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부대'가 완성된다면 에이스 에밋의 위력은 더욱 극대화 될수 있다.

'양궁부대'가 완성된다면 에이스 에밋의 위력은 더욱 극대화 될수 있다. ⓒ 전주 KCC


프로농구 전주 KCC는 지난 시즌 예상 밖의 성적을 거뒀다. 하위권, 혹은 잘 풀려도 6강권 다크호스 정도로 예상됐던 것과 달리 정규리그 우승,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이라는 깜짝 놀랄 결과를 만들어냈다. 비록 고양 오리온과의 압도적 전력차를 이겨내지 못하고 우승 트로피까지는 들어 올리지 못했지만, 충분히 성공된 시즌을 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KCC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린 데는 무엇보다 에이스 안드레 에밋(34·191cm)의 영향이 가장 크다. 단신 외국인 선수임에도 추승균 감독이 1라운드에서 과감하게 선택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 에밋은 자신의 뛰어난 득점력을 시즌 내내 제대로 증명했다.

KCC 승리 이끈 안드레 에밋

에밋이 득점력이 좋다는 것은 시즌 전부터 모든 팀이 잘 알았다. 때문에 상대팀에서는 KCC와의 경기가 있는 날은 에밋 봉쇄에 전력을 기울였다. 에밋의 위력을 떨어뜨리면 KCC 팀 전체의 오펜스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에밋이 대단한 것은 그러한 상황에서도 꾸준히 고득점을 올렸다는 것이다. 단신 선수가 갖춰야 할 능력을 모두 겸비한 에밋은 스피드, 기술, 슈팅 등을 고르게 활용하며 상대 포스트를 공략했다. 돌파에 능하면서도 슛 거리가 길고 다양한 속임수까지 섞어 쓰는지라 에밋을 막기는 대단히 힘들었다. 거기에 단신 테크니션치고 웨이트까지 탄탄해 어지간한 장신선수들과 부딪혀도 쉽게 밸런스를 잃지 않고 득점을 성공시켰다. 어찌 보면 약점을 찾아보기 힘든 전천후 득점원이었다.

때문에 에밋을 이용한 아이솔레이션은 KCC의 주요한 전략 중 하나였다. 특히 경기 막판 한 골이 중요한 상황에서 매우 요긴하게 쓰였다. 상대팀이 단단히 준비해도 터프샷을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KCC가 유독 접전 승리가 많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KCC는 에밋의 위력을 100% 활용하지 못했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에밋의 진짜 무서운 점은 개인 공격력도 있지만 그로 인해 파생되는 다른 동료들의 찬스 창출이다. 구태여 여러 가지 전략을 쓸 필요도 없다. 에밋이 공격을 할 때 상대팀에서 도움수비를 들어가면 외곽 빈공간에서 오픈 3점 슛만 잘 넣어줘도 위력은 극대화될 수 있다.

자꾸 외곽슛이 터지게 되면 상대팀에서는 에밋의 도움수비를 마음대로 들어가기 어려워진다. 그러면 에밋의 공격 성공률은 더더욱 올라갈 수 있다. 다시 에밋에 신경 쓰다 보면 외곽슛을 얻어맞게 된다. 어찌 보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 어차피 농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닌지라 이러한 팀플레이는 매우 중요하다.

개인 득점뿐 아니라 동료들 찬스 창출까지

에밋 역시 이를 잘 아는지라 돌파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수시로 외곽 빈 곳에 공을 건네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난 시즌의 KCC는 외곽슛이 썩 좋은 팀이 아니었다. 한때 리그 최고의 슈터 중 한 명이었던 김효범(33·195cm), 대학리그 최고 슈터 출신 김지후(26·187cm), 국가대표 슈팅가드 김민구(25·191cm) 등 외곽에서 활약해줄 선수 면면은 화려했다.

하지만 내실이 좋지 않았다. 김민구는 큰 부상 이후 운동능력을 잃고 경기장에서 간간히 뛰고 있는 정도에 만족해야 하는 실정이며 김지후 또한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출장하지 못했다. 전성기가 지난 김효범 정도가 꾸준히 경기에 나서서 활약했지만, 슈터로서 기복이 심한지라 좋을 때와 나쁠 때의 슛감 격차가 현격했다.

설상가상으로 출전시간을 많이 가져가는 김태술-신명호는 포지션이 가드임에도 3점 슛 성공률이 최하위권에 그치는지라 외곽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신명호는 본래부터 최악의 외곽슛을 가진 선수로 유명했지만, 김태술까지 끝 모를 슬럼프에 빠져들며 KCC 팬들을 좌절시켰다. 김태술, 신명호에 용병센터 허버트 힐(32·203m)까지 코트에 나서게 되면 KCC 외곽슛은 자동 봉인되고 말았다.

에밋으로서는 빼줄 선수가 없었고 혼자 무리하다가 실책까지 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전태풍(36·178cm)이 꾸준한 슛감을 과시했지만 그는 팀을 조율해야 할 1번 포인트가드다. 득점력이 좋은 선수이기는 하지만 전태풍에게 득점 부담이 가중된다면 KCC의 전체 밸런스는 좋아질 수가 없다. 결국 KCC는 중요한 순간마다 터지지 않는 외곽슛에 울어야 했다. 오리온과의 챔피언결정전이 대표적 예다.

KCC의 새 시즌이 기대되는 이유

돌아오는 새 시즌 KCC는 지난 시즌보다는 한결 좋아진 외곽 라인이 기대된다. 슈팅력이 좋지 않았던 김태술은 트레이드를 통해 타팀으로 이적했고 대신 이현민(33·173cm)이 빈자리를 메우게 됐다. 이현민은 다른 능력치는 몰라도 슛 하나는 상당히 정확한 선수다. 전태풍 백업 역할을 하며 이따금 오픈찬스에서 3점 슛만 잘 넣어줘도 팀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거기에 김지후의 부상회복, 갈수록 좋아지는 김민구의 몸 상태로 인해 이들과 김효범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KKK포'도 장전을 준비 중이다. 이들이 동시에 정상적으로 비시즌을 잘 준비한다면 KCC 외곽은 지난 시즌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좋아지게 된다.

거기에 또 하나의 외곽플러스옵션이 있으니 다름 아닌 지난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2라운드에서 뽑은 장신 외국인 선수 리오 라이온스(29·205.4cm)의 존재다.

라이온스는 장신용병이기는 하지만 빅맨 스타일이 아닌 스윙맨 유형의 선수다. 기동성을 바탕으로 한 속공참여는 물론 빼어난 3점 슛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전태풍, 김민구, 김효범, 라이온스 등이 함께 코트에 나선다면 에밋은 어떤 선수를 향해 패스해도 3점 슛이 가능해진다.

성공적으로 첫 시즌을 치러낸 에밋이 '양궁 부대'와 함께 더욱 무서운 위력을 뿜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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