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경기의 시행착오는 더는 없었다. 용기 있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 슈틸리케 감독이 확 달라진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며 세간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대안을 제시했다.

새로운 대표팀 명단은 지난 중국-시리아와의 2연전에서 지적받았던 문제점들이 상당히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일단 이번에는 23인 명단을 모두 채웠다. 지난 첫 2연전 당시 소수정예로 20인만을 선발하여 불필요한 논란의 여지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결정이다.

출범 당시의 원칙을 지킨 '초심으로의 귀환'도 두드러진다. 지난 대표팀은 몇몇 선수들이 경기력 부문에서 물음표를 드러냈음에도 중용되어 원칙이 흔들린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23인 명단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최근 소속팀에서 물오른 경기력을 보이는 선수들이 대거 중용되었으며, 특히 K리그 선수들의 합류가 두드러진다.

대거 합류한 K리거들

지난 9월 A매치 1차 소집 당시 K리거는 이재성(전북)과 권창훈(수원), 이용(상주) 등 단 3명이었고 시리아전에서 추가 발탁된 황의조(성남)까지 포함해도 4명에 불과했다. 불러들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총 7명의 K리거가 부름을 받았다. 기존 멤버 중 권창훈만 제외되고 이재성과 이용은 다시 이름을 올렸으며, 곽태휘(서울), 김신욱, 김보경, 권순태(이상 전북), 정동호(울산), 홍철(수원) 등이 새롭게 가세했다. 이들 모두 슈틸리케호에 한 번 이상 이름을 올렸던 낯익은 선수들이기도 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김신욱과 곽태휘의 대표팀 복귀다. 김신욱은 지난 2015년 동아시안컵 이후 1년여만의 대표팀 복귀다. 196cm의 장신 공격수인 김신욱은 브라질월드컵과 인천 아시안게임 등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했지만, 제공권이 주는 강점에 비하여 스피드와 연계능력 등 단점도 뚜렷하여 전술적 활용도를 두고 대표팀 감독들의 고민거리가 되어왔다.

대표팀은 지난 시리아전에서 공격 자원의 다양성 부재를 절감했다. 9월 A매치에서 원톱으로 중용된 지동원이 밀집수비 공략에 필요한 포스트플레이 능력에서 한계를 드러냈고, 황희찬과 황의조는 그리 중용되지 못했다. 롱볼과 직선적인 공격 루트를 시도할 수 있는 타깃맨의 부재가 아쉬웠다. 김신욱의 존재감이 아쉬웠던 이유다.

김신욱은 최근 전북에서 프로통산 100호 골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김신욱을 그동안 배제한 것이 아니라 컨디션이 올라오는 시점을 기다리고 있었다면 최근의 상승세를 반기기도 했다.

이번에는 역시 대표팀에 복귀한 유럽파 공격수 석현준(트라존)을 비롯하여 김신욱까지 190대의 장신 타깃맨 자원이 두 명이나 가세했다. 최전방과 2선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지동원까지 포함하면 원톱으로 기용할 수 있는 지동원(아우크스)까지 포함하면, 세 명의 공격수 자원이 각기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다는 점은, 대표팀의 공격루트 다양화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곽태휘의 가세도 대표팀의 수비 안정화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대표팀은 그동안 수비진을 아우를 수 있는 경험 많은 리더가 없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받아왔다. 중국 무대에서 활약 중인 김영권이 부상으로 시즌아웃된 것도 아쉽다. 곽태휘는 중동에서 활약하다가 최근 K리그로 복귀한 이후 적응 차원에서 지난 9월 명단에서는 제외되었지만 이번에 다시 복귀하면서 수비진은 물론이고 대표팀의 최고참으로서 리더 역할을 해줄 것이 기대된다.

이젠 경기력으로 증명해야 할 때

좌우 풀백은 경쟁 구도가 부활했다. 일단 지난 9월 A매치에서 평가가 엇갈렸던 오재석과 이용이 재신임을 받았고 센터백과 좌우 풀백을 겸하는 장현수 역시 변함없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이번에는 컨디션을 회복한 홍철과 정동호의 가세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 박주호, 윤석영, 김진수 유럽파 풀백들이 아직 제 컨디션을 찾지못하는 상황에서 최선의 대안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골키퍼는 정성룡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권순태가 기존 김진현-김승규와의 경쟁체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해외파 주력 선수들도 변함없이 이름을 올렸다. 차이가 있다면 지난 9월 당시에는 경기 감각과 주전 경쟁에 의문부호가 붙은 선수들이 많았다면, 이번에는 다수의 유럽파 선수들이 쾌조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벌써 리그 4골을 터뜨리며 절정의 골 감각을 이어가고 있으며 구자철, 지동원, 석현준, 이청용, 기성용 등도 꾸준히 경기에 나서며 공격포인트를 기록할 만큼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중동에서 활약 중인 남태희 역시 오랜만에 슈틸리케호에 복귀했다.

다만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과 기성용 등 일부 유럽파 선수들의 태도 논란을 지적하며 경기력과는 별개로 경고의 메시지도 남겼다. 손흥민은 지난 9월 A매치 중국전에서 교체 이후 물병을 걷어차는 불손한 태도, 기성용과 이청용은 소속팀에서 감독과 불화설에 휩싸이며 도마 위에 오른바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팀 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럽파 선수들에 보내는 메시지를 통하여 사전에 팀의 기강과 규율을 다시 한 번 바로잡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 지난 9월 A매치에서의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고 심기일전하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물론 약간은 변명하는 듯한 사족도 없지는 않았지만, 아예 문제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변화조차 거부하던 전임 감독들보다, 잘못을 인정하고 변화를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것은 엄청난 차이다.

이제는 그라운드에서 경기력으로 증명하는 일만이 남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동안 소속팀에서 부진한 선수들만 때문에 대표팀 명단을 구성하는데 밤잠을 설쳐야 했다. 오죽하면 몇몇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부진하다가 대표팀에서 자신감을 찾고 돌아간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이번에는 모처럼 소속팀에서 최상의 활약을 보이는 선수들 위주로 오랜만에 대표팀이 구성됐다.

다가오는 이란-카타르와의 2연전은 이번 최종예선의 최대 분수령으로 꼽히는 난적들과의 맞대결이다. 슈틸리케호가 9월 A매치의 아쉬움을 만회하는 멋진 설욕전을 펼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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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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