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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러시아 상트페트레부르크 제22회 국제연극페스티벌, 한국 최초 금상 수상 쾌거<충남뉴스>
 2015년 12월 러시아 상트페트레부르크 제22회 국제연극페스티벌, 한국 최초 금상 수상 쾌거<충남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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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를 늘리는 것, 인재를 키우는 것, 예술을 키우는 것...그것이 진정 선진국의 조건이다."

23일 오후 8시, 부평의 호프집에서 만난 극단 '예촌' 이승원 대표의 음성이 나지막이 떨렸다. 작년 12월 한국 극단 최초로 러시아 국제연극페스티벌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의기양양했던 그였다. 이 대표는 이번엔 프랑스 아비뇽으로 가서 그의 작품 세계를 펼칠 예정이다. 설렘과 긴장이 교차된 이 대표의 예술의 미학에 대해 엿들었다.

이 대표는 20대 후반부터 30대까지 잘 나가는 조연 배우였다. 한때 MBC 형사드라마 단골 배우로 그의 캐릭터를 대중에게 알렸다. 그만이 가진 특유의 넉살과 개성 넘치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드라마로는 <샐러리맨 초한지><바람의 화원><제빵왕 김탁구><쾌도 홍길동>, 연극은 <전태일><광해유감><왕세자실종사건><MBC마당놀이 어울우동>, 영화로는 <챔프><낮술><화려한 휴가>등 여러 편에 출연했다.

나름 조명을 받던 이 대표의 연기는 더는 올라가지 못했다. 오랜 극단 생활과 짧은 방송 생활을 뒤로하고 그는 운명같이 고향 예산으로 내려갔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아내마저 잠시 뒤로하고 작심한 듯 떠나 그만의 길을 개척했다.

극작가와 연출자의 길로 새롭게 들어선 후 그는 우연치 않게 예산의 한 극단의 대표를 맡게 됐다. 그게 바로 시골뜨기 극단 '예촌'이다. 이 극단은 1993년 예산군 내 '연극을 좋아하는 모임'으로 시작됐다. 1996년 예촌으로 이름을 바꾼 후 최근까지 100편이 넘는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이 대표가 들어선 후 그가 직접 만들고 연출한 퓨전 마당극을 선보였다. 각종 문화제, 지역 축제, 세계연극제에서 초청을 받는 등 성과를 올렸다. 최근 작품인 '퓨전 심청전'은 사물놀이, 비보잉, 타악연주와 살풀이가 혼합된 공연으로 예산의 대표 작품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러시아 초청 공연에선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대표적인 한류 콘텐츠로 인정받으며 현지인과 한인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심청전은 고전의 백미다. 유교적인 효를 바탕으로 현대적 흐름에 맞게 재해석 했다. 관객의 눈을 맞추고 소통하려 애를 썼다. 경쾌한 비보잉과 타악기의 리듬에 맞춰 관객들은 시나브로 작품에 빠져든다. 100회 공연이라는 기록을 앞두고 단원들은 마당극의 진정한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이 대표가 이 작품에 온 힘과 열정을 쏟아 붓는 이유다. 이 대표는 예산 출신 탤런트 정준호의 중학교 후배다. 그는 가끔 선배를 만나 연기 방향, 극단 비전, 스폰서 기획 등의 조언을 받고 있다. 정준호씨도 이 대표가 부르면 마다않고 달려가 예산의 대표 극단의 힘을 실어준다. 이 대표에게 있어 인기 배우 정준호는 예술 인생의 멘토, 따뜻한 고향 선배로 의지가 된다.  

예술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창립 20주년을 맡는 극단 예촌은 고전의 현대적 재해석으로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마당극과 비보잉이 접목돼 세대를 아우르며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 퓨전 심청전 창립 20주년을 맡는 극단 예촌은 고전의 현대적 재해석으로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마당극과 비보잉이 접목돼 세대를 아우르며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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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한국연극협회 충남지회장을 맡으면서 더욱 분주해졌다. 안희정 도지사에게 있어 지독한 민원인이 되어 예술지원을 적극 요청하고 있다. 정치인, 기업인 등 가릴 것 없이 후원 영업도 마다않고 있다. 이런 이 대표의 열정 속에 숨겨진 바람은 무엇일까.

"충남 지역의 젊은 인재들이 돈이 없어, 공간이 없어 고향을 버리는 현실이다. 집이 없는데 무슨 꿈을 꾸고 연극을 하겠는가. 밥을 먹을 때 익숙함으로 숟가락을 보고 먹지 않는 것처럼 예술도 매일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가 있어야 실력이 늘고 경쟁력이 생기지 않겠나. 인간이 가져야 할 가장 큰 원칙은 인간의 도덕성과 정의실현이다. 막노동이라도 뛸 각오로 우리 단원들도 알바를 뛰며 버티고 있다. 비록 시골뜨기 극단이지만 한류의 매운 맛을 제대로 보여 줄 것이다. 부디 문화예술에 대한 재정지원을 아끼지 말았으면 한다. 예술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이 대표는 충남 곳곳에 작은 소극장들이 많이 생겨나길 바라고 있다. 예술적으로 타고난 인재가 많은 고향을 영국의 에딘버러, 프랑스의 아비뇽처럼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갖고 있다. 다만 최소 3년만 씨앗을 뿌려주면 나머지는 자생적으로 힘과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게 이 대표의 소망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문화예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화예술은 바로 우리의 뿌리이자 정체성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부디 이 대표의 열정이 안 지사의 가치와 맞물려 작지만 좋은 극단들이 세계 속에서 인정받길 바란다. 

"문화예술은 우리 사회와 공동체의 품격을 높이고 21세기 행복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안희정 충남도지사)


태그:#극단 예촌, #이승원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충남연극협회, #정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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