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J Academy를 이끄는 이승준 선수의 모습

SJ Academy를 이끄는 이승준 선수의 모습 ⓒ 이승준 선수


"매년 하나씩 천천히 배우면서 성장하고 싶다."

지난 2월 이승준 선수와의 첫 만남 당시 그가 마지막으로 말했던 '자신의 포부'다. 당시 그는 그라마넷 FC에서 경기를 뛰며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고 동생인 이승우 선수를 도와주며 바르셀로나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이승우 선수는 바르셀로나팀에 복귀하여 훈련과 경기를 재개했고 이승준 선수도 자신이 하고 싶었던 계획들을 실현해나갔다.

지난 9월 그와 직접 만나서 나눴던 얘기를 토대로 서면 인터뷰를 다시 진행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크게 두 가지를 담았다. 먼저 첫 번째로 이승준 선수가 이번 여름에 한국에서 실행했던 'SJ 아카데미' 프로젝트 이야기를 꺼낸다. 이어 두 번째는 이승우와 이승준의 바르셀로나 생활, 그리고 네티즌의 궁금증을 풀어주려고 한다.

[Chapter 1] 이승준 선수의 'SJ 아카데미'

 전 일본 국가대표팀 감독, 아기레를 만난 이승준 선수

전 일본 국가대표팀 감독, 아기레를 만난 이승준 선수 ⓒ 이승준 선수


이승준 선수는 지난 3월부터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바로 'SJ 아카데미'다. 자신의 이름인 승(Seung)과 준(Joon)의 앞글자를 따 만든 SJ 아카데미는 스페인식 축구를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는 프로젝트다. 3월부터 자신의 각종 SNS를 통해 아카데미를 알렸고 필자에게도 글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만큼 프로젝트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있었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많은 축구전문가와 만나 이야기하면서 경험을 넓혔고 자신이 명지대학교를 나와 스페인에 와서 어떤 축구를 배웠는지, 자신만의 철학을 확립시켰다. 5월에 한국으로 입국하기 전까지 스페인에서 남는 시간마다 짬짬이 훈련 방식을 외워두었고 다음에 카페를 개설하여 프로젝트 참가자들에게 공지사항을 알려주곤 했다. 한국에 들어와서는 나이키로부터 지원받은 공들을 갖고 실전에 나섰다. 참가자들과 소통하며 연습에 매진했고 이승우 선수와 동료들을 초청하여 함께 축구 경기를 하면서 좋은 추억을 남겼다.

- 가장 먼저 자신을 잘 모르고 계실 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승준입니다! 저는 지난시즌까지 스페인 리그에서 선수로 활동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스페인에서 에이전트 공부를 하고 있으며 유소년 선수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인생 제 2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한국에 휴가를 와서 'SJ 아카데미'를 열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이유일까요?
"처음에는 제가 너무 앞서가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곳 바르셀로나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경기장에서 뛰며 경험했던 것들을 많은 친구와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렇기에 말 좋았던 기억들과 체계적인 훈련들을 생각하면서 아카데미를 준비했습니다. 이런 경험은 매우 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흔치 않은 경험을 한국의 어린 선수들과 함께 공유해주고자 프로젝트를 계획했습니다."

- 아마도 축구를 가르치는 입장, 특히나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힘이 꽤 들 텐데요. 승준 선수는 아이들 가르치시면서 어떠셨나요?
"처음에는 선수들을 코칭하는게 정말로 힘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생각과 다르게 유소년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었고 즐겁게 코칭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는 선수들이 긴장하고 얼어있었으나 저는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데로 하라며 긴장을 풀어주었습니다. 대신 축구를 할 때는 집중하고 생각해서 경기를 해야 하며 절대 억지로 축구를 하지 말라고 충고했고요. 축구 선수로서 축구를 볼 때와 코치를 하면서 축구를 볼 때 정말 많은 차이가 있었고 이런 차이점들을 소통하며 풀어나가다 보니 좋은 성과가 있어 매우 좋았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아이들이 긴장하고 자신감이 없는 플레이를 했는데 나중에는 창의력과 자신감, 제가 원했던 두 가지를 동시에 얻는 성과를 거둬 기분 좋게 마칠 수 있었네요."

- 한두 달은 길지 않은 시간이었을 텐데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가르쳤나요?
"제가 스페인에서 경기를 보고, 직접 하며 배운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스페인에서의 축구는 패싱과 자율성을 강조합니다. 이 두 가지를 통해서 타이밍이라는 것을 배웠으며 현대축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축구라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아이와 선수들은 리프팅을 잘하고, 드리블을 현란하게 하는 것이 축구를 잘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오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리프팅과 드리블을 잘한다면 좋은 선수임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느낀 축구는 달랐습니다. 억압된 축구보다는 선수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고 창의력 있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옆에서 코치를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실제 아카데미에서도 옆에서 창의력을 키워주며 코치를 했습니다. 이런 코칭은 선수들을 변화시킬 수 있고, 그 변화는 좋은 성적을 내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 이번 여름으로 끝난 아카데미가 아니라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해주세요.
"앞으로 SJ 아카데미를 더욱 활성화 시킬 예정입니다. 이번 첫 번째 프로젝트는 제 목표의 첫 번째 프로젝트였습니다. 첫 스타트를 끊었고, 앞으로는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에 이어 셀 수 없이 많은 목표를 두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수많은 유소년 축구대회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저는 SJ 아카데미 선수들과 함께 더 크고 더 높은 꿈을 위하여 스페인에 있는 많은 대회를 경험시켜주고 싶습니다. SJ 아카데미를 통해 선수들이 직접 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 수많은 국가들의 선수들과 대결을 하면서 발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Chapter 2] 바르셀로나의 이승준 선수는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바르셀로나 이승우 선수와 이승준 선수

바르셀로나 이승우 선수와 이승준 선수 ⓒ 이승준 선수


명지대학교의 축구부로 활동하던 이승준 선수는 'FC 바르셀로나'에 입단한 이승우 선수를 따라 바르셀로나로 떠났다. 이후 스페인에서 짧은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도 했고 이승우 선수의 멘토가 되어 코칭을 해주기도 했다. 또한, 한편으로는 에이전트 일에 관심을 두고 한국 담당으로 에이전트 회사에 들어갈 준비 중이다. 이외에도 축구 지도자를 비롯하여 축구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

-동생인 이승우 선수를 위해 경기를 분석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방식인지요?
"사실 딱히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이)승우가 경기하는 경기장에 가서 볼 터치 횟수, 슈팅 횟수, 드리블과 패싱 등 여러 가지 기록들을 세서 통계를 내는 것일 뿐입니다. 집에 와서 전에 경기했던 경기들을 보고 비교하며 좋았던 장면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보완해야 할 것들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그런 통계들을 분석하고 글로 작성해서 (이)승우한테 보여주면 승우랑 미팅을 진행하는 거죠."

- 앞으로 스페인 에이전트 회사에 한국 담당으로 들어가신다고 하셨는데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사실 축구 선수 생활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세상을 바라봤을 때, 제가 프로를 갈 실력이 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선수 생활을 그만두기로 했고 이 결정은 매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결정으로 제가 축구를 떠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정말 축구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그래서 결정한 게 에이전트입니다. 저와 (이)승우를 위한 가장 좋은 길이라고 생각했고 바르셀로나에서 생활하면서 생각한 결과입니다. 누구보다 동생을 잘 알고, 또 항상 같이 다니는 게 서로에게 도움이 많이 되기 때문에 에이전트가 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에이전트라는 길을 가기 전까지 많은 분께서 제게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현재 바이에른 뮌헨의 티아고 알칸타라, 하피냐의 에이전트인 마찡요 (티아고와 하피냐의 아버지)께서 운영하시는 회사의 담당으로 계신 기예라는 분이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또한 루이스 수아레즈의 에이전트인 페레 과르디올라 같은 분들과도 만나 이야기하면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런 도움이 있었기에 제가 한국 담당 일을 할 수 있게 된 거 같습니다."

- 항상 승준 선수는 승우 선수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시나요?
"저는 승우와 자주 소통하고 정보들을 공유하는 편입니다. 나쁜 점과 좋은 점을 이야기해주며 조언하기도 하고 가끔은 진지한 토론을 할 때도 있습니다. 경기장이나 집에서 '경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승우야, 오늘 경기 뭐냐. (웃음) 심각하네, 패스 미스 진짜 심각하다" 처럼 즐겁게 웃으면서 말하곤 합니다. 제가 승우한테 자주 조언하지만, 저도 승우에게 많은 조언을 듣습니다. 제가 형이지만 자존심 같은 것은 모두 버리고 미래를 위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서로 웃으면서 조언하려고 합니다!"

- 이승우 선수가 '후베닐 A' 소속으로 시즌을 시작해서 바르셀로나 B에 왔다 갔다 할 것으로 많은 매체가 예상 중입니다. 곁에서 지켜보는 형으로서 이번 한 시즌을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물론 저희도 상위리그에서 뛰면 좋겠지요. 하지만 저는 결코 현재 후베닐에 있다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3년이란 시간을 쉬고도 이런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승우를 높이 사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의 승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출전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바르셀로나 1군에서 경기를 뛰면 너무나도 좋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후베닐에서 90분을 뛰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Chapter 3] 누리꾼이 이승준·이승우 형제에게 궁금한 것은?

 이승우 선수의 경기를 보러 간 이승준 선수

이승우 선수의 경기를 보러 간 이승준 선수 ⓒ 이승준 선수


- 이승우 선수 피지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많은 축구팬들은 이승우 선수가 키가 작고 왜소해 걱정이 크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요?
"피지컬이라는 것은 밸런스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리오넬 메시, 알렉시스 산체스, 세르히오 아게로 같은 선수들이 키는 작은데 밸런스를 유지하며 경기를 펼치잖아요. 그러나 한국에서는 약간의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승우에게는 밸런스 운동이 필요합니다. 또한, 피지컬 운동도 필요하죠. 그렇지만 이미 밸런스 운동을 시작했고 바르셀로나 현지에서는 승우의 피지컬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저희도 신경 쓰이지는 않는 부분입니다."

- 이승준 선수나 이승우 선수가 즐겨듣는 노래, 또는 좋아하는 가수가 있는지요!
"따로 좋아하는 가수는 없고 요즘은 스페인 노래를 즐겨듣고 있습니다. (웃음)"

- 사람들이 이승우 선수가 3년간의 공백으로 인해 현재 기대치만큼 못 갈 거라는 평가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반응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네요. 물론 저는 어린 나이인 만큼 기대가 큽니다.
"사실 그런 평가에 대해 별생각은 없습니다. 많은 사람의 의견이 모두 맞는 이야기이고 현재의 승우는 발전하고 있으므로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승우는 작년부터 계속 경기를 소화하면서 좋았던 경기력 혹은 안 좋았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경기력을 다시 보는 시간을 가졌고 장점은 살리며 단점은 보완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2016-2017시즌을 앞둔 프리시즌에 많은 골을 넣으며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 또한 크게 기대가 됩니다."

- 요즘 한국의 어린 선수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는 봉사를 하시는 것을 즐겁게 하시고 계시는데, 나중에 유소년 지도자가 되실 건가요? 스페인 축구, 라 마시아의 철학을 접목한 축구학교를 만드는 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언제나 꿈이라고 하는 것은 존재합니다. 저 또한 그런 꿈을 꾸고 있습니다. 당연히 스페인 축구와 라 마시아의 철학을 접목한 학교를 만드는 욕심도 납니다. 하지만 지금은 현재의 제게 만족을 하고 있으며 승우와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그런 즐거운 상상을 하며 꿈꾸고 있으니 언젠가는 기회가 다가올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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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김동현의 풋볼로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승우 이승준 바르셀로나 스페인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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