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4년 차 개그우먼 송은이(43)가 대한민국 코미디 부흥을 위해 두 팔 걷고 나섰다. 지난 7월 29일 서울 강남구 FNC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제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 아래 부코페)의 기획과 연출을 맡은 송은이를 만났다. 그동안 숱한 인터뷰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던 그녀이니만큼 이번 기회에 부코페부터 <비밀보장>, 김숙 그리고 이상형까지, 야무지게 다 물었다.

"부코페는 집행위원장인 후배 개그맨 김준호가 혼자 고생하는 걸 보면서 돕고 싶어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조직위원회 이사로 참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한걸음 뒤에서 객관적으로 도울 수 있는 기획과 연출을 맡게 됐죠."

개그계 '왕언니' 송은이, 부코페 위해 팔 걷다

 송은이 2016년 7월 라운드 인터뷰 제공 사진.

개그우먼 송은이가 대한민국 코미디 부흥을 위해 두 팔 걷고 나섰다. 제4회 부산국제코미디영화제의 기획과 연출을 맡은 송은이를 만났다. ⓒ FNC엔터테인먼트


송은이의 역할은 "조직위에서 그려준 큰 도안에 맞춰 색칠하고 세팅하는 역할"이라고. 대관부터 일정, 홍보까지 행사 진행에 전반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지난 3회에서 약 4일간 열렸던 페스티벌은 올해 9일로 확대 개최된다. 송은이의 역할이 막중할 수밖에 없다.

"참가 팀도 늘어나고, 장르도 다양해졌어요. 지난해까지는 해외 공연팀들은 논버벌 퍼포먼스(대사 없이 몸으로만 하는 공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번에는 스탠드 코미디 하시는 분들, 실험적인 공연하시는 분들도 섭외했어요. 코미디 세계화 전략을 위해 캐나다 몬트리올 국제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 호주 멜버른 국제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와 함께 포럼도 마련했죠. 평일에도 공연이 이어지는 만큼 학생들이 직접 공연 보러 오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스쿨어택'이라고 공연단이 봉고차를 타고 찾아가기도 하죠.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어요."

송은이가 합류한 후, 가장 달라진 점은 여성 예능인들의 참여가 확대됐다는 점이다. 김경아, 정경미, 조승희는 주부들과 엄마들을 타깃으로한 '투맘쇼'를 펼친다. '어린이집 보내고 오세요'라는 타이틀처럼 공연 시간대도 주부들이 마음 편히 관람할 수 있는 오전 11시에 편성했다. 송은이는 "공연 중 수유해도 되는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성미, 김지선, 김효진 등 '왕언니급' 개그우먼들도 가세해 주부들의 삶을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날려줄 '사이다쇼'도 준비했다.

해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10월이면 유명 배우, 감독할 것 없이 영화인들 모두가 부산에 모여든다. 명실상부 영화인들의 축제. 하지만 지난 3년, 부코페에는 한창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예능인들의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쉬움을 남겼던 것도 사실이다. 올해는 개그계 대표 '인맥의 여왕' 송은이의 참여로 진정한 코미디언들의 축제로 거듭날 전망이다.

"이경규 선배님이 개막식 사회를, 박명수씨와 정성화씨가 디제잉과 뮤지컬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모두 마음들은 있는데, 스케줄이 문제죠. 예능 프로 녹화가 하루에도 몇 개씩 있는데 모든 예능인이 동시에 스케줄을 뺄 수는 없잖아요. 올해는 개막식에라도 참석해달라고 이리저리 부탁 많이 드렸어요. 재석이도 스케줄만 없다면 무조건 온다네요. 올해는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아요."

스쿨어택부터 심형래 감독 특별전까지

 송은이 2016년 7월 라운드 인터뷰 제공 사진.

송은이는 원로급 코미디언들에게는 귀염둥이 후배로, 후배 개그맨들에게는 '왕언니·누나'로, 모두에게 친근하고 편안한 존재다. 그런 그녀 덕분에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섭외 폭도 넓어졌다. ⓒ FNC엔터테인먼트


송은이는 자신이 부코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로 '중간 역할'을 꼽았다. 실제로 송은이는 원로급 코미디언들에게는 귀염둥이 후배로, 후배 개그맨들에게는 '왕언니·누나'로, 모두에게 친근하고 편안한 존재다. 송은이가 꿈꾸는 부코페의 역할도 그런 것이다.

"후배들이 부코페를 통해 자기 콘텐츠를 키우고, 세계 무대로 영역을 넓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옹알스처럼요. 그동안 TV에서 뵐 수 없었던 선배님들의 레전드 공연을 볼 수도 있겠죠. 예를 들면 임하룡, 이홍렬 선배님들의 '귀곡산장' 같은 거요. 김진수, 이윤석씨의 '허리케인 블루'도 있고요. 너무 좋은 콘텐츠잖아요. 사실 올해 개인적으로 틴틴파이브를 무대에 올리고 싶었는데 잘 안됐어요. 내년쯤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해요."

영화배우로도 활동했던 원로 코미디언들의 영화를 상영하는 회고전을 비롯, 젊은 세대들은 이야기로만 접했을 영화 <영구와 땡칠이> <티라노의 발톱> 등이 상영되는 심형래 감독 특별전도 준비됐다.

"심형래 감독과의 대화도 준비하려고 해요. 그런데 형래 오빠가 긴 대화가 안 되는 분이시라 (웃음) 중간중간 개그하고 판토마임도 하고 하실 것 같아요. 김대희 오빠는 자꾸 자기 출연한 영화 틀어달라고…. 조직위에서 고민이 많아요. 하하하."

방송심의보다 까다로운 '송은이 심의'

 송은이 2016년 7월 라운드 인터뷰 제공 사진.

송은이는 김숙과 팟캐스트 방송 <비밀보장>을 진행했다. 방송 심의의 제재는 받지 않지만, 그보다 무서운 '송은이 심의'가 있다고. '송은이 심의'는 "덜 웃겨도 무리수는 두지 않는다", "없는 사람 비하는 안 된다"는 원칙을 기본으로 한다. ⓒ FNC엔터테인먼트


말 많고 탈 많은 연예계. 송은이가 긴 시간 별다른 구설 없이 롱런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조심스러운 성격 덕분이다. 송은이의 그 조심성은 김숙과 함께 진행하는 팟캐스트 <비밀보장>에서도 이어졌다. 송은이는 "두 번 세 번 걸러 편집한다"면서 '방송심의'보다 무서운 '송은이 심의'를 언급했다.

"방송에는 심의가 있잖아요? <비밀보장>에는 '송은이 심의'가 있어요. 초기에는 두세 번씩 녹음한 적도 있어요. 숙이가 '왜 언니 재밌어'해도 '이건 안돼'하죠. 지금도 심의 기준은 마찬가지예요."

'송은이 심의'는 "덜 웃겨도 무리수는 두지 않는다", "없는 사람 비하는 안 된다"는 원칙을 기본으로 한다. 같이 출연해 함께 비하하는 건 괜찮지만 없는 사람을 깎아 내리는 건 안 된다고. 유쾌한 내용 위주로 가되, 욕설은 뉘앙스는 살리되 '삐-' 처리를 통해 내용은 내보내지 않는다. 모두 삭제하지 않고 뉘앙스를 살려두는 이유는 "욕의 맛" 때문이라고. '송은의 심의'는 나름의 철저한 기준과 유연성이 있다.

"팟캐스트 방송이기는 하지만, 저희는 팟캐스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야인들처럼 방송할 순 없다고 생각해요. 걸러낸 편집본 들으시면 김숙 진짜 어휴…. 생방송도 아니고 녹화잖아요. 숙이에게 '한 번 하고 은퇴할 거냐, 불꽃 피우고 사라질 거냐' 잔소리 많이 했죠."

그리고 김숙

 송은이와 김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두 사람이 함께 진행하는 팟캐스트 <비밀보장>도 "김숙이 캐스팅된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하차하게 되자" 욱하는 마음에 시작했다고.

송은이와 김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두 사람이 함께 진행하는 팟캐스트 <비밀보장>도 "김숙이 캐스팅된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하차하게 되자" 욱하는 마음에 시작했다고. ⓒ 비밀보장


송은이와 김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KBS 공채 개그맨 선후배인 두 사람은 함께 노후를 보낼 집도 마련했을 만큼 각별하다. <비밀보장>도 "김숙이 캐스팅된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하차하게 되자 욱하는 마음에 시작했다"고. 하차 후 한국을 떠나려던 김숙을 붙들고 함께 <비밀보장>을 해보자며 꼬드긴 이가 송은이였다. 그러고 보면 지금 '대세'가 된 김숙의 인기에 송은이의 지분도 적잖은 셈이다.

"숙이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았어요. 제게도 '선배가 어디 아침부터 전화야'라고 하기도 하고. 전에는 좀 이상하다고 받아들여지기도 했는데 시대가 변해 걸크러시의 선두주자가 된 거죠. 거짓 없이 여과 없이 보여지는 게 인정받는 시기가 된 것 같아요."

여성 예능인들의 설 자리가 없던 시기에도 <무한걸스> <골드미스가 간다> 등을 통해 여성 예능인으로서의 존재감을 뽐냈던 송은이. 그렇기에 최근 <언니들의 슬램덩크> <비디오스타> 등 '여성 예능'이 각광받는 분위기를 지켜보는 마음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우선 너무 좋은 현상이죠. 여자 예능, 남자 예능 나누자는 건 아니에요. 다만 남자 예능인과 여자 예능인들이 섞여 있으면 제 역할을 못 하는 건 맞는 것 같아요. 여고 나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자들끼리 보이면 분명 에너지나 힘이 다르거든요. 시청자분들도 그 에너지를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래퍼 송은이, 최초 공개는 부코페

송은이는 2000년 1집 앨범 '상상'을 발표하기도 했다. 신곡을 발표할 생각은 있는지 묻자 "발표할 생각 있다고 써주세요. 크게"라고 외쳤다. 송은이는 "숙이를 부러워해 본 적은 별로 없는데, 언니쓰는 진짜 부럽더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FT아일랜드, 씨엔블루, AOA 등 가수들이 많은 소속사. 2집 앨범을 기대할 만하지 않을까?

"가수가 많은 회사라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제가 봐도 회사 가수팀 스케줄이 너무 바빠요. 활동하는 가수들이 계속 오버랩되니 틈이 없죠. 대표님 만날 때마다 어필하고 있어요. 틈 생기면 바로 치고 들어가야죠."

송은이는 다 계획이 있다며 "최근 <비밀보장>에서 '디스 이즈 마이 라이프(This is my life)'라는 제 자작 랩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빈지노에게 랩 평가를 받았는데 정확하게 "나쁘다고 할 순 없다"고 이야기했단다. "정준하보단 낫다"며 '합격'이라는 뜻으로 자신의 목걸이를 걸어줬다고. 송은이의 랩을 들은 제시는 "이건 안 돼"라고 외쳤고, 성시경은 "잘 자요"라고 말했단다.

"방송에서 전화한 다음에 음성을 따서 피처링으로 엮고 있어요. BMK에게는 스캣을 배운다는 명목으로 전화해서 '뚜밥바바' 소리 따서 쓰는 식이죠. 부산에서 <비밀보장> 최초 공개방송이 있을 예정인데, 그곳에서 최초 공개할 예정이에요."

"난 한 놈만 팬다"

김숙은 JTBC <님과 함께-최고의 사랑>에서 윤정수와 가상 결혼 생활 중이다. 오랜 시간 알고 지냈음에도 이성의 감정이라고는 1도 없던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면 1억'이라는 계약을 내걸고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새 알콩달콩한 신혼부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때문일까? 최근 MBC <나 혼자 산다>에서 후배 개그맨 김영철과의 남다른 케미를 보고 두 사람의 가상 결혼을 보고 싶다는 시청자들이 많아졌다.

송은이는 "리얼리티를 잘 못 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나 혼자 산다> 출연도 "평소처럼 그대로 했는데 편집이 달달하게 됐더라"면서 대놓고 가상 부부로 연애하라고 하면 "쑥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진짜 결혼은 어떨까? 그녀로서는 이런 질문이 지겹겠지만, 결혼에 대한 질문도 던졌다. 그녀를 가리켜 '은이 누나는 남자야'라고 말한다는 후배 개그맨들의 반응과 함께. 송은이는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걔들(후배 개그맨들)이 뭘 알죠? 제게는 걔들이 모르는 다름이 있어요. 굳이 방송에서나 걔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왜 그래야 합니까? 늘 이야기하지만 유오성씨가 영화에서 '난 한 놈만 팬다'고 했잖아요. 전 제 매력을 여러 남자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한 번도 독신주의자였던 적은 없는데, 늘 뜻하는 것과 행동이 다른 방향이더라고요. 연애보다 일이 우선이었고 이 지경이 됐네요. (웃음). 배우자에 대해 바라는 거요? 음…. 살아있으면 돼요. 숨 쉬고 있으면 되죠 뭐. 하하하."

 이번 제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개막식은 이경규의 사회, 박명수·하하&스컬·정성화의 특별 공연으로 터 크고 풍성하게 치러진다.

이번 제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개막식은 이경규의 사회, 박명수·하하&스컬·정성화의 특별 공연으로 터 크고 풍성하게 치러진다. ⓒ BICF



송은이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BICF 부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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