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소개할 때, 다짜고짜 그 사람의 경제력에 관해 말하는 건 속물 같은 짓이다. 하지만 이지훈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작곡가를 소개하기 위해 속물의 방식을 택하려 한다. 이유는, 현재 그가 확보한 경제력이 어려웠던 과정을 한 계단씩 밟아온 결과이고 그를 설명해줄 수 있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저작권료를 포함해 한 달에 1000만 원 이상의 안정적 수익을 얻고 있는 그는 아직 1989년생, 젊은 나이다. 기타리스트로 데뷔해 작곡과 작사, 프로듀싱으로 영역을 넓히고 유명 배우들의 기타 선생님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유승우, 정준영, 로이킴, 최강창민, 울랄라세션 등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뮤지션들의 앨범에 프로듀서, 혹은 작곡가로, 혹은 세션으로 참여하며 활발히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젊은 음악가가 있다고 하여 궁금했다. 그래서 13일 오전 합정동의 작업실에서 이지훈을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작곡가 이지훈이 13일 오전 서울 합정동의 자신의 작업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지훈은 유승우의 1집 앨범을 프로듀싱했다. ⓒ 이정민


대중과의 공감점 찾기... 대화 통해 힌트 얻어 

- 지금 어떤 앨범을 작업 중인가요.
"정준영의 새 미니앨범을 준영이와 함께 작업하고 있어요."

- 두 분이 어떻게 함께 작업하게 됐나요.
"준영이는 안 지 3~4년 된 친구고요, 1년 정도 같이 살았아요. 둘 다 4차원이라 엉뚱한 면이 많고, 또 음악적으로도 통하는 게 많아서 함께 앨범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어느 앨범보다 더 심혈을 기울여서 작업하고 있어요."

- 곡을 만들거나 앨범을 제작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한 마디로 대답하기에 쉽지 않은 질문 같아요. 대중으로부터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 일단 가장 중요하고요, 이와 더불어 음악적 완성도를 챙기는 것과 제작자로서 수익을 내는 것. 이 모든 것의 교집합을 이뤄내기 위해 두루 신경 쓰는 것 같아요."

- 그 교집합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게 있나요.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해요. 특히 어린 친구들과 더 많이 대화하려고 하는데, 제가 만드는 음악이 10대~20대 분들이 많이 들으시니까 그들을 만나서 일상적인 이야기를 들어요."

- 그렇게 노력하다보면 공감요소를 찾아내는 능력도 느나요.
"글쎄요, 오히려 요즘 더 혼란에 빠졌어요.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들, 느끼는 것들, 감동받는 것들이 많이 다르단 걸 갈수록 심각하게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이것에 공감할 거야'라는 확신을 함부로 내리지 못하겠어요. 이렇게 혼란에 빠진 건 처음인데, 무언가를 찾아나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 음악은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15살 중2 때부터 기타를 쳤어요. 처음엔 단순히 여자아이들한테 인기를 얻고 싶어서 기타를 시작했지만 푹 빠졌어요. 학교측의 배려를 얻어 월요일에만 학교에 가고 나머지 시간은 계속 기타만 쳤어요. 그 후 고등학교 진학 대신 검정고시를 보고 서울에 올라와서 기타리스트로 쭉 활동했어요. 서울 와서 음악하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많은 것이 변했어요."

- 어떤 것이 변했나요.
"혼자 기타칠 땐 제가 '짱'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더라고요. '사람들과 교류해야 발전할 수 있구나' 하고 느꼈고 그때 정신적으로 많이 큰 것 같아요. 혼자 있으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된다고 봐요."

작곡가로 데뷔, 장범준과의 인연

 작곡가 이지훈이 13일 오전 서울 합정동의 자신의 작업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지훈은 여러 사람과 교류하는 것을 중요시했고, 현실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었다. ⓒ 이정민


-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다가 어떻게 작곡가로 데뷔했나요.

"기타를 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작곡 공부는 됐고요, 뮤지션들의 기타 세션으로 활동했는데 곡 쓰는 아티스트들을 옆에서 보면서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그 중 최고로 자극 받은 게 장범준이었어요. 고향도 같고 해서 많이 친해졌어요."

- 장범준의 아내를 소개해준 장본이라면서요.
"범준이의 아내인 지수씨가 제게 기타 레슨을 받았어요. 범준이가 일본에 공연 갔을 때 제게 '너무 외롭다'는 메시지를 마침 보냈고, 그래서 소개팅 상대를 물색하다가 배우 지망생이었던 지수씨의 사진을 보여줬어요. 범준이가 그 사진을 보자마자 한 눈에 반해서 제게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적극적으로 부탁했어요."

- 곡은 어떻게 만드나요.
"무조건 전 레퍼런스와 제 생각을 합쳐서 만들어요. 영감은 '개뻥'이죠. 영감은 착각이에요. '나는 맥주를 마시면 영감이 떠올라' 이런 건 위험한 것 같아요. 맥주를 마셔서 영감이 오는 게 아니라, 단지 감성이 풍부해지며 집중이 잘 되는 것이죠. 그런 식으로 영감을 믿고 자기만의 세상에 빠지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음악하는 사람이 외골수가 되는 것에 저는 개인적으로 반대예요. 사람과의 교류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

사람을 만나고 개방적인 태도 가지는 것 중요

 작곡가 이지훈이 13일 오전 서울 합정동의 자신의 작업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지훈은 혼자 있는 아이들을 돕는 것이 꿈이다. 40세쯤 고아를 돌보는 재단을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현실적인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 이정민


- 사람과의 교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음악도 사람이 하는 거잖아요. 개방적인 사람이 음악활동도 잘 이어나가는 것 같아요. 자기가 혼자 있을 때 곡이 잘 나온다고 생각되더라도, 딱 거기까지만 하고 그 후엔 세상에 나와야 하는 것 같아요."

- 음악을 직업으로써 준비하는 사람에게 조언을 준다면요.
"'한방주의'를 버리고 한 단계 한 단계 차근차근 쌓아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아는 작곡가 형이 있는데 한 달에 앨범을 25장을 내면서 다작을 했거든요. 그런데 인기를 얻는 곡이 한 곡도 없었어요. 주위로부터 무시를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꾸준히 하니까 인정 받는 곡이 나오고, 지금은 한 달에 5000만원 이상 버는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어요. 돈이 다는 아니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꾸준히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 음악을 시작한 초반에 비해서 변화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초반엔 음악 전공도로서 음악의 완성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퀄리티에 집중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가에 집중해요."

- 작사가이기도 하잖아요. 현재의 음악 트렌드를 읽는다면요.
"꼬아서 말하는 가사가 유행이었는데 사람들이 이젠 그런 것에 질린 것 같아요. 진솔하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되는 거죠. 예를 들면 어반자카파의 '널 사랑하지 않아' 혹은 한동근의 노래도 결국은 그런 진솔한 스타일로 밀어붙인 노래예요."


이지훈 장범준 정준영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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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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