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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된 지 2주가 흘렀다. 초기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이것이 정권의 보도 개입이고 청문회를 열어야 할 사안이라며 청와대와 여당을 비판했다. 하지만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통상적인 업무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정현 의원은 새누리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사실 이 의원의 보도개입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이 의원은 2014년 세월호 참사 후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청와대 비판을 자제하라는 문자를 보내 문제가 되었다. 그 당시 언론노조 위원장이었던 강성남 전 위원장은 "욕해도 된다면 공개적으로 욕해주고 싶다"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번 녹취록 파문은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지난 11일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강 전 위원장을 만났다. 다음은 강 전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이정현 같은 사람이 국회의원? 비극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7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마치며 회견문을 주머니에 집어 넣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7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마치며 회견문을 주머니에 집어 넣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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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통화 녹취록이 알려져 충격을 주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대화 내용이 직접 알려져서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겠지만 저는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공영 방송과 정치권 실세의 접촉이 이뤄졌다고 봐요. 일반 독자들에게는 이번 사건이 대단히 충격적일 수 있으나 언론계 내부에서는 일상적이에요. 그래서 저희가 계속 언론 독립을 이야기하는 거죠. 우리 정권과 언론의 문제가 수면 위로 나타난 거예요. 이 기회로 그런 관계를 청산해야 합니다. 언론과 정치를 비판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노조 위원장이었는데 언론계에서 이런 얘기가 돌았나요?
"이번처럼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몰랐지만, 방송·신문의 보도 방향이나 현장에 있는 기자들의 불만 목소리를 종합해서 생각해봤을 때 누군가에 의해서 (보도가) 정리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짐작은 했죠."

- 지난 5일,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그리했을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그건 전적으로 본질을 훼손하는 거예요. 청와대 홍보수석과 같이 언론과 상대하는 정치권 사람들에게도 한계가 있어요. 아예 한 번도 전화하지 말라거나 아는 척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국정을 잘 홍보해 달라거나 비판을 받았을 경우 '그 비판 중 이런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라는 식의 변명 혹은 설명은 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팩트를 이런 식으로 해달라'는 것 하고는 다른 거죠. 그리고 '이런 건 보도하지 말아달라'는 것도 수준 차이가 있는 거예요.

취재원과 기자는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고 어쩔 수 없이 통화해요. 극단적으로, '참여정부 때 청와대 홍보수석은 방송국에 전화 안 걸었냐'고 얘기해요. 저는 모르지만 그렇게 했다 해도 금도가 있죠. 그걸 지키느냐 아니냐의 문제죠.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팩트가 잘못됐거나 어떤 사안이 정치권에서 볼 때 본질에 어긋났다면 전화를 걸어 항의하거나 설명할 수는 있어요. 그런 경우 외에는 전화 거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취재원과 기자, 정치권과 언론하고는 서로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할 거리가 있어요."

- 통화 내용도 내용이지만 해명도 문제입니다. 청와대는 통상적인 업무일 뿐이라고 하고 당사자인 이정현 의원은 새누리당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어요. 뭉개려는 의도인 것 같은데.
"청와대 홍보수석은 공영방송 보도국장에게 전화하는 게 통상적인 업무였다는 건 후한무치죠. 전화를 거는 내용이 무엇이고 사안이 어떤 것인가에 따라 다른 거예요. 물론 중요한 일이 벌어졌을 때 청와대 입장이 있죠.

그렇지만 전화 내용을 보면 대통령이 봤기 때문에 한 번 살려달라는 것 내지는 지금 정부가 코너로 몰렸으니 해경을 너무 조지지 말아 달라고 구체적인 보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어요. 그게 일상적인 업무라고 하면 안 되는 거죠. 업무 범위를 확연히 벗어났어요. 처음 이정현 의원은 '일상적인 업무이지만 내가 좀 너무 나간 거 같다'는 식으로 대충 사과하고 넘어가려고 했어요.

세월호 문제가 아직도 해결이 안 되고 유가족들이 길거리에서 고생하잖아요. 특조위 활동에 대한 방해와 여러 가지 제한들이 있고요. 이런 보도의 연장 선상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 거예요. 물론 KBS도 엄청난 잘못을 했고, 이정현 의원을 비롯한 정권의 실세들도 마찬가지이죠. 정권이 왜 이렇게 세월호 보도는 보도대로, 특조위 활동은 특조위 활동대로, 유가족 요구는 요구대로 뭉개고 왜곡시키고 문제 해결이 안 되도록 심혈을 기울이는 건지 궁금해요.

그리고 세월호 사건이 부조리한 선박회사와 무능한 해경 등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면 깔끔하게 사과하고, 책임지고, 빨리 문제를 해결하면 돼요. 사건의 원인을 밝혀내고 잘못된 사람은 정리하면 되죠. 그게 국정 운영의 기본인데 왜 이렇게 정권의 실세들이 보도 하나하나에 간섭하고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면서 감추는 지 궁금하죠."

- 이정현 의원이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정부 비판을 자제해 달라는 문자를 보내서 논란이 되었어요. 그때 강 전 위원장께서는 "욕해도 된다면 공개적으로 욕해주고 싶다"고 했어요. 이번에도 똑같나요?
"네. 이번에도 마찬가지죠. 이정현 의원이라는 사람은 공인으로 보이지 않아요. 박근혜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거예요. 이 사람은 공인으로서 행동하는 게 아니라 지금 정권 실세에 끼어서 하인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사람이 권력을 잡고 앉아서 기자들에게 문자 보내고, 전화를 걸어 구체적으로 보도 내용을 통제하려고 하고, 왜곡시키려는 행위는 공인답지 못한 행동이에요. 대한민국 전체에 해를 끼치는 행위죠."

- 지난해 6월 동국대에서 강연에서 한 학생이 KBS 보도개입 의혹에 대해 질문하자 이정현 의원이 "급박하게 구출해야 되는 상황인데 사기를 꺾으면 안 되잖아, 이거 손 안 댑니까? 이게 언론통제고 탄압입니까?"라고 되물었던 녹취록도 공개됐는데.
"읽지는 못했으나 얘기는 들었거든요. 그것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예요. 제가 볼 때 국가 일을 할 수 있는 공인이 아니고 자질이 안 되어 있어요. 이 사람이 국회의원과 홍보수석을 할 수 있다는 게 비극이죠."

"세월호? 야당으로서 당연히 해결해야 할 일"

 강성남 전 전국 언론 노동조합 위원장
 강성남 전 전국 언론 노동조합 위원장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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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당의 대응이 중요할 것 같아요. 그러나 처음엔 청문회를 열 것처럼 했지만 지금은 잠잠한 것 같아요. 20대 총선에서 여소야대로 바뀌면서 기대가 컸지만, 현재까지 보이는 모습은 실망스러워요.
"실망스럽죠. 야당도 이 문제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어요. 여소야대 상황이라 더 요구하는 게 아니라 이들이 여대야소였던 시절에도 세월호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처했어야 해요. 그리고 세월호 같은 경우에도, 사안별 청문회가 아니라 발생 초기 청와대의 대응까지 포함해서 청문회를 제대로 했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안 됐을 거예요. 청문회도 국민이 원하기 때문에 밀려서 하기보다는 해결해야 하는 국가적인 문제로 접근하면 좋겠어요.

이 사람들이 적당히 시류에 타협하는 모습들은 대단히 실망스럽고, 그런 모습이 반복되면 결국 야당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거 같아요. 거기서 더 나아가면 정권교체도 어려워져요. 국민이 '그놈이 그놈'이란 생각을 갖게 되면 희망이 없어져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 적극적인 정치 행위를 안 해요. 그래서 야당의 존재 가치가 전혀 없어지는 거죠. 이것은 야당에 우리가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야당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에요. 이렇게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세월호 문제는 청문회를 해야죠.

여당이 반대해서 한계가 있다는 건 말이 안 돼요. 그런 방해에도 불구하고 실천해야죠. 특조위 활동도 엉망이 됐잖아요. 청문회가 됐든 특조위 활동이 됐든 세월호 사건의 원인과 이후에 정부의 대처, 그리고 여러 가지 의혹들을 밝혀내는 게 본질이에요. 문제 해결에 야당뿐만 아니라 정치권이 힘을 합쳐야 해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희망이 없다'는 생각으로 해야 해요."

- 언론계에서는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세요?
"세월호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대중적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언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역사적·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사건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문제가 해결되도록 하는 거예요. 이게 언론의 사명입니다.

요즘은 언론이 '누가 관심을 가지겠어?'라고 뉴스가치를 판단하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취재하고 이슈를 던져주면서 문제가 해결되도록 견인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정권의 핵심과 언론의 관계를 이젠 부끄러워해야죠. 다 밝혀졌잖아요. 반성하고 끊어 내고 공영 방송도 지배구조도 바뀌어야 하죠. 신문도 정치권과 제대로 된 관계를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태그:#강성남, #이정현, #KBS, #김시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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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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