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핑크 정은지의 첫 솔로앨범 <Dream>의 주제곡인 '하늘바라기'는 지난 4월 18일 발표된 이후 꾸준히 롱런하며 사랑받고 있다.

에이핑크 정은지의 첫 솔로앨범 의 주제곡인 '하늘바라기'는 지난 4월 18일 발표된 이후 꾸준히 롱런하며 사랑받고 있다. ⓒ 로엔 엔터테인먼트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올킬'이란 단어에 익숙할 것이다. 가수가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에 신곡을 안착시켰을 때 이 표현을 쓰곤 한다. 단 하루일지언정, 아니 몇 시간 동안만 상위권에 머물러도 '올킬 신화'를 썼다며 자부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런데 가수에게 진정한 자부심을 주는 단어가 있다면 그건 바로 '롱런'이 아닐까 싶다. '오래도록 이어진다'는 의미로 쓰이는 이 단어야말로 가수에게 가장 큰 영예다. 반짝 인기로 올킬하는 것 보다, 음원차트 100위권 안에 몇 달 동안 진득하게 머무는 것이 훨씬 어려운 일이다. '음악 자체'로 사랑 받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카세트테이프에서 CD로, CD에서 디지털 파일로 음악을 담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음악의 수명이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어떤 노래를 듣고서 마음에 안 들거나 지겨워지면 파일을 삭제하는 것으로 그 노래와의 인연을 끝낼 수 있다. 인연 끊기가 이렇게 손쉬워질수록 롱런이란 단어는 그만큼 얻기 힘든 영광의 수식어가 되어간다. 정말 '듣기에 좋은 곡'이 아니면 대중의 플레이 리스트뿐 아니라 음원 차트에서도 오래 살아남을 수 없기에, 대중 곁에 오래 머무는 곡의 가치는 카세트테이프 시절보다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정은지의 '하늘바라기'(2016. 4. 18), 트와이스의 'cheer up'(2016. 4. 25), 어반자카파의 '널 사랑하지 않아'(2016. 5. 27), 여자친구의 '너 그리고 나'(2016. 7. 11) 등은 멜론, 네이버뮤직, 엠넷 차트 등에서 100위권 안에 꾸준히 머물러 있는 곡들이다. 괄호 안은 앨범 발매일이다. 짧게는 4개월, 길게는 7개월 가까이 차트에서 내려올 줄 모르는 이 곡들은 계절도 타지 않는 모양새다. 위의 곡들 외에도 <또 오해영> OST 수록곡인 벤의 '꿈처럼', <태양의 후예> OST 거미의 'You are my everything' 등 드라마 삽입곡의 롱런도 주목할 만하다. 그밖에도 원더걸스의 '와이 쏘 론리', 임창정의 '내가 저지른 사랑', 박효신의 '숨', 한동근의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볼빨간 사춘기의 '우주를 줄게' 등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물론 음원차트 순위가 노래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기준도 아니고, 음원차트가 100% 신뢰할 만한 것도 아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3개월 이상 차트에 머물러 있는 곡들은 대중의 고르고 한결 같은 사랑을 받으며 우리의 일상 속에서 친근하게 불리는 곡이란 사실이다. 계절이 바뀌는 동안 누군가의 곁을 지켜주고, 그 삶을 위로해주는 노래를 만드는 일은 가수로서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집중 홍보로 1위를 잠깐 '찍고' 내려오는 것도 성과라면 성과겠지만, 결국 대중이 원하는 건 오래 들어도 계속 듣고 싶은 노래다. 그런 노래를 부르는 가수를 대중은 오래도록 사랑할 것이다. 즉, 노래가 롱런하면 가수도 롱런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롱런하는 노래들은 어떤 특징을 지닐까. 한 가지 특징으로 한정지을 순 없지만 대체적으로 가사와 멜로디가 자극적이지 않고 전세대가 고루 즐길 수 있는 곡들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아버지를 향한 따뜻한 마음을 담은 정은지의 '하늘바라기'가 대표적 예다. '하늘바라기'는 마음이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힐링송'으로, 정은지의 포근한 보컬 덕에 '곁에 두고 힘들 때마다 듣고 싶은 곡'으로 손색이 없다. 또한 여자친구의 '너 그리고 나'도 순수한 가사에 비타민처럼 상큼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으로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부담 없이 듣기에 적합하다. 세월이 흘러도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고 두고 두고 불리는 롱런곡들은 타임캡슐의 물건처럼 훗날, 한 시대를 담은 상징이 될 것이다.   

롱런 음원차트 정은지 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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