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자야구 대표팀이 지난 4일 쿠바를 상대로 6회 극적인 대역전극을 만들어내며 슈퍼 라운드에 진출했다. 모두가 기적이라며 그녀들의 도전을 응원하며 열광하고 있다.

여자야구 대표 팀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이유는 바로 뒤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조연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껏 주목하지 않았던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한다. 그중에서도 대표 팀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통역사들의 이야기다.
   
-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양승리(이하 양) "안녕하세요? 베네수엘라 통역을 맡고 있는 양승리라고 합니다. 멕시코에서 교환학생을 마치고 1주일 전에 막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조대욱(이하 조) "반갑습니다. 한국 대표 팀 통역지원을 맡고 있는 조대욱이라고 합니다."

 베네수엘라 팀 통역 양승리(좌), 대한민국 팀 통역 조대욱(우)

베네수엘라 팀 통역 양승리(좌), 대한민국 팀 통역 조대욱(우) ⓒ WBSC


- 어떻게 세계여자야구월드컵 통역·지원 팀으로 지원하게 됐나요?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어서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멕시코에 있을 때도 국제 행사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이었어요. 가장 큰 동기는 바로 베네수엘라와 쿠바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잘 없기에 만나보고 소통해 보고 싶어 이렇게 지원하게 됐어요."

 "1달 전, 터키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돌아왔어요. 아무래도 외국에 있다가 돌아오다 보니 자신감도 많이 있었고 집이 부산이라 '이 기회에 한 번 도전해보자'고 다짐하며 했어요. 자신 있게 지원한 결과 당당히 합격할 수 있었어요."

- 통역 업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기본적으로 선수단에게 일정을 매번 공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선수단이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대회 운영팀에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하며 선수들이 원할 때마다 항상 따라다니며 통역을 하고 있어요. 쉽게 말해, 선수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기 전까지 계속 붙어 있으면서 공적인 일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일들도 도와주며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야구장에서는 감독님이 마운드에 올라가 선수 교체나 심판 판정에 항의를 할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통역을 하고 있어요. 선수들 일정관리나 식사 시간, 차량 시간과 유니폼 세탁물 관리 등 선수단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 저희 통역사들이 언제든지 도와드리고 있어요."

-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우선 다른 나라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소통이 될 때 기분이 좋아요. 그러다 보면 금방 선수단과 가족이 된 기분이 들어요. 업무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우리 가족이 외국에 왔으니 내가 같이 여행을 하면서, 어려워하는 부분을 내가 도와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저로 인해 외국 선수들이 도움을 받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때 '내가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더그아웃 안에서 선수들과 같이 경기를 보며 응원도 하고 아쉬운 장면이 나오면 다 아쉬워하고 그런 점들이 좋은 것 같아요. 우리 팀이 득점을 올리면 서로 좋아하고 힘든 상황에서는 힘도 불어 넣어주는 것이 정말 내가 대한민국 여자야구 대표 팀과 하나가 된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관객으로선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거나 현장에서만 느껴지는 무언가를 경험할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 대외활동으로 스포츠 팀 통역을 해보고 싶은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 친구들에게 통역사라면 꼭 갖춰야 할 자질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려주세요.
"자신감을 넘어서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언어를 구사하는 데 있어서는 자신감이 정말 중요해요. 자신감을 갖기 시작한다면 좀 더 잘 들리고 말도 잘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누군가 '통역을 하는 일은 누구에나 어렵지만 어떤 사람은 부딪히면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고, 다른 사람은 어렵다고 그냥 포기해버린다'라고 말했어요. 통역을 잘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끄러워하지 말고 당당히 나서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나라의 문화를 알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선수들과 빨리 친해지는 것이 중요해요. 제가 먼저 선수들에게 다가가 인사도 건네고 항상 웃으면서 대해야 빨리 친해질 수 있거든요. 신뢰를 한순간에 만들 수는 없지만 선수들이 저를 편하게 여겨야 불편한 점이나 개선사항을 바로바로 말하기 때문에 먼저 다가갈 수 있는 친근함이 중요하다고 봐요. 또한, 같은 언어라도 주변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다르게 들릴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를 잘 캐치해내는 것도 통역사로서의 필요한 자질인 것 같아요. 통역은 말을 잘하는 것보다는 정확한 의사전달이 중요하니까요."

 인터뷰 내내 유쾌한 모습을 보여준 양승리(좌), 조대욱(우)

인터뷰 내내 유쾌한 모습을 보여준 양승리(좌), 조대욱(우) ⓒ WBSC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여자야구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지금처럼 조금씩 대회도 개최하고 많은 분들이 여자야구의 관심을 가진다면 더 좋은 결과가 생길 것 같아요. 국제 대회가 많이 생겨야 저희뿐만 아니라 많은 친구들이 이런 경험을 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LG후원  WBSC 2016 기장세계여자야구월드컵'이 저에게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인 것처럼 여자야구도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였으면 좋겠어요. 이런 국제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뒤에서 묵묵히 노력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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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청춘스포츠에도 실렸습니다. (글 : 이동욱·김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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