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가족의 탄생>의 한장면

연극 <가족의 탄생>의 한장면 ⓒ 김동민


떨어져 살던 네 남매가 어머니의 기일을 맞아 오랜만에 모이기로 한다. 아내와, 또 새로 사귄 남자친구와 다 같이 좁디좁은 차 한 대에 타고 서울을 떠나 아버지가 있는 여수를 향한다. 각자 마음 한구석에 서로에 대한 앙금을 쌓아둔 이들이 함께하는 350km의 여정. 결코 짧지 않은 동행 속에서 남매는 조금씩 서로에게 진심을 내보인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여수. 남매는 이곳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마주한다.

연극 <가족의 탄생>이 개막을 앞두고 지난 6일 오후 3시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에서 프레스콜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극단 가탄의 배우 정청민, 김상균, 윤영민, 이은, 박교빈, 김승현, 김선일 등이 무대에 올라 극의 주요 막을 시연했고, 손용환 연출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작품의 탄생

<가족의 탄생>의 원작자이기도 한 손용환 연출은 작품을 구상한 계기로 직접 겪은 경험을 들었다. 그는 "(<가족의 탄생>은)우리 가족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라며 "제 동생이 스포츠 도박에 빠져 집안 경제를 무너뜨린 일이 있었다. 이후 집을 나가 지금까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며 아픈 가족사를 털어놨다. 또한 극중 장남 국호와 둘째아들 국보의 갈등에 대해서는 "명절 때 아버지가 큰아버지와 싸우는 걸 본 적이 있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어 작품의 주제에 대해서는 "멀어진 가족이 다시 만나게 하는 것이 이 작품의 콘셉트다"라고 설명했다.

손용환 연출의 의도와 맞물려, <가족의 탄생>은 제목처럼 끊임없이 소멸과 탄생을 반복하는 가족의 속성을 상기시킨다. 국호와 국보, 딸 국희, 그리고 지적 장애를 가진 막내아들 국환까지. 이들이 뿔뿔이 흩어져 각자 가정을 이루고 이후 관계가 소원해지는 모습에서는 오늘날 흔한 가족의 모습이 엿보인다. 한 가족이었던 이들이 어른이 되고, 각자 누군가의 남편과 아내, 부모가 되면서 '남보다 못한 사이'로 남는 전개는 필연적으로 느껴져 더욱 뼈아프다.

 연극 <가족의 탄생>의 한장면

연극 <가족의 탄생>의 한장면 ⓒ 김동민


일하랴 아픈 아들 돌보랴 빠듯하게 사는 국호와 정화. 그리고 부모와 형에게 손 벌려가며 차린 사업을 몇 번이나 말아먹은 국보와 서현. 두 부부의 이야기와 이들 간의 복합적인 갈등은 극의 중심에서 내내 긴장감을 자아내는 중심 서사 역할을 톡톡히 한다. 특히 과거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국호가 변변찮은 수입의 사회복지사를 직업으로 선택했다거나, 국보가 결혼식도 치르지 못한 채 아내 서현의 가게를 도우며 경제적으로 의존한다는 설정 등은 관객의 공감대를 얻는 데 효과적인 장치로 기능한다.

국호와 국보가 영화의 긴장을 담당한다면, 그 사이사이에서 숨 쉴 틈을 만드는 건 여성 캐릭터들이다. 차분하고 논리적인 인물로 그려지던 정화가 라면을 끓인답시고 중무장(?)을 하며 허당끼를 드러내는 장면, 막내 국희가 대책 없이 밝은 성격으로 만진을 대하는 소개팅 장면 등은 주요 웃음 포인트다. 자칫 신파나 비극으로 흐를 수 있는 이 작품에 있어 가족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를 유지시키는 이들의 연기는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이다.

<가족의 탄생>은 지난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연극 창작산실 시범공연으로 처음 선보인 작품이다. 이후 같은 해 6월 대학로 소극장 혜화동 1번지에서 초연됐고 올해 1월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공연된 이후 이번으로 세 번째를 맞았다. 지난 6일 개막한 <가족의 탄생>은 다음달 30일까지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에서 공연한다.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시와 7시, 일요일 오후 4시에 열리며, 월요일 공연은 없다.

 연극 <가족의 탄생>의 한장면

연극 <가족의 탄생>의 한장면 ⓒ 김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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