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은 역시 강했다. 고양 오리온은 26일 서울 잠실 학생 체육관에서 열린 KCC 프로 아마 최강전 2016 8강에서 원주 동부를 86-77로 이겼다. 3-2 지역 방어와 최진수(23득점 9리바운드), 장재석(14득점), 허일영(12득점 9리바운드), 이승현(8득점 4도움)등의 활약을 앞세워 거둔 승리였다. 오리온은 27일 창원 LG와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된다.

골밑 공략의 차이, 포스트업 vs. 커트인

경기 초반 오리온은 득점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승현이 던진 중거리슛이 연거푸 림을 외면했고 전정규와 정재홍의 3점슛 시도 역시 득점과 연결되지 않았다. 오리온이 슛 난조에 빠진 사이 동부는 김창모의 룸서비스를 받은 김태홍의 골밑슛, 두경민의 2대 2 공격에 의한 중거리슛, 허웅-윤호영의 2대 2 공격 시도에서 파생된 김태홍의 중거리슛 등으로 차곡차곡 점수를 쌓았다. 동부는 1쿼터 4분 12초에 8-2로 앞서며 기선을 제압했다.

오리온은 작전시간을 요청한 후 전열을 재정비했다. 그리고 이승현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이승현은 포스트업을 시도하며 동부 수비진을 수축시킨 후 비어있는 외곽으로 공을 빼주며 허일영의 중거리슛, 최진수의 3점슛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정재홍과의 픽&롤을 통해 직접 점수를 올렸다. 오리온은 이승현의 활약을 앞세워 1쿼터 6분 54초에 12-12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1쿼터 후반에는 박빙 승부가 펼쳐졌다. 두 팀 모두 림 근처에서 시도하는 슛으로 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그 방법은 다소 차이가 있었다. 오리온의 주 공격 루트는 포스트업이었다. 외곽에 있는 최진수가 골밑의 장재석에게 공을 연결시킨 후 이뤄지는 공격이었다. 정면에서 넣어준 패스였기에 불안한 모습도 몇번 나왔지만 득점으로 연결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반면 동부는 커트인을 통해 림을 공략했다. 공격은 올아웃 형태로 진행됐고 김태홍은 비어있는 골밑을 향해 계속해서 잘라 들어갔다. 오리온이 21-20, 1점차로 앞서며 1쿼터가 끝났다.

오리온의 3-2 지역 방어

2쿼터 초반 오리온은 공, 수에서 동부를 압도했다. 수비는 3-2 지역 방어를 꺼내들었다. 동부는 김도수(194cm)가 앞선 중앙을 지키는 이 수비에 막혀 패스 전개에 어려움을 겪었다. 오리온은 수비의 성공을 김강선, 조효현 등 빠른 가드들이 마무리하는 속공으로 연결시켰다.

빠른 공격이 막혔을 경우에는 장재석과 문태종의 높이를 활용하는 공격을 펼쳤다. 장재석은 포스트업, 문태종은 중거리슛을 통한 득점을 올렸고 두 선수가 합작한 하이-로 게임에 의한 득점도 나왔다. 오리온은 2쿼터 3분 6초에 32-24로 달아나며 점수 차를 벌렸다.

이후 2쿼터의 남은 시간은 박빙 승부로 채워졌다. 오리온의 공격 방법은 높이의 활용이었다. 장재석(204cm)은 공격 리바운드를 장악했고 최진수(203cm)와 이승현(197cm)은 인앤아웃, 하이-로 게임 등의 2대2 공격을 합작하며 득점에 가담했다.

이에 맞서는 동부의 공격은 '움직임'의 활용이었다. 오리온 앞선 중앙 수비수 허일영(194cm)의 높이에 막혀 가드 중심의 패스 전개에 어려움을 겪은 동부는 돌파에서 파생된 3점슛, 두경민과 김태홍의 커트인, 수비 전형이 갖춰지기 전에 펼치는 속공 등으로 점수를 쌓았다. 오리온이 9점차(46-37)로 앞서며 전반전이 끝났다.

빅맨들의 2대 2 공격

3쿼터 초반 오리온은 빅맨들이 만들어가는 2대2 공격 시도가 많았다. 이승현은 최진수와 뛸 경우 로포스트에 위치한 후 인앤아웃, 하이-로 게임 등을 합작했고 장재석이 들어올 경우 하이포스트에서 공격을 조립했다. 오리온은 이와 같은 공격을 통해 좋은 기회를 만들었지만 슛이 계속 림을 돌아나왔다.

동부는 오리온의 득점이 정체된 사이 김창모의 돌파, 이지운의 풋백 등으로 점수차를 좁혔다. 두경민은 3-2 지역 방어를 상대로 코너를 선점하며 골밑의 윤호영에게 도움을 배달했고 수비 진형이 펼쳐지기 전 3점슛을 성공시키며 존 어택의 선봉에 섰다. 동부는 3쿼터 3분 16초에 47-48, 1점 차로 추격했다.

3쿼터 중반 오리온이 다시 힘을 냈다. 수비는 계속 3-2 지역 방어였다. 앞선에서 강하게 압박하는 수비를 선보이며 동부 포인트가드 두경민의 연속 턴오버를 이끌어냈다. 공격에서는 이승현과 최진수가 빛났다. 이승현은 포스트업에 이은 '빈곳 찾아주기'를 통해 허일영의 3점슛을 만들어냈다. 자유투를 넣으며 득점포를 예열한 최진수는 3점슛을 성공시키며 득점을 주도했다. 오리온은 3쿼터 4분 35초에 56-47로 달아났다.

3쿼터 후반에는 두 팀의 밀고 당기기가 펼쳐졌다. 동부는 허웅의 3점슛, 윤호영-김태홍의 하이-로 게임, 도움 수비 성공에 이은 이지운의 속공 마무리로 점수를 쌓으며 54-59로 추격했다. 오리온은 최진수의 자유투, 문태종-최진수의 하이-로 게임, 문태종의 3점슛으로 득점하며 66-54로 달아났다. 동부는 서민수의 연속 득점(돌파, 속공 마무리)으로 점수차를 다시 좁혔다. 3쿼터는 오리온이 66-58로 앞서며 끝났다.

경기 운영의 안정감

4쿼터 초반 동부가 흐름을 가져왔다. 허웅의 3점슛이 터졌고 이지운의 자유투로 점수를 쌓으며 63-66으로 추격했다. 하지만 박빙 승부를 승리로 이끌 안정감이 동부에는 없었다. 공 배급을 담당하는 포인트가드 두경민이 연속 턴오버를 범했다.

오리온은 틈을 놓치지 않고 허일영의 커트인, 이승현의 골밑슛, 장재석의 중거리슛 등으로 득점하며 차이를 벌렸다. 그리고 경기 종료 4분 29초 전 문태종의 3점슛이 터지면서 77-66, 11점차로 달아났다. 승부가 결정됐다.

지역 방어와 포워드 왕국

이날 오리온은 3-2 지역 방어를 길게 사용했다. 골밑 도움 보다는 앞선 압박에 중점을 둔 전형적인 3-2 지역 방어에 가까운 형태였다. 동부는 이 수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커트인 득점이 많이 나왔지만 포스트업 시도가 전무한 올아웃 공격으로는 오리온의 지역 방어를 깰 수가 없었다.

오리온의 190cm대 중반 장신 포워드가 앞선 중앙을 지키는 수비에 막혀 동부의 가드진은 패스 전개에 어려움을 겪었고 많은 턴오버를 범했다.(두경민 6개) 오리온의 추일승 감독은 3-2 지역 방어를 기본으로 공격이 성공되면 존 프레스, 경기가 잠시 끊기면 대인 방어로 바꾸는 기민한 수비 변화를 선보였다. 오리온의 수비는 훌륭했다.

오리온은 빅맨들이 만들어가는 2대2 공격 시도가 많았다. 최진수가 외곽, 장재석이 로포스트에 자리를 잡았고 이승현은 파트너에 따라 위치와 역할에 변화를 줬다. 최진수-장재석의 하이-로 게임, 최진수-이승현의 인앤아웃 및 하이-로 게임, 이승현-장재석의 하이-로 게임 등은 오리온의 확실한 공격 루트였다.

최진수는 외곽에서 확실한 결정력을 보여줬고 이승현과 장재석의 포스트업은 슛까지의 과정은 좀 달랐지만 점수 추가라는 결과는 같았다. 뛰어난 포인트가드 없이 매끄러운 공격 전개가 가능한 '포워드 왕국'의 진면목을 보여준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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