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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칭 '교통 오타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가 연재합니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그런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기자 말

지난 10월 15일 개통한 굿모닝버스 G6000번.
 지난 10월 15일 개통한 굿모닝버스 G6000번.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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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버스의 입석을 억제하기 위해 선발 투수가 나왔다. 'M버스', 즉 광역급행버스의 운행이었다. 꽤나 성공적인 정책이지만 출퇴근시간에는 중간정류소에서 버스를 탈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중계 투수로는 '광역버스 입석 금지정책'이 올랐다. 시행 첫날부터 시민들에게 '조리돌림'을 당하며 흑역사로 남았다. 그 다음 중계투수는 2층 버스. 안전성에 대한 일부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큰 문제 없이 잘 다니고 있다.

1년이 지난 2016년 새로운 구원투수가 등판했다. 집 인근의 환승거점과 시내의 환승거점을 잇는 김포한강신도시-홍대입구역 구간의 굿모닝버스 G6000번이 지난 10월 15일 개통했다. 집앞으로 나와 직행버스를 타고 빙빙돌아 고속도로에 30분만에 진입해 20분만에 강남역으로 도착하는 그런 직행버스가 이제는 사라질 차례인 것이다.

왜 이 직행버스가 사라질 차례냐고? 지금까지의 직행좌석버스, 하다못해 빠른 시내와의 접근을 위해 만든 M버스도 '뺑뺑이'를 한 바퀴 돈 다음에 겨우 고속도로나 직행도로에 입선해 서울시내의 주요 거점으로 향했다.

굿모닝 버스는 애초에 '뺑뺑이'를 돌 가능성을 차단한다. 어떻게 차단하냐고? 그래서 지금부터 굿모닝버스의 장점에 대해 알아본다. 장점만 알아보지는 않는다. 분명 부족한 면이 있으니 그 점도 해결책을 덧붙여 같이 알아본다.

M버스도 '갈 지자' 그리며 가는데... 이유는 '문전 앞 서비스'

대표적인 직행좌석버스인 수원-사당 간 7770번.
 대표적인 직행좌석버스인 수원-사당 간 7770번.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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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운행되고 있는 직행좌석버스 그리고 광역급행버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고속도로, 국도 등의 무정차구간 하나 타기가 정말 어렵다는 점이다. 직행버스의 '정석'으로 운행되고 있는 일산의 1000번이나, 남양주 마석의 8002번 버스 정도를 제외한다면 타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운행하는 기사의 입장에서도 고속도로에 입선하기 전까지는 고역인 셈이다.

왜 이런 운행을 할까. 서울특별시의 경기도 버스 시내 진입 제한 조항으로 인해 경기도 버스의 수를 필요한 만큼 늘리지 못하기 때문, 노선의 인가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 차량과 노선의 수가 버스회사에 충분히 많지 않기 때문… 등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용객이 환승을 기피하면서 '문전 앞 서비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문전 앞 서비스', 영어로는 'Door to Door Service'는 한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목적지로 가기 위해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필요가 없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이러한 문전 앞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신도시는 입주자들에게 선호된다. 그런데 버스는 한정돼 있다. 굴곡을 만들어서라도 단지 앞에 버스를 운행해야 한다.

문전 앞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눈앞에는 이용객에게 이득이 된다. 하지만 이 굴곡이 이용객에게 손해가 될 수도 있다. 이득이 된다는 것은 환승할 필요가 없이 주요 목적지(서울 도심, 여의도, 강남)로 향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그 환승을 피하기 위해 버스가 '환상적인 코너링'을 수십 번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손해다. 자연히 소요시간이 늘어나고, 경유지가 많으니 탑승객도 늘어난다. '입석지옥'의 가장 큰 원인은 새 노선 없이 누적되는 경유지다.

처음에는 직선을 죽 긋던 노선이 아파트 하나가 들어서면서 단지 하나에 들어갔다 나오고, 또 다른 아파트가 들어가면서 또 그 단지에 들어갔다 나오는 식의 변화를 거친다. 자연히 버스 노선도를 지도 위에 띄워보면 'ㄹ'자도 만들고, 심지어는 'ㅎ'자나 '3'자도 만든다. 조만간에 버스 노선도로 '팝아트'를 그리고, '프랙탈'까지 구현할 작정이다.

아무리 무정차구간을 달리면서 지하철과의 소요시간 격차를 벌려봐야 아파트단지를 들쑤시고 다니면서 소요시간을 까먹는다. 예를 들어 수원 호매실지구에서 3003번을 타고 무정차구간까지 가기 위해서는 무려 11번의 다양한 '코너링'과 함께해야 한다.

그런데 호매실지구 바로 앞에는 봉담과천도시고속화도로 호매실IC가 있다. 차로 과천까지 겨우 2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3003번이 수원시내를 빙빙 돌 동안 자동차는 해치상을 본다는 이야기이다.

시내 운행거리 짧아 회전율 ↑... 기사·차량 부담은 ↓

굿모닝버스의 원리와 목표를 모식도로 나타냈다.
 굿모닝버스의 원리와 목표를 모식도로 나타냈다.
ⓒ 경기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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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각 단지를 구석구석 돌고 나오는 것은 마을버스의 역할이다. 마을버스는 비교적 차량의 투입이 자유롭고, 굴곡이 많아도 상관없다. 시내 거점 정도만 커브를 돌며 운행하는 것은 시내버스가 역할을 해야 한다. 직행좌석버스나 광역급행버스는 이름값에 맞게 거점에서 서울의 거점으로 승객을 옮겨야 한다. 그런데 직행좌석버스가 마을버스마냥 온 수요처를 다 들락날락하고 있는 상태이다.

굿모닝버스는 1차적인 목표로 경기도의 거점과 서울시내의 거점을 잇는 데 주력하고 있다. 거점에서 무정차구간으로 바로 이동하고, 정체가 잦은 도심지역 대신 환승이 편리한 거점을 잇는다. G6000번은 한강신도시의 중심상업지구인 장기동에서 홍대입구역을 잇는다. 구태여 정체가 잦은 서울시내까지 들어가지 않는다. 자연히 소요시간이 줄고 정시성이 높아진다.

정시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탕수'(운행 횟수를 이르키는 기사 간의 은어)를 맞춰야 한다는 부담이 줄어든다는 의미이고, 버스기사의 피로가 줄어든다는 의미이다. 자연히 버스의 안정성이 향상되고, 난폭운전 역시 줄어들게 된다. 굿모닝버스의 첫 운행이 시작되는 김포시가 그간 버스의 난폭운전으로 인한 사고로 몸살을 앓았던 사실을 생각하면 큰 변화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더욱이 굿모닝버스가 정착되어 직행좌석버스와 M버스가 거점만을 잇는 원래의 취지대로 환원된다면 집-마을버스-환승거점-굿모닝버스-서울 부도심-지하철 혹은 서울시내버스-목적지라는 경유지를 갖게 된다.

자연히 환승거점에는 사람이 몰리게 될 것이고, 집에 가는 길에, 또는 출근하는 길에 인근의 상점 한두 개 정도는 들를 가능성이 크다. 그 한두 개의 상점을 들르는 시민이 수천 명에서 수만 명까지 이르게 된다면, 지역상권 역시 장기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다.

환승 불편 감수하는 만큼 개통 초기 요금 인하도 필수 

굿모닝버스의 원리를 나타낸 모식도.
 굿모닝버스의 원리를 나타낸 모식도.
ⓒ 경기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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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 개통한 G6000번에 가시적으로 보이는 문제점은 '매리트'가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이용객은 바쁜 출근시간에는 가장 빠르게 가는 교통수단을 바라고, 피곤한 퇴근시간에는 앉아서 목적지까지 한 번에 가는 교통수단을 원한다. 아침에는 환승을 감안하면서 굿모닝버스를 탈 수 있겠지만, 저녁에는 집앞까지 가는 직행버스 내지는 시내버스를 타도 무방하다는 이야기이다.

경기도의 가시적인 계획은 굿모닝버스를 주류(主流)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굿모닝버스와 일반버스가 환승하기 위한 전용터미널, 또는 환승센터를 개설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굿모닝버스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이용객의 환승저항을 덮을 '당근'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개통 직후 일정 기간동안의 요금 인하이다.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로 요금을 한시적으로 인하하여 굿모닝버스를 더 많은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또 환승거점은 기존의 직행버스가 자주 다니는 곳이되, 도시철도와의 연계가 편리한 곳으로 지정해야 한다. 추후 운행이 예정된 기흥역을 비롯해 동탄 메타폴리스, 광교중앙역 등이 추후 굿모닝버스의 출발지가 되기 적합한 장소이다. 또 환승거점에 복합상업시설, 대형마트, 환승주차장 등의 시설을 유치하여 앞서 말한 지역상권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 역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안이다.

다만 환승횟수가 5회에서 3회로 줄어든다는 서울특별시의 정책이 눈에 띈다. 굿모닝버스와 같은 환승거점형 시스템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환승횟수가 우선돼야 하는데, 3회로 줄어들면 서울시내 또는 경기도 내 거점으로의 이동에 애로사항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이는 경기도와 서울특별시의 협의를 통해 환승횟수 동결 등의 정책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또, 서울특별시에서는 경기도 직행버스가 몰리는 강남, 잠실 등의 부도심, 사당역, 김포공항 등의서울 시내의 환승거점에 환승센터 개설 등의 협조를 할 필요가 있다. 굿모닝버스가 정착돼 상당수의 직행좌석버스가 경쟁력을 잃게 되면 자연스럽게 대부분의 수요가 굿모닝버스에 몰리게 되고, 많은 수의 직행버스가 대열운행을 하는 것으로 인해 일어났던 교통정체 역시 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첫 운행 시작한 굿모닝버스, 경기도 유출입버스의 좋은 '귀감'되길

지난 15일 운행을 시작한 경기도 굿모닝버스 G6000번.
 지난 15일 운행을 시작한 경기도 굿모닝버스 G6000번.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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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운행되고 있는 직행버스의 노선중복으로 인해 강남역 앞에는 매일 장사진이 일어나고 있고, 강남대로는 버스철이 점령했다는 오명에 10년이 넘도록 시달리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노선중복 문제와 교통정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굿모닝버스가 운행되기 시작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2월 김포한강신도시에서 여의도를 잇는 G6001번이 개통되고 난 뒤, 굿모닝버스는 노선중복 문제가 심한 용인으로 간다. 용인 기흥역을 중심으로 하는 굿모닝버스를 운행하겠다는 것이 경기도의 계획이다.

굿모닝버스는 그간 집앞에서 버스를 타고 한번에 목적지로 가야 한다는 버스의 고정관념을 탈피하게 한다. 버스는 한 층짜리라는 공식을 지난해 2층버스 정식 운행으로 탈피했다면, 이번 굿모닝버스 역시 새로운 고정관념이 탈피될 수 있는 충분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나아가 버스 예약제 등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하니, 그간 낑겨서 버스나 지하철을 타야만 했던 '서울로의 출근길'이 점점 편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태그:#경기도, #굿모닝버스, #대중교통, #버스,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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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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