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프리시즌 투어에서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지만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일찍 교체됐다. 토트넘은 26일(한국 시각) 호주 멜버른 크리켓 그라운드에서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 2016 유벤투스전에서 1-2로 패했다. 손흥민은 전반 45분 만을 소화하며 슈팅 1개를 기록했으나 공격포인트를 올리는 데 실패했다.

토트넘은 이날 전후반 경기력 편차가 꽤 컸다. 이탈리아 세리에A 최강팀인 유벤투스를 상대로 전반은 내내 수세에 몰리며 경기를 어렵게 풀고 갔다. 유벤투스는 전반 6분 파울로 디발라, 전반 14분 메흐디 베나티아의 연속골이 잇달아 터지며 기선을 쉽게 제압했다.

토트넘은 전반전 내내 유벤투스의 강력한 압박에 밀려 아군 진영에서조차 볼을 제대로 점유하지 못하고 쫓겨다녔다. 후방에서부터 제대로 빌드업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전방 공격수들까지 고립되어 정상적인 공격 전개가 불가능했다. 우측 측면 공격수로 출장한 손흥민은 나셰르 샤들리··빈센트 얀센과 함게 스리톱을 형성하며 공격 기회를 엿봤지만 제대로 볼을 잡는 장면조차 보기 힘들었다.

전반 유일한 슈팅 기록했지만 아쉬웠던 경기력

 5일 오후(한국시간) 체코 프라하 에덴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유럽 원정 2차전 체코와의 친선경기.

손흥민이 체코 수비수를 따돌린 채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6월 5일 오후(한국시간) 체코 프라하 에덴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유럽 원정 2차전 체코와의 친선경기. 손흥민이 체코 수비수를 따돌린 채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자료 사진) ⓒ 연합뉴스


손흥민은 28분 이날 토트넘의 유일한 전반전 슈팅을 기록했다.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헤딩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볼을 정확히 맞추지 못해 골문 밖으로 흘렀다. 유벤투스의 수비를 위협하기에는 부족했던 장면이다.

열심히 뛰며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기는 했지만 전방으로 투입되는 패스의 질이 떨어졌고 개인능력이 뛰어난 유벤투스 수비수들을 상대로 공간을 창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다만 다른 팀 동료들도 부진해 손흥민만을 탓할 수는 없었던 전반의 경기력이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하프타임 들어 손흥민을 교체했다. 에릭 라멜라·조쉬 오노마·해리 윙크스·디안드레 예들린 등을 대거 투입하며 선수구성에 큰 변화를 줬다. 씁쓸한 것은 후반 들어 토트넘의 플레이가 더 나아졌다는 점이다. 후반 21분에는 손흥민의 포지션 경쟁자인 라멜라가 만회 골이자 이날 토트넘의 유일한 득점을 뽑아내며 기세를 올렸다. 유벤투스도 후반들어 많은 교체를 단행하며 전반에 비하여 조직력이 흔들린 탓도 있었다.

친선 경기 승패는 큰 의미가 없다. 토트넘은 이날 유럽 정상권 팀인 유벤투스를 상대로 수비 불안이라는 약점을 드러냈다. 이른 시간에 2실점을 한 것도 모두 수비진에서의 실수에서 비롯됐다.

지난 여름 유로컵에 참가한 얀 베르통언, 토비 알더베이럴트, 카일 워커 등 주축 수비수들 다수가 이번 호주 투어에 대거 빠진 탓도 있지만 1·2진간의 실력 차가 너무 크다는 것만 확인했다. 케빈 트리피어와 도미닉 볼, 카터-비커스, 윌리엄 밀러 등으로 구성된 수비진으로 유벤투스와 맞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군 센터백 중 유일하게 호주 투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케빈 빔머도 이날 유벤투스전에서는 결장했다. 수비가 불안하다보니 공격수들도 안정된 공격전개가 불가능했다.

문제는 토트넘이 올해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팀이라는 점이다. 물론 토트넘은 지난 시즌도 유로파리그와 EPL을 병행한 바 있지만 아무래도 챔피언스리그는 유로파리그와는 차원이 다르다. 포체티노 감독은 유로파리그에 사실상 2진을 내보낼 정도로 큰 비중을 두지 않았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균형잡힌 로테이션이 불가피하다. 수비자원에 더 보강이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경기 출전 자체에 만족해야 했던 손흥민에게 유벤투스전은 아쉬운 시간이었다. 이번 시즌 토트넘이 대대적인 전력보강으로 손흥민의 포지션 경쟁자들이 늘어난 가운데, 지난 시즌 주전경쟁에서 밀렸던 손흥민은 한 때 이적설까지 나올 정도로 입지가 불안정했다.

그만큼 이번 프리시즌 동안 포체티노 감독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받아둘 필요가 있었다. 손흥민은 친선전 일정에서 현재 1골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경쟁자들에 비하여 확고한 인상을 주기는 다소 부족했다. 유벤투스전에서도 본인의 잘못은 아니지만 손흥민이 교체된 이후 포지션 경쟁자들이 투입되면서 팀의 경기력이 더 살아났다는 점은 못내 씁쓸한 대목이다.

손흥민, 이젠 올림픽에 집중해야 할 때

손흥민은 이제 토트넘이 29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일정을 마치면 브라질로 이동하여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리우올림픽 축구대표팀에 합류해야 한다. 와일드카드로 발탁된 손흥민은 올림픽대표팀에서는 동생들을 이끄는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한다.

손흥민은 영국 토크 스포츠가 선장한 리우올림픽을 빛낼 축구 기대주에 선정되는 등 현지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손흥민에게 브라질은 A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첫 출전한 메이저대회였던 월드컵에서 골을 맛봤지만 동시에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보기도 했던 애증의 장소다.

올림픽팀의 전력이 4년 전보다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는 지금 손흥민에게 거는 기대는 더욱 커졌다. 반면 그동안 올림픽팀에서 손발을 맞춰볼 기회가 없었던 만큼 조직력을 끌어올릴 시간이 부족하다. 더구나 이번 올림픽 출전으로 인하여 소속팀 토트넘의 시즌 초반 리그 일정도 결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이래저래 손흥민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는 부상없이 프리시즌 경기를 마치고 경기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려 올림픽팀에 합류하는 것이 손흥민에게 주어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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