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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개통한 인천 지하철 2호선의 모습.
 지난 29일 개통한 인천 지하철 2호선의 모습.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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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2호선 개통식의 모습.
 인천 2호선 개통식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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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지하철 2호선이 지난달 29일 개통했다. 당초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전후해 개통할 예정이었지만, 2012년 공사구간에서 지반침하사고가 일어나 공기가 늘어난 데다가, 인천광역시가 극심한 재정난을 겪음으로 인해 공사가 중단되었다. 인천 아시안게임 기간에는 공사장 위에 홍보물을 설치해 공사를 하지 못했고, 이는 공사 기간이 늘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결국 인천 2호선은 인천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2년 후에야 개통하게 되었다.

7월 29일 개통식 당일에는 오후 2시 30분부터 본 행사가 진행되었고, 오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무료운행이 진행되었다. 사실상 첫날 운행인 셈이다. 7월 29일, 무료 시운전날이자 개통식날의 풍경을 담아보고, 장단점을 대조해 보았다.

평소와 다를 바 없던 개통식... 장애인단체의 기습시위엔 '이유가 있었네'

29일, 인천 중앙공원 4지구 광장에서 인천 2호선 개통식이 열렸다. 개통식의 사회는 경인방송 원기범 아나운서가 보았고, 3시부터 본행사가 진행되었다. 인천광역시 2호선이 인천의 거의 대부분의 지역을 지나가기 때문이었는지, 원기범 아나운서가 '인천광역시의 국회의원분이 모두 참석하신 것 같다'는 농담을 했다.

뜻밖의 손님이 있었다. 지방 도시철도 개통행사로는 이례적으로 한국철도공사 홍순만 사장과 에릭 윌시 주한 캐나다 대사가 참석한 것이었다. 홍순만 사장은 인천광역시 부시장을 역임한 경력 때문에, 에릭 윌시 대사는 인천 2호선의 주요 기술을 캐나다의 봄바르디어에서 인수받았기 때문에 방문했다고 한다.

그런데 유정복 시장의 기념사가 있던 때 문제가 일어났다. 인천지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기습시위를 한 것이었다. 장애인과 활동가들이 나서 유정복 시장이 있는 곳 쪽으로 '무리한 고속운행에 안전이 불안하다!' 등의 피켓 등을 들며 소리쳤던 것이다.

시위하기가 무섭게 경호원들이 시위자들을 단상 아래에서 물러나게 했다. 유정복 시장이 잠시 후 기념사를 마치고 내려와 시위를 벌인 이들과 대화를 나누었고, 다음 날에는 시장접견실에서 면담까지 성사되었다고 한다.

인천지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개통식장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인천지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개통식장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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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통식이 끝나고 시승행사가 이어지는 인천시청역으로 갔다. 가장 먼저 완공된 인천시청-운연 간 6.8km 구간을 왕복 운행하고 있었다. 무정차로 운연역까지 왔다 갔다 하는 데에는 20분 남짓 걸렸다. 1호차에는 유정복 시장이나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귀빈들'이 탑승했고, 2호차는 시민들이 탑승했는데, 2호차에서 시위를 벌인 단체의 시민 활동가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휠체어석에 휠체어 승객이 잡을 수 있는 안전바가 없고 좌석이 있으며, 열차의 가감속도가 빨라 무게가 가벼운 수동휠체어는 전도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열차가 무정차했음을 감안해도 비슷한 철차륜 경전철인 부산김해경전철보다 가감속이 심했다. 몇몇 승객들은 머리가 어지럽다며, 멀미 증세를 호소하기도 했다. 다시 열차가 돌아오고, 뒤따라 운행한 시운전 열차들도 다시 인천시청역에 되돌아오면서 두 시간여의 시승행사는 모두 끝났다.

개통식이 있던 날에는 청소 아주머니들이 회송열차를 타고 첫 근무지로 이동하기도 했다.
 개통식이 있던 날에는 청소 아주머니들이 회송열차를 타고 첫 근무지로 이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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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시간에는 사람 꽤 많아

개통행사가 모두 끝난 후 5시부터는 일반 시민에게 열차가 공개되어 운행되기 시작했다. 퇴근시간대에 열차를 '무료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모든 열차가 10시에는 운행을 종료하는 일정으로, 배차시간대는 3~6분 정도로 설정되어 운행되었다.

퇴근객이 많아질 즈음인 6시쯤 인천시청역으로 다시 내려갔다. 시운전 홍보가 크게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운연행 열차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모와 동네 마실 나오듯 경전철 구경하러 나온 노인들, 그리고 첫 퇴근수단으로 지하철을 이용해보는 직장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지하철을 탑승했다.

환승통로가 닫혀있어, 2호선 맞이방 바로 앞에서 발길을 돌려 돌아가야만 했다.
▲ 시운전날, 막혀있는 환승통로 환승통로가 닫혀있어, 2호선 맞이방 바로 앞에서 발길을 돌려 돌아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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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웠던 점은 시운전날 환승통로를 인위적으로 막아두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천시청역과 주안역에서는 환승통로를 통해 걸어왔다가 문이 막혀 있어 헛걸음을 하는 시민들을 볼 수 있었는데, 인천교통공사 측이 하차태그를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두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열차가 지상으로 올라가자, 열차의 양 끝쪽에 몰린 시민들
 열차가 지상으로 올라가자, 열차의 양 끝쪽에 몰린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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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창지구의 운연역부터 검단지구의 검단오류역까지는 많은 공업지구와 번화가, 그리고 주거단지를 지나는 노선답게 많은 승객이 타고내렸다. 지상으로 오르내리는 구간에서는 승객들이 창문 밖을 구경하려고 열차의 맨 앞이나 뒤에 몰려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친환경 시스템, 편리한 승하차, 교통 사각지대 해소는 '합격'

2호선에는 국내 도시철도 중 최초로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이를 통해 많은 비용이 드는 역사 내 냉난방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지상역사와 차량기지에 태양광, 태양열 설비 역시 설치되어 친환경 운행을 할 수 있게끔 되었다. 경전철을 운행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비전력의 원천적인 차이 역시 빼놓을 수 없고 말이다.

인천 도시철도 2호선은 도로규모가 작아 정체가 일어나는 지역에 개통되었다. '만수동하이웨이주유소', 석바위, 주안역, 검암역으로 대표되는 인천광역시의 주요 환승거점과 함께, 개발이 진행중인 루원시티, 검단지구를 경유하는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한다.

가좌공단, 주안산단, 서부공단, 검단공단 등 인천의 주요 공업지구가 역세권에 있어 도로의 승용차를 줄일 수 있고, 경인고속도로에서 가장 막히는 구간으로 손꼽히는 서인천IC-도화IC 구간에 9개의 역이 영업하게 되었다(시민공원역-가정역 구간). 그리고 인천광역시에서 가장 막히는 도로로 손꼽히는 구월로에는 전구간에 5개의 역이 영업함으로써(선바위시장역-만수역 구간) 승용차를 도시철도로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

2호선 열차가 인천대공원역 인근의 정체된 도로 위를 지나고 있다. 정체를 피할 수 있는 것이 지하철의 최대 장점이 아닐까.
 2호선 열차가 인천대공원역 인근의 정체된 도로 위를 지나고 있다. 정체를 피할 수 있는 것이 지하철의 최대 장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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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수원시보다 면적이 넓은 데 반해 도시철도역이 검암역과 청라국제도시역 단 두 곳의 역밖에 없었던 인천 서구에 무려 17개의 도시철도역이 설치됨으로써, 인천 서구의 석남동, 가좌동 등의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새롭고, 편리한 교통수단이 되었다. 그간 철도교통의 수혜를 받지 못했던 지역에 큰 도움이 되는 셈이다.

다만 운연역에서 남쪽으로 1.5km 떨어진 곳에 서창지구가, 약 5~6km 떨어진 곳에는 수인선의 인천논현역과 소래포구역, 이 위치하고 있지만 이 쪽으로의 연장계획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개통 전날 시운전을 한다는 홍보가 적었음에도 꽤나 많은 시민들이 지하철을 탑승했다.
 개통 전날 시운전을 한다는 홍보가 적었음에도 꽤나 많은 시민들이 지하철을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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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도시철도 1호선의 경우 10분에 한 번, 경인선은 완행이 10분에 한 번, 서울 7호선 인천구간은 12분에 한 번, 수인선이 15분에 한 번씩 열차가 다니는 것에 대비하면 열차 역시 작지만 출퇴근시간에 2~3분, 평시에 3~6분 정도로 자주 다닌다는 것도 장점이다.

장애인에 대한 시설 부족, 급가속·급감속 문제, 자주 멈추는 열차...

그러나 단점 역시 눈에 띄게 많다. 인천 2호선 열차는 정식 개통일인 30일에 여섯 번이나 멈추었다고 한다. 오전 10시 27분 과전류로 인해 노선 전체가 '올스톱'된 것은 물론 오전 10시 52분 가정역에서 열차가 고장 났다. 오후 1시에는 석남역 인근의 전력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20분간 열차가 지연되고, 오후 5시에 같은 이유로 석남역에서, 검암역에서는 오후 5시와 7시에 신호시스템 이상으로 멈추는 등, 개통 첫날 신고식을 '거하게' 치렀다.

인천대공원역에 멈춰선 열차. 인천대공원역-만수역 사이는 '멀미유도구간'으로 악명이 높다.
 인천대공원역에 멈춰선 열차. 인천대공원역-만수역 사이는 '멀미유도구간'으로 악명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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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일 현재는 운행 1주일 차에 접어들어 문제가 줄었지만, 첫날에 있었던 열차 문제는 인천 2호선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게 되었다. 또 다른 문제는 버스보다 심한 급가속·급감속과 급정거 문제다.

열차가 울렁이듯이 움직이면서 급가속과 급감속을 반복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일부 승객들은 멀미를 호소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역 간 거리가 짧음으로 인해 자주 급가속과 급감속을 하는데, 성인이 열차에서 휘청거릴 정도다. 계속 운행 시스템을 고쳐나갈 필요가 있다.

장애인 시설은 겉으로만 보면 잘 마련되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위험한 리프트 대신 엘리베이터가 승강장마다, 출구에 많이 설치되었고, 휠체어석도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다. 하지만 시내버스에도 달려있는, 장애인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고정장치와 손으로 잡고 사용할 수 있는 봉이 마련되어있지 않다. 시각장애인용 점자표시가 잘 되어있지 않는 점 역시 8월 3일 MBC에서 보도한 바 있다.

휠체어석의 모습. 인천지하철 2호선은 열차의 폭이 좁아 휠체어를 돌리기 어려운데다가, 문의 폭도 다른 지하철과 다르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더욱이 휠체어석에는 안전을 위해 잡는 바가 없어, 전도 위험성이 크다.
 휠체어석의 모습. 인천지하철 2호선은 열차의 폭이 좁아 휠체어를 돌리기 어려운데다가, 문의 폭도 다른 지하철과 다르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더욱이 휠체어석에는 안전을 위해 잡는 바가 없어, 전도 위험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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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장애인들이 급가속, 급감속으로 인해 수동휠체어가 전도하거나, 목발을 짚는 장애인이 넘어질 위험이 있고, 시각장애인이 홀로 열차를 이용하다 길을 잃는 등의 위험이 있었다. 앞으로 해결점을 찾기를 기대해본다.

이외에도 역이 버스정류장과 연계가 잘 되지 않는다(가정중앙시장역-인천가좌역 구간), 역을 오가는 출구의 높이가 너무 높아 힘들다는(인천가좌역) 단점이 있었다.

문제점 딛고 '경전철의 성공사례'로 남길

개통 전날 시운전이 있던 검암역. 무료체험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늦은 밤에 꽤나 많은 승객이 타고 내린다.
 개통 전날 시운전이 있던 검암역. 무료체험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늦은 밤에 꽤나 많은 승객이 타고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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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민국에 개통된 경전철(경량전철) 노선들은 성공사례가 거의 없었다. 가까운 인천 월미도에서도 월미은하레일을 만들었다가 개장도 하기 전에 철거에 들어가지 않았는가.

하지만 대구 지하철 3호선과 부산 지하철 4호선이 개통하고, 주민들의 고마운 발이 되어주면서 경전철에 대한 인식은 좋아졌다. 의정부경전철과 용인경전철도 '공기를 실어나른다'는 오명에서 점점 벗어나 승객 수가 점점 많아지지 않았던가. 하다못해 김해-부산 경전철은 평시에도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차 서 있기에도 버거운 열차가 되어가는 등, 경전철이 지역의 애물단지에서 랜드마크로 변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인천 도시철도 2호선은 국내 최초의 지하구간을 가진 철차륜 경전철로써, 이후에 개통하는 우이신설선, 김포도시철도 등 많은 철차륜 경전철의 운영 노하우를 제공할 것이다. 지금의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좋은 운행 노하우를 갖고, 승객들도 많이 탑승하면서 성공한 경전철로 기록되었으면 한다. 이후의 경전철에게 '선배' 노릇은 제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태그:#도시철도, #대중교통, #인천 2호선, #인천광역시,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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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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