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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여고가 학생들에게 뿌린 서명용지.
 양구여고가 학생들에게 뿌린 서명용지.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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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합의 없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로 경북 성주 군민들이 물병과 계란을 투척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강원도에 있는 한 공립 고등학교가 전교생에게 "사드 배치를 허용하라"는 내용을 담은 서명을 지시하고 나선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교감 지시 따라 13일부터 서명용지 뿌려

15일 강원도 양구여고에 확인 결과, 이 학교는 13일부터 이날까지 이 학교 1∼3학년 학생 276명 모두를 대상으로 사드 배치 허용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서명은 13일 오전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지역 간부의 부탁을 받은 이 학교 고아무개 교감의 지시에 따라 진행됐다.

고 교감은 "재향군인회 임원 분이 수능 이후 학생교육 일정 조정 관계로 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학생 대상 서명을 부탁했다"면서 "그래서 제목만 보고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담임교사로 하여금) 서명용지를 학생들에게 나눠주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서명지 제목은 '북핵 폐기를 위한 향군 백만인 서명운동'이었다.

이 서명지에서 재향군인회는 "미국의 핵우산 등이 조약형태로 전환·발전되어야 한다"면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명지는 또 "정부는 북한의 체제변화를 꾀하여 대북방송, 전단지 살포 등으로 북한주민의 외부정보 접촉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단지 살포는 최근 전쟁 위기까지 불러일으킨 '삐라 살포'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특정 집단의 편향된 정치군사적 요구가 담긴 서명지를 학생들에게 돌려, 서명을 사실상 강요한 행위는 '정치중립성 보장'을 규정한 교육관계법을 위반한 것이란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진희 평화어머니회 활동가는 "학교가 재향군인회의 부탁을 받고 미성년자인 고교생에게 사드 배치 서명을 받다니 말이 되는 소리냐"면서 "특정 정치집단의 이익을 위해 학생들을 이용하는 이 같은 행위는 엄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원도 교육청 조사 착수 예정... 교감 "내용 몰랐다"

강원도교육청은 실태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교육청 관계자는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철저히 조사한 뒤 필요하면 응분의 처분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구여고 고 교감은 "'북핵 폐기'라는 제목만 보고 서명용지를 돌리다 보니 '사드 배치 허용' 등의 글귀가 들어있는 줄 몰랐다"면서 "이번 서명은 강제적으로 진행되지 않았으며, 그나마 서명하던 것을 모두 중지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



태그:#사드 학생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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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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