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주 KCC의 외국인 역사에서 안드레 에밋(34·191cm)이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이제 겨우 한 시즌을 뛰고 2번째 시즌에 접어들었지만 팀 내 비중이나 그동안 보여준 임팩트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신선우, 허재의 뒤를 이어 KCC 이지스함의 선장이 된 추승균 감독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진행된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단신 외국인 선수 에밋을 1라운드에서 과감히 뽑으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농구에서 신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큰지라 단신 선수가 아무리 기량이 좋다해도 장신 빅맨을 넘어서기는 어려웠다. 이를 증명하듯 다른 팀들은 모두 1라운드에서 장신 선수를 선택했다.

더욱이 국내 최장신 센터 하승진(31·221cm)이 있다고는 하지만 크고 작은 잔부상에 항상 시달렸고 팀 내에 다른 장신 자원들이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KCC 추 감독의 선택은 의외였다.

결과적으로 추 감독의 과감성은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득점을 올려줄 수 있는 선수가 질적 양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에밋은 내외곽을 넘나들며 고득점을 올렸고 이는 팀의 가장 큰 약점인 점수 쟁탈전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에밋은 단순히 기술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웨이트도 탄탄하고 힘도 좋아 두세 명의 수비를 뚫고도 점수를 올렸다. 특히 경기 막판 한두 골 싸움에서 결정력 높은 해결사 역할을 해줄 수 있어 나머지 선수들의 운신의 폭을 넓게 해주는 시너지 효과 또한 매우 컸다. 에밋의 활약으로 KCC는 정규리그 우승,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이라는 기대밖 성적까지 올릴 수 있었다.

 기술자 스타일의 리오 라이온스(왼쪽)는 안드레 에밋의 원활한 파트너가 되어줄수 있을까?

기술자 스타일의 리오 라이온스(왼쪽)는 안드레 에밋의 원활한 파트너가 되어줄수 있을까? ⓒ 전주 KCC


부동의 주인공, 조연들이 운다?

지난 시즌 맹활약으로 말미암아 에밋의 KCC내 위상은 조니 맥도웰(45·194cm), 재키 존스(49·201㎝), 찰스 민랜드(43·195㎝) 등 역대급 외국인선수들과 비교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물론 오랜 기간 동안 팀에서 활약해주며 우승까지 안겨준 이들을 넘어섰다고 말하기는 시기상조겠지만 적어도 비교대상이 된다는 것 만으로도 에밋의 존재감이 어떤지 짐작할 만하다.

일단 에밋이 진짜로 민랜드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팀에 우승이라는 선물을 안겨줘야 한다. 농구라는 종목에서 개인 성적 못지않게 우승이 주는 의미는 매우 남다르다. 이 부분을 충족했을 때와 그렇지않을 때의 위상차는 크게 달라진다 할 수 있다. 리카르도 라틀리프(27·199.2cm)가 현역 최고 장신 외국인선수로 꼽히는 배경에는 개인기량 못지않게 모비스의 연이은 우승에 기여한 이유도 크다.

물론 단체 스포츠 농구의 특성상 한 선수만 잘한다고 우승까지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주전으로 함께 코트에 나서는 선수들이 모두 제 몫을 해줘야 만이 챔피언이라는 영광을 차지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에밋은 때때로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한다. 테크닉, 득점 능력에서 워낙 독보적이라 팀 내에서 볼소유 시간이 가장 긴 것은 물론, 혼자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해 승부처에서 독선적인 플레이를 펼치기 일쑤다. 이는 때로는 든든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어떨 때는 팀플레이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에밋은 개인기 위주의 플레이 스타일을 구사한다. 비단 KCC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본래 그랬다. 중국 리그 강호 쓰촨 블루웨일스에서 주득점원으로 활약 중인 마이클 해리스(33·200cm)는 에밋과 고등학교 재학시절 한 팀에서 뛴 동료 사이로 당시 에이스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해리스는 다이나믹한 플레이로 인해 '슈퍼 마이클'로 불렸고, 에밋은 워낙 패스를 안 한다 해서 '노 패스'로 불렸다는 후문이 있다.

어쩌면 에밋이 탁월한 기량에도 불구하고 NBA(미 프로농구)에서 오래 뛰지 못한 배경에는 이러한 이유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는지도 모른다. 에밋이 잘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NBA에서 한 팀의 에이스급은 아니다. 그럴 경우 공 없는 움직임 등 팀플레이에도 능해야 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실제로 에밋처럼 어정쩡하게 개인플레이에 능한 선수들은 NBA에서 오래 뛰지 못하고 타 리그를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어쨌거나 KCC에서의 에밋은 어지간히 독단적이라도 이해를 받을 만큼 영향력이 크다. 추 감독은 물론 동료들도 에밋을 인정하고 대부분 그에게 맞춰주고 있다. 문제는 다른 외국인선수 파트너다. 국내에 들어온 용병들은 하나같이 나름대로의 프라이드가 강하다. 더욱이 그들에게는 팀 승리 못지않게 자신의 기록 또한 중요하다. 해당리그에서 어떤 성적을 올렸느냐는 추후 선수 생활을 연장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KCC에서도 지난 시즌부터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리카르도 포웰(33·196.2cm)은 에밋에게 팀 오펜스가 집중되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떤 면에서 2라운드에 뽑힌 선수이기에 메인 용병인 1라운드 에밋에게 맞춰주는 것이 맞지만 포웰은 궂은일보다는 자신 역시도 전면에 나서 에이스 역할을 맡고 싶어했다. 결국 이는 팀 내 불화의 원인이 됐고 KCC는 포웰을 트레이드 시키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라이온스,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을까?

그런 면에서 올 시즌 새로이 합류한 리오 라이온스(29·205.4cm)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신장만 놓고 보면 빅맨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는 내외곽을 오가며 다양한 플레이를 펼치는 이른바 장신 스윙맨 스타일이다. 포웰과 트레이드 되어 지난 시즌 활약한 허버트 힐(32·203m)같은 경우 전형적인 골밑플레이어라 에밋과 겹칠 일이 없었지만 라이온스는 다르다.

물론 KCC 역시 에밋과 비슷한 기술자 스타일을 데려올 때는 미리 어느 정도 역할에 대해 얘기를 했을 것이 분명하다. 2라운드 용병 역시 당시에는 자신의 룰을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오랜 시간 동안 굳어진 자신의 스타일이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궂은일을 하라고 하면 적응하기 힘들다.

국내 선수들 같으면 그런 상황에서도 끝까지 바뀐 역할을 하려 노력하겠지만 외국인 선수들한테까지 그런 마인드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라이온스는 KCC에 합류할 때까지만 해도 지난 시즌 포웰과는 다를 것이다는 의견이 많았다. 실제로 '2016 KCC 아시아 프로농구 챔피언십' 중국전을 할 때까지만 해도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팬들에게 많은 기대를 가지게 했다. 하지만 이후 불화설이 불거졌고 실제로 시즌에 접어들자 빅맨으로서의 역할보다는 본래의 스윙맨 스타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기에 나서서도 투지를 불태우기보다는 무기력하기 그지없다.

여기에 대해 옳다 그르다를 따지기는 어렵다. 다만 현재의 KCC는 에밋 중심의 팀이라 2라운드 용병이 거기에 맞춰주지 않으면 팀이 전체적으로 삐걱거릴 공산이 큰 것만은 분명하다. 에밋이 볼소유를 줄여나가며 패싱게임 시도를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지금껏 해오던 플레이를 갑작스럽게 바꾸기도 어렵다.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지난 시즌 힐 같은 빅맨용병이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까지 쏟아져 나오고 있다.

2연패로 스타트를 좋지 않게 끊은 KCC입장에서 올 시즌도 에밋 딜레마는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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