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전북현대는 올 시즌 K리그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다. 지난 달 30일 광주FC와의 'K리그 클래식 2016 홈 경기에서 3-0으로 완승한 전북은 국내 프로 스포츠 구단 사상 최초로 정규리그 23경기 무패 기록을 달성했다.

종전 최고 기록인 22경기 무패도 전북도 갖고 있던 기록이다. 전북은 2014년 9월 6일부터2015년 4월 18일 제주전까지 22경기에서 17승 5무의 기록을 세우며 무패질주를 이어간바 있다.

국내 프로스포츠 타 종목에서는 프로야구의 SK 와이번스의 22연승(2009년), 프로농구 울산모비스의 17연승(2013년),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18연승(2016)등이 정규리그 최다 연승 기록이다.

투자=성적

 30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전북 현대와 광주FC 경기에서 23경기 연속 무패 신기록을 달성한 전북 현대 선수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6.7.30

지난 7월 30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전북 현대와 광주FC 경기에서 23경기 연속 무패 신기록을 달성한 전북 현대 선수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북은 개막 후 지금까지 14승 9무를 기록했다. 무승부의 비중이 다소 높아 무패 기록의 가치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으나 7월 들어 최근 5연승을 달리며 점점 압도적인 전력을 뽐내고 있다.

전북은 각종 기록에서도 독보적이다. 전북은 23라운드까지 리그 팀 최다 득점(44득점)-최소 실점(25실점)-최다 득실 차(+19)-최다 도움(33개) 등 주요 부문에서 모두 선두를 휩쓸고 있다. 개인기록에서는 최상위권에 올라있는 선수는 없지만, 레오나르도, 로페즈(이상 8골), 이동국(7골), 이재성(7도움) 등이 공격포인트에서 고루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는 오히려 선수 1~2명에게 의존하지 않는 전북의 두터운 선수층을 잘 보여준다.

전북은 현재 K리그에서 가장 완벽한 '더블 스쿼드' 구성이 가능한 유일한 팀이다. 이동국-김신욱-레오나르도-로페즈-고무열-이종호-이재성 등으로 이어지는 공격진은 어떤 조합을 구성해도 1,2진의 격차가 없다. 여기에 중국에서 귀환한 에두까지 8월부터 가세하며 그렇지 않아도 막강한 스쿼드가 더욱 두터워졌다. 전북은 경기마다 선발 명단을 4~5명씩 바꾸면서도 상대팀들을 압도하고 있다.

전북의 무패질주는 투자가 곧 성적이라는 프로스포츠 세계의 당연한 진리를 증명하고 있다. 현재 K리그 클래식에서 전북은 가장 과감한 투자를 감행하는 유일한 팀이기도 하다. K리그에서 현재 그나마 괜찮은 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서울이나 울산, 성남 등도 베스트멤버와 후보들간 격차가 크다. 명가로 꼽히는 수원은 구단의 투자 위축으로 전력보강에 실패하여 올 시즌 급격한 추락을 경험하고 있다.

무더운 여름으로 접어들며 K리그 각 팀들은 빡빡한 일정으로 인한 체력저하-부상-국가대표팀 차출 등 다양한 변수에 시달린다. 사실 전북도 몇몇 선수들의 부상과 방출, 올림픽 대표팀 차출 등으로 전력누수는 있었다. 하지만 전북이 구축한 두터운 선수층의 진가가 드러난 것도 바로 이때부터였다. 이종호, 김형일, 조성환, 고무열 등 다른 팀에서 충분히 풀타임 주전급으로 뛸만한 선수들이 언제든 대기하고 있다보니 공백이 발생해도 대처가 가능했다.

전북은 이미 23경기에서 승점 51점을 쓸어 담았다. 2위권과는 16점 이상 차이가 난다. 7월까지를 기준으로 2위팀 이하와의 승점 차이가 가장 큰 시즌이다. 시즌 중반까지 그나마 전북의 대항마 역할을 하던 서울이 최용수 감독의 돌연한 중국 장쑤행과 아드리아노의 징계 여파로 상승세가 꺾이며 최근 전북과의 격차가 급격히 벌어졌다. 아직 남은 경기가 많지만 사실상 이변이 없는 전북의 리그 3연패는 거의 기정사실처럼 여겨지고 있다.

전북의 올 시즌 최대 목표는 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이다. 전북은 2006년 이 대회 우승 이후 10년 만에 정상탈환에 도전한다. FA컵에서 뜻밖의 일격을 당하여 탈락하면서 '트레블'의 기회는 날아갔지만 리그 무패 우승, ACL 동반 제패라는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다. 일단 리그에서 승점 차가 이미 꽤 벌어진 데다 무패 신기록에 대한 부담도 덜면서 이제 전북은 후반기에는 ACL에 좀 더 힘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전북은 8월 23일 상하이 상강과 ACL 8강 원정 1차전을 치른다.

전북의 독주를 향한 시선

 30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전북 현대와 광주FC 경기. 전북 이재성이 선취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2016.7.30

지난 7월 30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전북 현대와 광주FC 경기. 전북 이재성이 선취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전북의 독주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전북의 무한 질주는 K리그의 하향평준화를 증명하는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정당한 투자를 한 전북이 성적을 내는 것은 비판받을 일이 아니다. 문제는 다른 구단들이다. 그나마 서울을 제외하면 수원, 울산, 성남, 포항 등 K리그를 대표하는 전통의 강호들이 저마다 투자 위축과 전력 약화로 인하여 예전만큼의 대항마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유럽축구에도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 이탈리아의 유벤투스, 프랑스의 파리 생제르망처럼 자국 리그에서 독주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슈퍼팀'들은 존재한다. 그러나 리그가 건강해지려면 중하위권 팀들도 일정 수준 이상의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전북의 꾸준한 투자와 성장에 비하여 다른 팀들의 발전이 정체된 K리그의 양극화는 아쉬움을 준다.

또한 전북에게도 아직 매듭짓지 못한 '원죄'가 남아 있다. 바로 심판 매수 의혹에 따른 징계 여부다. 전북은 구단 관계자가 심판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적발되며 논란에 휩싸였다. 전북 구단은 물의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했지만 구단 차원의 고의적인 심판 매수 의혹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팬들은 이미 도의적인 측면에서 전북이 올 시즌 무패 우승을 차지한다고 해도 그 성과가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법원의 판결을 지켜본 뒤 다시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전북에 대해서도 징계 여부를 최종 논의할 계획이다. 승부조작이나 심판 매수에 따른 처벌은 승점 삭감에서 최대 하부리그 강등까지도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강등까지는 어렵고 승점 삭감선에서 수위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과연 몇 점이 감정되느냐에 따라서 리그 우승 판도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어차피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징계 수위의 형평성이나 전북 성적의 순수한 가치에 따른 찬반 양론도 불가피하다. 여려모로 역대급 시즌을 보내는 전북의 빛과 그림자가 극명하게 교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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