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욱(28)이란 스트라이커가 이렇게까지 잘했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한 경기였다.

전북 현대가 28일 오후 7시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FC서울과 경기에서 4-1로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에서 전북의 최강희 감독은 '최철순 시프트'를 가동했다. 전북은 김창수(31)가 오른쪽 측면 풀백으로 선발 출전했고, 서울과의 최근 맞대결에서 득점을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던 장윤호(20) 대신 최철순(29)을 수비형 미드필드로 선발 출전시키며 변화를 줬다.

서울의 황선홍 감독은 최전방에서 데얀(35, 몬테네그로)과 호흡을 맞출 선수로 박주영(31) 대신 아드리아노(29, 브라질)를 선택했다. 특히, 최근 부상에서 돌아온 김원식(24)을 수비형 미드필드로 깜짝 선발 출전시킨 것이 눈에 띄었다.

경기 초반에는 예상을 깨고 서울이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했다. 왼쪽 측면 윙백으로 선발 출전한 고광민(28)과 최전방의 아드리아노와 데얀이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전북의 골문을 노렸다.

전북은 초반부터 강하게 나오는 서울의 움직임에 다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몸 상태가 좋아 보이는 로페즈(25, 브라질)와 레오나르도(30, 브라질)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분위기를 만들어나갔다.

전반 10분 전북 진영에서 길게 넘어온 볼을 김신욱이 가슴으로 받아 로페즈에게 연결했고, 중거리 슈팅으로 이어진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13분에는 이재성(24)이 페널티박스 안으로 좋은 패스를 연결했고, 수비의 방해를 받지 않았던 박원재(32)가 강력한 슈팅을 시도했으나 크로스바를 때리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전북은 전반 19분 다시 한 번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전북의 공격 상황에서 김보경(26)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수비를 등지고 있던 김신욱에게 패스를 연결했고, 김신욱이 돌아서는 움직임 도중 곽태휘(35)의 반칙이 나오며 페널티킥 기회를 얻어냈다. 이것을 레오나르도가 침착하게 득점으로 성공시키면서 전북이 1-0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서울로서는 반칙이라 보기 다소 억울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페널티킥이 주어지며 아쉬움을 남겼다.

    28일 오후 7시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AFC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전북 현대와 FC서울의 경기에서 전북의 로페즈(오른쪽)가 득점에 성공한 뒤 팀 동료인 레오나르도(왼쪽)와 함께 기쁨을 표시하고 있다.

28일 오후 7시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AFC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전북 현대와 FC서울의 경기에서 전북의 로페즈(오른쪽)가 득점에 성공한 뒤 팀 동료인 레오나르도(왼쪽)와 함께 기쁨을 표시하고 있다. ⓒ AFC 공식 홈페이지


선취골을 기록한 전북은 곧바로 추가골을 만들어 냈다. 전반 25분 김보경-로페즈-김신욱-로페즈로 이어지는 깔끔한 연결을 통해 서울 수비진을 뚫어냈고, 로페즈의 침착한 마무리 슈팅으로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서울로서는 오스마르(28, 스페인)가 뒷공간으로 뛰어들어가던 로페즈의 스피드를 따라잡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전북의 공격력은 아시아 최고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강했다. 전반 39분에는 전북 진영에서 한 번에 길게 넘어온 볼을 김신욱이 헤딩으로 오른쪽 측면을 파고드는 로페즈에게 연결했고, 빠른 크로스에 이은 레오나르도의 헤딩슛으로 이어지며 또다시 서울의 골망을 흔들었다.

서울은 첫 번째 실점 이후 굉장히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전반에만 무려 3실점을 하고 말았다. 경험이 많은 곽태휘와 오스마르가 최후방을 지휘했음에도 전북의 공격을 전혀 막아내지 못했다. 특히, 김신욱의 공중볼 장악과 레오나르도와 로페즈의 빠른 발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서울의 실낱같은 희망을 무너뜨린 김신욱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와 FC서울의 4강 1차전. 전북 김신욱이 페널티킥을 얻어낸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와 FC서울의 4강 1차전. 전북 김신욱이 페널티킥을 얻어낸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은 후반 시작과 함께 김원식을 빼고 정인환(29)을 투입하는 변화를 줬다. 김원식의 자리는 오스마르가 대신했고, 정인환은 스리백의 한 축을 담당했다. 반면, 전반전 대량득점에 성공한 전북은 별다른 변화 없이 후반전을 맞이했다.

서울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만회골을 넣으며 경기장의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었다. 서울 진영에서 곽태휘가 길게 넘겨준 볼이 불규칙 바운드를 보이면서 페널티박스 안으로 빠르게 침투하던 주세종(25)에게 향했고, 이것을 강력한 슈팅으로 연결하며 득점에 성공했다. 서울로서는 충격적이었던 전반전을 잊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소중한 득점이었다. 

만회골 이후 서울의 공격이 살아났다. 후반 4분 이석현(26)이 전북 수비에 걸리기는 했지만, 페널티박스 안에서 연이은 슈팅을 시도했다. 1분 뒤에는 데얀이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강력한 슈팅으로 연결하면서 권순태(32)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전북은 크게 앞서고 있어서인지 집중력이 다소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공격에만 치중한 나머지 서울에 많은 공간을 허용했고, 전반과 비교해 사라진 압박은 서울에 분위기를 넘겨주는데 한 몫을 담당했다.

서울의 공격은 계속됐다. 후반 13분 데얀이 전북 선수 세 명의 압박 속에서도 볼을 지켜내면서 좋은 크로스를 연결했고, 이것을 페널티박스 안에서 수비를 등지고 있던 이석현이 가슴으로 떨궈 아드리아노에 연결해 슈팅까지 이어졌지만,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서울은 후반 19분 득점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중앙 미드필드 이석현을 빼고 스트라이커 박주영을 투입하면서 '아데박' 트리오(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를 가동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득점에는 실패했다. 후반전 팀 공격을 이끈 주세종이 활발히 경기장을 누비면서 기회를 만들고, 아드리아노와 데얀의 연계플레이가 살아났지만, 마무리가 되질 않았다.

오히려 전북에 추가골을 허용하면서 마지막 남아있던 실낱같은 희망이 사라졌다. 후반 38분 이재성이 왼쪽 측면에서 빈 곳을 향해 넣어준 패스를 김신욱이 잡아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돌파해 들어가면서 침착한 슈팅으로 연결했고, 또다시 서울의 골망을 흔들었다. 김신욱은 이날 경기 팀의 모든 골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면서 최상의 몸 상태임을 제대로 증명했다.

후반전 경기 운영을 잘해온 서울로서는 너무나도 아쉬운 실점이었다. 김신욱의 마지막 추가골 전에 서울이 한 골을 더 넣었더라면, 경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상황이었고, 패배한다 해도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2차전 홈경기에서 승부를 뒤집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선보인 전북이 4-1로 완벽한 승리를 거뒀고, 무기력하게 패한 서울은 홈에서 기적을 꿈꿔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선보인 전북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와 FC서울의 4강 1차전. 전북 레오나르도가 3대0으로 앞서가는 골을 넣고 동료들과 세리머니하고 있다.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와 FC서울의 4강 1차전. 전북 레오나르도가 3대0으로 앞서가는 골을 넣고 동료들과 세리머니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경기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보여준 선수는 김신욱이다. 2골을 기록한 레오나르도와 로페즈 역시 팀 승리에 크게 공헌한 것이 사실이지만, 김신욱은 이날 경기 전북의 모든 득점에 관여하면서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

김신욱은 국가대표팀 중앙수비진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서울의 곽태휘, 오스마르를 상대로 공중볼을 완벽하게 장악했고, 전북의 수차례 공격 기회를 만들어냈다. 김신욱이 경기 초반부터 서울의 수비진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면서 전북 선수들에게 공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 것이 2선 공격진의 활약을 돋보이게 했다. 또한, 기회가 왔을 때는 확실하게 득점으로 연결하는 결정력까지 선보이면서 이날 경기 팀의 완승을 이끌었다.

서울의 수비진은 김신욱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면서 체력과 집중력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특히, 김신욱의 높이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상대에게 공간을 쉽게 허용한 점은 굉장히 아쉽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실점 모두 김신욱의 공중볼에 의한 공간 활용을 통해 나왔다는 점을 보면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전북의 2선 공격진 역시 대단했다. 먼저, 좌우 측면에 있던 레오나르도와 로페즈가 이날 경기에서 선보인 스피드는 정말 훌륭했다. 특히, 서울의 수비진보다 뒤늦게 출발했음에도 볼을 가로채 슈팅으로 연결하는 장면은 감탄사를 불러일으켰다. 수비수의 뒷공간을 활용하는 능력과 기회에서 득점으로 연결하는 결정력 역시 완벽함에 가까웠다.

K리그 최고의 중원 조합인 김보경과 이재성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들은 서울이 예상을 깨고 전반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오면서 평소보다 수비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 김보경은 수차례 서울의 공격 전개를 끊어내는 모습을 보여줬고, 이재성은 많은 활동량을 이용해 서울에 압박을 가하면서 수비에 큰 힘을 보탰다. 이 두 선수는 공격 전개 시 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데도 큰 역할을 했고, 개성이 뚜렷한 전북의 공격진을 활용하는 좋은 패스를 통해 대량 득점에 보이지 않는 공헌을 해냈다.

전북의 수비진은 화려한 공격진에 비해 주목은 덜 받지만, 능력만큼은 아시아 최고 수준임을 증명했다. 특히, 최철순은 이날 경기에서 수비형 미드필드로 자리를 옮겨 아드리아노의 전담 수비수로 맹활약했다. 아드리아노가 볼을 잡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경기 내내 따라다녔고,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로 상대에게 슈팅을 쉽게 허용하지 않았다.

이날 전북은 공격과 수비 모든 면에서 서울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축구를 선보였다. 그 결과가 4-1이라는 점수 차로 나타났고, 평일임에도 경기장을 찾은 2만3481명의 관중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물론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10월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16 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이 남아있다. 그러나 이번 시즌 전북과 서울이 보여준 경기력과 성과를 볼 때, 전북의 결승 진출 가능성은 굉장히 커 보인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ACL4강1차전 서울VS전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