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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난 9월 8일자 <오마이뉴스>에 실린 ' "개 들어오면 안 돼" 안내견 출입 막은 교회 ' 기사의 후속기사입니다. <기자 말>

저는 지난 9월 3일(토) 일본 후쿠오카 한인교회를 빌려 운영하는 한글학교에 안내견을 동반하여 들어가려다 출입을 저지당했습니다. 이와 관련 해당 내용을 9월 8일 <오마이뉴스>에 소개했고 많은 분들이 댓글로 관심을 표현해 주셨습니다. (관련 기사: "개 들어오면 안 돼" 안내견 출입 막은 교회)

3일 토요일 안내견 출입을 거부당한 저는 그 다음날인 4일과 8일에 안내견 저지에 대한 항의와 재발 방지등을 교회 게시판을 통해 요구했습니다. 제가 요구한 사항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안내견 출입 저지에 대하여 정중히 사과할 것.
둘째, 향후 이런 일이 재발 되지 않도록 약속할 것.
셋째, 장애인과 인권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교회가 노력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교회주보나 예배시 간등을 통해 정식으로 사과할 것과 교회 홈페이지나 정문 등에 "안내견 출입을 저지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재발방지를 약속할 것이며, 끝으로 교육이나 세미나 등을 통해 목사님을 포함한 교회 관계자들이 장애 및 인권 등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또한 9월 5일에는 교회가 소속된 재일대한기독교회에 이번 사건을 알리고 교단 쪽에서 소속 교회에서 장애인 차별이 벌어지지 않도록 교육과 감독을 해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제가 교회와 목사에게 요구하는 글을 교회 게시판에 올리자 교회 신도로 보이는 사람들로부터 항의성 댓글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목사님! 많이 당혹스럽겠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 치고는 대가가 좀 크게 느껴지겠네요. 이게 웬 날벼락인지"라거나  "목사님께서 똑똑한 기자양반에게 정말 운 없게도 잘못 걸렸네요"라는 글도 있었습니다. "오히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이라는 인식과 언론을 이용해 힘없는 사람 괴롭히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라는 내용도 있었으며, 어떤 이는 저를 향해 '이단 관계자'인 것 같다는 황당한 주장을 펴기도 했습니다.

제가 올린 두 번의 게시글과 <오마이뉴스> 기사를 소개한 게시글에 달린 십수 개의 댓글은 안내견 저지가 단순 실수인데 그걸 기사화해서 교회를 흠집내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는 식의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저는 댓글을 보면서 참담함을 느꼈습니다. 기독교인들이 가지고 있는 인권 인식 수준의 단면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차별받던 우리가 차별을... 부끄럽다"

재일대한기독교회 총회장 명의로 된 사죄문. <복음신문>에 게재 예정이라고 한다. "후쿠오카교회에서 일어난 시각장애인 차별적 대응 사건에 대한 재일대한기독교회의 태도 표명"의 내용이 한글-일본어로 쓰였다.
 재일대한기독교회 총회장 명의로 된 사죄문. <복음신문>에 게재 예정이라고 한다. "후쿠오카교회에서 일어난 시각장애인 차별적 대응 사건에 대한 재일대한기독교회의 태도 표명"의 내용이 한글-일본어로 쓰였다.
ⓒ 신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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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게시판에서 신도들이 보인 반응과는 달리 한인교회가 소속된 재일재단기독교회는 정중한 태도로 제게 사과했습니다.

재일대한기독교회(아래 총회)에서 행정을 총괄하는 총간사인 김병호 목사는 9월 8일 카카오톡을 통해 제게 총회의 입장과 결정사항을 알려왔습니다. 일본기독교협의회(NCCJ) <장애인과 교회 문제 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김 목사는 마침 당일(9월 5일) 위원회 회의가 있어 후쿠오카 한인교회의 안내견 저지 사건을 보고했고, 9월 6일 총회 총간사 명의로 된 서신을 통해 전국교회에 상황을 보고하면서 "두 번 다시 이러한 일들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지시켰다"고 밟혔습니다.

또한 총회는 9월 7일 메신저 회의를 통해 긴급 총회 임원회를 소집하여, "성서에서 우리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예수그리스도의 정신은 약자와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돕는 것이고 그 일은 오늘날 우리 교회가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일로서, 금번 후쿠오카 한인교회에서 벌어진 일을 심한 장애인 차별 문제로 인식하며, 해당 목사의 개인적 잘못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잘못으로 느끼며 대처해 가기로 한다"라고 의견을 모으면서 다음 사항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1. 먼저 총회를 대표하여 총간사와 서남지방회장, 그리고 해당 교회 담임목사가 사죄문을 가지고 피해 장애인을 방문하여 정중히 사과 할 것과

2. 10월1일에 발행되는 기관지 <복음신문>에 출입을 저지한 해당 목사의 사죄문을 게재함과 동시에 <"후쿠오카교회에서 일어난 시각장애인 차별적 대응 사건에 대한 재일대한기독교회의 태도 표명"을 총회장 명의로 싣기로 하며

3. 향후 재일대한기독교회의 선교적 중요한 과제로서 장애인 문제 등을 짊어지고 갈 계획이라는 것이었습니다.

9월 10일 재일재단기독교회 총간사 김병호 목사, 서남지방회장 김명균 목사, 그리고 후쿠오카 한인교회의 김인과 목사가 저를 찾아와 만남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안내견 출입을 저지한 당사자 목사는 <사죄문>을 통해 정중히 사과하였고 제가 요구한 사항을 모두 이행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교회 게시판에 사과문과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글을 올렸고, 9월 11일 예배시간에 교회 신자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습니다.

또 교회 관계자들과 향후 장애 인권에 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인권 교육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저는 교회와 총회의 정식적이고 정중한 사과를 받아들였습니다. 특히 재일대한기독교회의 총회장을 맡고 있는 김성제 목사님의 가슴 깊은 사과는 저의 마음을 풀리게 했습니다.

김성제 목사님은 총회를 대신하여 총간사인 김병호 목사를 도쿄에서 1천km나 떨어진 후쿠오카까지 보냈고 본인이 직접 저에게 전화로 사과 말씀을 하였습니다. 김 목사님은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동포라고 합니다.

본인이 청년시절 일본인에게 '조센진'이라는 차별을 몸으로 겪었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차별을 몸으로 겪어 왔는데 우리 스스로 장애인을 차별했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움과 함께 분노마저 느꼈습니다. 정말 예수님을 섬기는 사람으로서 재일대한기독교회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써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며 사과를 했습니다.

김 목사는 또한 <복음신문> 에 게재될 총회 입장표명을 통해 "목사가 개를 동반해서 교회당에 들어온 사람을 목격했던 순간에, 인도견을 데리고 온 시각장애가 있는 사람이라고 먼저 간주해 볼 감성과, 잘 확인하고 언동을 하는 신중함이 부족해 일어난 것 같습니다. 그것은 그런 감성과 주의력이 부족한 채로 신성한 곳에 동물을 데리고 오면 안된다는 자신의 고정관념, 가치관이 먼저 앞서 노출되어진 결과라 생각합니다"라며, "오늘날 기독교회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사회에서도 인도견의 공공시설 입장은 법률에 보장되어 있다는 것은 세상의 상식입니다. 이 상식조차 분별하지 못한 장애인에 대한 인권 감각의 부족함이 이번 사태에 드러나고 있습니다"라고 본 사건을 정의했습니다.

소외받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교회가 되길

해당 한인교회 목사의 사죄문
 해당 한인교회 목사의 사죄문
ⓒ 신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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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안내견 문제를 접하고 교단 소속 다른 목사님들께 보고하고, 이에 대해 가르침을 구하는 과정에서 제가 알게 된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재일 한국인이 일본 사회에서 차별로 인해 고통을 받아 왔습니다만, 그 고통은 법률이나 제도에 의한 것도 있었지만 일본사회의무지, 몰이해, 무관심으로부터 기인한 차별이 더욱 큰 고통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단순히 안내견을 저지한 것은 저의 단순 실수가 아닌 시각장애인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 무관심이 그 이유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

이번 후쿠오카 한인교회의 안내견 출입을 저지한 당사자인 목사님께서 제게 하신 말씀입니다. 목사님은 "이 경험을 깊이 마음에 새기며 장애인들을 포함한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편에 서서 이러한 분들이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귀하를 비롯한 많은 장애인 당사자로부터 배우면서 행동해 가겠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제가 요구한 장애와 인권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세미나를 준비할 것을 시작으로 활동을 펼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재일대한기독교회 총회장 김성제 목사는 지금까지 우리가 재일한국인을 비롯한 이 사회에서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대변하기 위한 활동을 펼쳐왔고, 2017년에는 이를 전담할 '마이너리티 선교 센터'를 설립할 계획도 가지고 있는데 교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놀랐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향후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해 특히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 약자를 위해 교회가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어찌보면 이번 일은 단순한 실수 일 수도있습니다. 안내견을 접해보지 못한 목사님의 부주의로 치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차별은 그런 단순한 실수나 무지에서부터 비롯됩니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합니다.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무지나 몰이해, 무관심이 바로 차별의 시작입니다. 이번 일로 일본의 한인교회들이 낮은 자세로 교회 밖 사회의 고통받거나 소외된 사람들, 소수라는 이유로 차별받던 사람들에게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후쿠오카교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목사의 사과문
 후쿠오카교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목사의 사과문
ⓒ 후쿠오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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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인교회, #안내견 출입, #장애인,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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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1급 시각장애인으로 이 땅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의 삶과 그 삶에 맞서 분투하는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을 기사화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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