸 상태와 경기 감각이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1달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센터 김규민은 아예 삼성화재로 트레이드돼 팀을 떠났다.

'Again 2011 삼성화재'... 송명근·보이치, 수비 약화 고민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24일 기자와 통화에서 "부상 선수들이 경기를 통해서 몸 상태와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며 "2라운드 중반부터 팀 전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송명근이 회복될 때까지는 송희채가 다시 레프트로 돌아가고, 강영준이 라이트를 책임져야 한다"며 "송명근이 정상 가동되면 송명근과 보이치가 레프트를 맡고, 송희채와 강영준이 돌아가면서 라이트를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의 고민은 또 있다. 보이치와 송명근을 라이트로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김 감독은 "보이치는 라이트에서 성공 확률이 낮다. 송명근도 레프트에서 강점이 있기 때문에 포지션 변경이 어렵다"고 못 박았다.

그래서 최근 레프트인 송희채를 라이트로 돌려봤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그렇다고 송희채를 뺄 수도 없어 고민이 가중되고 있다. 레프트 송명근과 라이트 강영준이 수비가 약하기 때문에 송희채마저 빠지면 리시브 라인이 크게 불안정해진다. 김 감독은 라이트 보강을 위해 24일 신인 드래프트에서 왼손잡이 유망주인 조재성(195cm·경희대)을 지명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전망에 대해 "시몬이 했던 역할과 공백을 메우기는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과거 삼성화재처럼 중반부터 치고 올라가기를 바라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삼성화재는 지난 2010~2011시즌 정규리그 초반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부진을 거듭했다. 그러나 중반부터 치고 올라가면서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까지 연달아 상대를 격침시키며 기적 같은 우승을 만들어 냈다.

김 감독은 "지금으로선 열심히 준비하면서 기다려 주는 수밖에 없다. 묘수가 따로 없다. 시간이 묘수다"라며 "국내 선수들의 실력이 탄탄하기 때문에 빨리 몸 상태가 올라오고, 2년 연속 우승했던 경험들을 기억하면서 다시 좋은 경기를 펼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삼공사 부상 회복, '토털 배구' 이제 시작

인삼공사는 신선한 돌풍을 일으겼던 KOVO컵 때의 포메이션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특히 포지션 변경의 핵심이었던 한수지(182cm)를 센터로 고정시키기로 했다.

서남원 인삼공사 감독이 최근 한수지를 레프트로 돌린 것은 KOVO컵 때 공격과 수비에서 맹활약했전 최수빈(175cm)이 허리가 삐끗했기 때문이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공격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한수지와 장영은이 레프트를 맡게 되면서 리시브 등 수비 라인이 크게 흔들렸다. 두 선수 모두 레프트가 본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까지 세터와 센터로 뛰었다. 레프트 공격수 2명이 리시브와 수비가 흔들리면서 공격 가담도 어려워졌다. 그 바람에 공격이 외국인 선수 알레나(27세·190cm)로 몰렸다. 토털 배구는 온데간데없고 몰방 배구로 회귀해버린 것이다.

토털 배구를 위해서는 공격과 수비 능력을 겸비한 완성형 레프트가 핵심이다. 레프트 2명을 리시브가 불안한 선수로 배치하는 순간, 토털 배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다행히 최수빈이 최근 회복되면서 서 감독은 KOVO컵 때 포메이션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서 감독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25일 현대건설전부터는 한수지를 센터로, 최수빈을 레프트에 고정하고, 나머지 레프트 한 자리는 장영은과 지민경을 그 날 컨디션에 따라 기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알레나가 KOVO컵 때보다 경기력과 어려운 볼 처리 능력이 더 좋아졌다"면서 "수비의 핵인 김해란과 최수빈도 몸 상태가 90% 정도 회복됐고, 신인 지민경도 경기에 투입되면서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남원표 토털 배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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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V리그 올림픽 김세진 서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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