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이 열연한 영화 <용순>의 한 장면.

이수경이 열연한 영화 <용순>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어린 시절 엄마를 잃고 아빠와 단둘이 사는 열여덟 여고생 용순(이수경 분). 여름방학을 맞은 그에게 일생일대의 로맨스가 밀려온다. 별생각 없이 들어간 육상부에서 코치를 맡고 있는 젊은 체육 교사 병민(박근록 분)과 비밀 연애를 하게 된 것. 남몰래 병민과 데이트를 즐기던 용순은 어느 날 그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와 더불어 아빠가 몽골에서 데려왔다는 새엄마에게 사사건건 날을 세운다.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병민의 뒤를 캐던 용순은 조금씩 진실을 알아가고,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성장한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부문에 이름을 올린 영화 <용순>이 관객 앞에 첫선을 보였다. 10일 오후 7시 30분 부산 메가박스 해운대에서 진행된 영화 상영에 이어 신준 감독과 배우들이 GV(관객과의 대화) 무대에 올랐다. 주인공 용순 역을 맡은 배우 이수경을 비롯해 병민 역의 박근록, 아빠 역의 최덕문, 새엄마 역의 안치카 등 네 명의 주요 배우가 함께했다.

ⓒ 부산국제영화제


<용순>은 2014년 제작된 신준 감독의 단편 <용순, 열여덟 번째 여름>을 장편화한 작품이다. 감독은 "대학 졸업작품으로 상영하면서 '장편으로 제작해 보면 어떻겠냐'는 얘기가 나와 시작하게 됐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등장하는 캐릭터가 많다 보니 어디에 비중을 둬야 할지 고민이 많았고 이야기를 선별하는 과정이 어려웠다"며 "결국 용순이란 캐릭터를 계속해서 돌진하는 아이로 보여주는 데 포커스를 맞춰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사춘기 시절 얘길 해 보고 싶었다. 누구나 나이와 무관하게 사춘기를 겼었을 것이고, 저는 지금도 사춘기라고 생각한다. (웃음) 사춘기 시절 무모했던 적이 있는 사람들도 점점 재고 따지며 살게 된다. 그 점이 아쉬웠다. 두려움과 걱정 없이 당돌하게 하고 싶은 일에 매달리는 사춘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여고생이 가진 에너지로 그런 모습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신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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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첫 원톱 주연 자리를 꿰찬 배우 이수경의 연기는 영화에서 단연 돋보인다. 엄마를 잃은 과거의 상실감, 그리고 연인을 빼앗기지 않으리라는 현재의 애틋한 감정까지. 환한 웃음 한 번 없이 내내 싸늘하게 주위를 대하는 용순의 캐릭터는 날카로우면서도 여린 속내가 엿보이는 특유의 연기 덕에 설득력과 감동을 동시에 자아낸다. "겉으론 차가워도 속으론 아빠에게도 선생님에게도 사랑받고 싶어 하는 아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라고 말한 이수경은 "저도 완성된 영화를 본 건 오늘이 처음이다. 용순이 친구와 가족들에게 사랑받고 있던 아이란 걸 새삼 느꼈다"라며 감정에 복받쳐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극 중 용순의 연적(戀敵)인 최여진을 비롯해 박철민, 김응수 등 영화에 등장하는 카메오 출연진도 화려하다. 한적한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한 에피소드들은 싱그러운 사춘기의 열병과 대비되며 한껏 소박하고 예쁘게 다가온다. 현재 막바지 후반 작업을 진행 중인 <용순>은 내년 중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여름 한 철 같은 때가 있다. 한번 활짝 피었다가 사라지는 무지개 같은. <용순>은 그런 영화다." (최덕문)

부산국제영화제 BIFF 용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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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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