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에게 인사하는 김태형 감독 지난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두산과 롯데의 경기에서 승리하고 KBO리그 역사상 시즌 최다 승 신기록을 기록한 두산의 김태형 감독이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 팬들에게 인사하는 김태형 감독 지난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두산과 롯데의 경기에서 승리하고 KBO리그 역사상 시즌 최다 승 신기록을 기록한 두산의 김태형 감독이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6 KBO리그 포스트시즌 진출 5팀이 모두 결정됐다.

지난 9월 22일 두산 베어스가 21년 만에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 지으며 한국시리즈에 직행했고 그 뒤를 이어 NC와 넥센, LG가 가을야구 티켓을 따냈다. 그리고 5일 KIA가 삼성과의 경기를 잡으며 막판까지 끈질기게 추격해온 SK를 따돌리고 포스트시즌 막차에 탑승했다. LG와 KIA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10일로 예정된 가운데 두 팀의 최종 순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페넌트레이스 최종일(8일)까지 1승의 우위를 점하는 4위 자리를 놓고 피 말리는 승부를 이어가는 일이 남아있지만, 포스트시즌 진출팀은 모두 가려졌다.

전문가들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우승 후보를 비롯해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높은 팀들을 추려낸다. 순위 예측은 막연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야구는 모른다'면서도 어느 정도 합리적인 이유와 추론이 바탕이 된다. 스토브리그에서의 전력 보강, 외국인 선수의 기량,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치며 선수단 구성과 준비 상태를 지켜본 상태에서 시즌 판도를 예측한다. 보통 거액을 투자해 FA 선수를 영입하거나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 외국인 선수와의 재계약,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갖춘 선수가 합류한 팀은 순위 예측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반대로 전력 보강 없었거나 주축 선수의 이탈만 있었던 팀이라면 하위권으로 분류된다. 그렇게 올 시즌에도 여러 이유를 들어 예측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스포츠의 묘미는 이런 예측들이 항상 들어맞지 않는 데 있다. 2016년에도 그랬다. 1위 두산과 2위 NC를 제외하면 시즌 최종 순위표는 많이 달랐다.

투자 실패와 왕조의 몰락... 한화, 롯데 그리고 삼성

NC전 연패 롯데 더그아웃 '침통' 지난 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대 롯데경기. 7회초 롯데가 추가실점하자 롯데 더그아웃 선수들이 굳은 표정으로 경기를 보고 있다. 롯데는 올시즌 NC와 상대 전적 1승 14패에 13연패를 기록하고 있다.

▲ NC전 연패 롯데 더그아웃 '침통' 지난 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대 롯데경기. 7회초 롯데가 추가실점하자 롯데 더그아웃 선수들이 굳은 표정으로 경기를 보고 있다. 롯데는 올시즌 NC와 상대 전적 1승 14패에 13연패를 기록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화와 롯데는 지난겨울 스토브리그에서 화끈하게 지갑을 열었다. 한화는 '지저스' 에스밀 로저스(200만 달러)를 비롯해 팀의 상징 김태균(4년 84억)과 베테랑 포수 조인성(2년 10억)을 붙잡았고, 리그 최고의 좌완 불펜 정우람(4년 84억)과 베테랑 우완 심수창(3년 13억)까지 한화 유니폼을 입혔다. 여기에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 30개 가까운 홈런을 때려낸 특급 타자 윌린 로사리오(130만 달러)까지 영입하며 단숨에 우승 후보로 급부상했다. 한화를 5강 후보에서 제외하는 예측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롯데 역시 고질적인 문제였던 뒷문 강화를 위해 통 큰 투자를 했다. SK 왕조의 주축이었던 우완 불펜 윤길현(4년 38억)과 넥센의 수호신이었던 손승락(4년 60억)을 동시에 영입하며 셋업맨과 마무리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 타선에 양호했던 선발진을 생각하면 롯데의 투자는 성적 상승으로 이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컴퓨터 게임이 아니었고 투자는 성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한화는 스프링캠프부터 부상으로 우려를 샀던 로저스가 중도 퇴단했고 정우람은 잦은 등판과 시즌 중반 차량 접촉사고 후유증으로 기대했던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다. 김성근 감독 특유의 투수 운영은 많은 비판을 받았고 부상 선수 역시 속출했다. 그사이 성적은 곤두박질쳤고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참담한 결과로 돌아왔다. 김태균과 로사리오가 타선에서 맹활약한 게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롯데는 더 심각했다. 윤길현은 8번, 손승락이 6번의 블론세이브를 범하면서 2015시즌 롯데 불펜진이 기록한 전체 세이브 실패(18)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윤길현은 6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전혀 믿음을 주지 못했고 구위가 하락세에 있다는 평가를 받던 손승락은 3할이 넘는 피안타율로 안정감 있는 마무리의 모습이 아니었다. 여기에 시즌 중반 수원 원정에서 같은 호텔에 투숙하던 팬과 배달 음식을 놓고 마찰을 빚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롯데 팬들의 가슴을 쓰리게 만들었다.

2010년대 왕조를 구축했던 삼성 역시 몰락을 피할 수 없었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지만 삼성은 그러지 못했다. 새로 영입한 외국인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수준 이하였고 왕조의 핵심이었던 불펜 투수 안지만은 시즌 중반 또다시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이며 계약해지로 팀을 떠났다. 적지 않은 잡음에도 정규경기 5연패의 경험과 관록이 살아 있을 것이라 믿었지만 그런 건 없었다. 선발진이 완전히 붕괴하며 2009년 이후 7년 만에 씁쓸한 가을을 보내게 됐다. 전설 이승엽을 필두로 최고의 시즌을 보낸 4번 최형우, 지난해 신인왕 구자욱이 이끈 타선과 심창민이 새롭게 마무리를 맡으며 성장세를 보인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육성으로 반전 만든 넥센, LG, KIA

넥센, 두산에 9-1 대승 지난 9월 2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 경기에서 9-1 대승을 거둔 넥센 선수들과 코치들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 넥센, 두산에 9-1 대승 지난 9월 2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 경기에서 9-1 대승을 거둔 넥센 선수들과 코치들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 연합뉴스


넥센과 LG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나란히 하위권으로 분류됐다. 넥센은 지난해 시즌 종료 후 박병호, 유한준, 한현희, 조상우, 손승락까지 투타의 주축 선수들을 한꺼번에 잃었고, LG는 FA 시장에서 SK 포수 정상호를 영입한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전력 보강이 없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꿈꾸기에 두 팀의 전력은 강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예측은 완전히 어긋났다. 넥센은 시즌 내내 안정적으로 3위 자리를 지켜내며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시즌 중반 잠실야구장에 양상문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펼침막까지 걸리는 등 암울해 보였던 LG 역시 반등에 성공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KIA도 5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에 복귀했다. 다른 5강 경쟁 팀들을 압도하기 어려워 보였던 KIA였지만 안정적인 선발진을 바탕으로 시즌 막판까지 중위권 싸움을 버텨낸 끝에 마지막 남은 한 장의 가을야구 표를 따냈다.

반전을 써낸 세 팀의 공통점은 내부 육성 성공에 있다. 넥센은 신재영이 선발로 15승을 거두며 신인왕을 예약했고 김세현은 롯데로 떠난 손승락이 전혀 그립지 않도록 완벽하게 뒷문을 걸어 잠갔다. LG는 리빌딩과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채은성, 이천웅, 유강남을 필두로 한 야수진의 세대교체가 깔끔하게 이뤄지며 가을야구 진출까지 이뤄냈다. KIA도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5강 진출의 밑거름이 됐다. 안정적인 선발 마운드를 바탕으로 주장 이범호가 팀 타선을 이끌었고 김호령, 이홍구, 노수광을 비롯해 만년 유망주 김주형이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며 힘을 보탰다. 넥센과 LG, KIA 모두 내부 자원들의 성장이 성적과 직결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줬다.

전문가와 팬들은 각종 지표와 합리적인 추론을 통해 포스트시즌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할 것이다. 예측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야구는 모른다는 것. 바로 그것 때문에 재미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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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강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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