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시즌 KCC는 외곽에서 에밋의 패스를 받을 선수가 제대로 없었다.

지난시즌 KCC는 외곽에서 에밋의 패스를 받을 선수가 제대로 없었다. ⓒ 전주 KCC


프로농구 전주 KCC의 다음 시즌 업그레이드 요소 중 가장 기대되는 것은 '슈터진'의 부활이다. KCC는 여러 가지 불안 요소와 얇은 선수층에도 불구하고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이라는 기대 밖 성적을 냈다. 비록 막강 전력 고양 오리온에 패해 우승문턱에서 좌절하기는 했지만 '잘해야 6강 진출이다'는 평가를 깬 성적을 올렸다는 점에서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하다.

문제는 전력 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깜짝 호성적을 올리는 바람에 전력 보강 요소가 확 줄었다는 사실이다. 다음 시즌 판도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신인 빅3'(고려대 이종현·강상재, 연세대 최준용)도 KCC 입장에서는 남의 집 얘기가 됐다.

주전급 선수의 외부수혈도 없었고 높은 순위로 쓸 만한 장신 외국인선수를 뽑은 것도 아니다. 외려 하승진 백업으로 쏠쏠한 역할을 해준 알짜 포워드 정희재(25·195cm)가 군복무로 빠져버리는 등 빈자리만 크다. 안양 KGC 인삼공사에서 둥지를 옮긴 정휘량(32·198cm)은 시즌이 시작되어봐야 확실한 견적이 나오겠지만 연습경기 등에서 보여준 기량은 신통치 않다. 현재의 KCC로서는 있는 전력 내에서 시즌을 준비해야만 한다.

슈터진 부활, 지난 시즌과는 다르다

다행인 것은 지난 시즌 부상으로 인해 제대로 활약을 못했던 선수들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김지후(25·187cm), 정민수(28·192㎝), 김민구(25·191cm) 등이 바로 그들로 갑작스런 추가 부상만 없다면 올 시즌 상당한 플러스 전력으로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무엇보다 세명 모두 3점슛에 능한지라 김효범(33·195cm) 한명에게 철저히 의지해야했던 지난 시즌과는 외곽 공격력 자체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효범은 기복이 심한 슈터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상당한 적중률을 자랑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오픈 찬스마저 놓칠 정도로 답답하리만치 안 들어간다. 거기에 포지션만 2번일 뿐 가드 특유의 섬세한 플레이와 센스가 부족한지라 보조 리딩, 패싱 게임 등을 기대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많이 쏴서 득점을 올리는 유형이라는 점에서 실리가 높은 슈터는 아니다. 하지만 지난 시즌 KCC는 슈터가 워낙 없었던지라 컨디션 유무에 상관없이 계속해서 김효범만 써야했다.

교통사고로 인한 큰 부상만 없었다면 김민구는 소속팀 KCC는 물론 국가대표 역대 급 에이스 자리까지 노려볼만한 재능의 소유자다. 허재의 뒤를 잇는 '전천후 천재 공격수'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단순히 3점 슛만 잘 쏘는 게 아닌 유연한 드리블을 바탕으로 한 돌파까지 매우 위협적이었으며 한술 더 떠 어지간한 1번 못지않은 넓은 시야와 패싱 능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포인트가드, 슈팅가드로서 모두 국내 최상급인 선수가 바로 김민구였다. '악마의 재능'이라는 말이 괜스레 나온 게 아니다. 하지만 부상 이후 어렵사리 돌아온 김민구는 안타깝게도 예전의 엄청났던 운동능력을 대부분 상실한 상태다. 타 선수들과 급이 다른 수준의 센스는 여전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지라 플레이를 제대로 펼치기 힘들다. 특히 수비를 할 경우 끊임없이 상대와 몸싸움을 하고 움직임을 따라가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김지후는 반드시 잘해야 되는 선수중 하나다. 그는 무려 허웅(23·185cm), 김기윤(24·180cm) 등을 패스하고 KCC에 뽑힌 선수다. 전임 허재 감독은 드래프트 당시 4위 지명권을 가지고 고민이 많았다. 순리대로라면 성장 가능성에서 최고인 허웅을 뽑는 게 맞았고 김기윤 역시 대학 최고의 포인트가드 출신인지라 김지후보다 먼저 뽑혀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팬들 역시 그것을 원했다. 전정규, 전성현 등 운동능력, 사이즈 등에서 탁월하지 않은 '슛밖에 없는 슈터'들의 한계를 그간 누누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감독의 선택은 김지후였다. 여기에는 '슈터도 필요한 상황' 등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허웅이 그의 아들인 점이 가장 컸다. 아버지가 감독인 팀에 들어오게 되면 허웅, 허감독 모두에게 상당한 부담인 것만은 분명했다. 결국 허감독은 김지후를 뽑았고 현재는 허웅, 김기윤 등과 격차가 확 벌어진 상태다.

물론 김지후도 아직까지 가능성은 충분한 선수다. 허웅, 김기윤처럼 전천후로 팀에 영향을 끼치는 스타플레이어는 못될지 몰라도 슛 하나만큼은 빼어난지라 전문 슈터로서의 가치는 높다. 오픈찬스에서의 정확성은 김효범보다 월등하며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의 움직임도 좋다. 동료가 패스하기 좋은 방향으로 끊임없이 움직이며 스스로 슛을 쏘기 좋은 상태를 만들 수 있는 선수다.

에밋과 양궁부대, KBL판 클리블랜드를 꿈꾼다

 다음 시즌의 KCC는 지난 시즌과 달리 김효범의 외곽슛 부담을 줄여줄수 있게됐다.

다음 시즌의 KCC는 지난 시즌과 달리 김효범의 외곽슛 부담을 줄여줄수 있게됐다. ⓒ 전주 KCC


정민수는 알짜 포워드로 꼽힌다. 이름값이 높지도 그렇다고 플레이가 화려하지도 않지만 공수 모두에 두루 능한지라 팀 내 살림꾼 역할이 가능한 유형이다. 특히 힘이 좋아 골밑에서 상대 포스트업을 막아내는 역할도 가능해 3,4번에 걸쳐 두루 스토퍼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오픈찬스에서의 3점 슛도 준수한 편이다.

김민구, 김지후, 정민수 등은 지난 시즌 부상으로 거의 제 역할을 못했다. 그러나 현재는 지난 시즌보다 몸 상태가 한결 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습게임 등을 통해서도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는 중이다. 당장 주전급 활약은 힘들더라도 이들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것만으로도 추승균 감독은 전략이나 선수기용 폭을 넓게 가져 갈 수 있다.

이들의 합류가 무엇보다 반가운 선수는 팀 내 주포 안드레 에밋(34·191cm)이다. 매 경기 한 두 명의 상대 수비수를 달고 다니는 그는 자신에게 마크가 몰렸을 경우 외곽 빈 공간으로 공을 빼주는 플레이를 즐겨 쓴다. 그렇게 해야 동료들에게 찬스도 날 수 있고 수비수들을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에는 그게 안됐다. 외곽 슛에서 믿음을 줄 수 있는 선수는 전태풍, 김효범 정도인지라 상대 수비는 그러한 상황에서 김태술, 신명호, 하승진 등을 버리는 수비를 했다. 하지만 김민구, 김지후, 정민수 등이 함께한다면 어느 쪽으로 공을 빼줘도 외곽 슛이 터질 수 있는지라 다양한 패턴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김태술과 트레이드되어온 이현민(33·173cm)과 장신 외국인선수 리오 라이온스(29·205.4cm)또한 3점 슛에 일가견이 있다. 마치 NBA(미프로농구)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르브론 제임스와 양궁부대가 연상된다. 에밋이 르브론을 역할을 해주고 나머지 선수들이 양궁부대를 완성시키면 된다.

지난 시즌 3점 슛으로 인해 애를 먹었던 KCC가 'KBL판 클리블랜드'가 되어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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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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